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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모순_양귀자

by 상팔자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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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지은이 양귀자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값 7,000
 
 

모순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처음부터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평범하면서도 어쩌면 특별한 주인공 안진진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철학이 엿보이는 책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내 인생에 온 생애를 걸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의 배경이 휴대전화가 나오기 이전의 시절이라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만우절에 태어나 만우절에 결혼한 쌍둥이 엄마와 이모.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판박이 같았던 그 둘의 인생은 결혼을 기점으로 아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런 엄마와 이모의 삶은 후에 주인공 진진의 선택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고 우리는 항상 타인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살게 된다. 또한, 즐거운 일보다 상처가 더 깊이 각인되는 탓인지 내가 남에게 준 상처보다 내가 받은 상처를 더 오래 기억한다. 모두가 자신만의 우주 속에 살고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자신의 과오를 깨닫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세상에 큰 시름 하나 없이 사는 집이 몇이나 될까.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마음의 가난이 찾아오고, 궁핍하면 궁핍 한대로 삶의 고난이 찾아든다. 안온한 삶은 지루함을 주기도 하고, 가난한 삶은 고단함을 준다. 어떠한 삶을 살지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고 운명에 맡겨지는 일이기도 하다. 일이 이렇게 될 줄 그 누가 알겠는가.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 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남 부러울 것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사는 이모의 딸 주리와의 대화는 서로 답답할 뿐이다. 서로의 삶은 너무 다르고 너무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 새삼스럽게 친해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사실 없다. 옳고 그름 선과 악의 사이에 삶이 있다. 기준은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다.
삶에 있어 정답은 없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고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삶은 고난이며 고통이고 지겨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소설의 주인공처럼 폭력적인 아버지나 사고치는 남동생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련이고 고통이다. 살면서 물론, 기쁘고 만족스러운 일도 있겠지만 찰나에 가까울 때가 많다. 합격을 위해, 월급을 위해, 아니면 어떤 다른 만족을 위해 인간은 오랜 시간 노력하고 결과를 얻는 것은 순간이다. 그 순간의 기쁨이나 만족을 위해 오랜 시간 버티고 인내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며, 그래야만 결과에도 그 가치가 부여된다. 내 노력 없이 공으로 얻은 성과는 주인공 이모의 텅 빈 삶처럼 지리멸렬 해 질 수 있다. 치열하게 순간을 위해 살되, 그 치열함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유지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 삶을 함께 할 동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또한 다른 의미의 치열함으로 들어가는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을 내 삶에 허락할 것인지만 정하면 된다. 어차피,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죽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더라도 삶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이다. 잘 죽기 위해 산다는 것만 보아도 삶은 모순일 수 밖에 없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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