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3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진화와 정신장애) 7강 섭식장애와 중독
위대한 여든일곱 번째 강연 '진화와 정신장애 '(시즌3 여섯 번째)
랜돌프 M. 네스
애리조나 주립대학 '진화와 의학센터' 소장
전) 국제 진화의학 및 공중보건학회 회장
미국 정신의학회 임원
미국 심리학회 임원
7강 섭식장애와 중독
< 행동이 제어되지 않는 이유와 자연선택을 거치고도 질병 유전자가 남은 이유 >
섭식장애
섭식장애는 모든 정신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이다
먹지 않으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굶어 죽진 않더라도 감염되거나 병에 걸리기 쉽다
거식증만 섭식장애가 아니다
폭식증이 더 흔하다
그보다 더 흔한 건 과식으로 비만이 돼서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우리들이다
이건 조절할 수 없는 행동이다
왜 우리는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가?
1. 개인의 취약성
2. 조절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취약성
우리 중 절반은 비만이다
말랐을 때와 살쪘을 때의 비용을 진화적 관점으로 생각해 보자
말랐을 때 비용은 상황이 나빠지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살찐 상태와 마른 상태 중 고를 수 있다면
식량 공급이 불규칙할 땐 약간 살찐 게 나을 것이다
조상들이 살던 시대에는 식량 공급이 늘 불규칙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환경은 음식 천국이다
진화의학은 왜 모든 인간이 취약한지를 묻는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둘 다 과도한 다이어트에서 시작된다
영국의 정신의학자인 리야드 아베드는
영국 왕립정신의학회 분과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인간의 성적인 경쟁과 짝을 고르는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논문을 썼다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마른 몸을 요구하는 사회가 됐다
인터넷이나 잡지에 나오는 사진을 보고
모델처럼 매력 있는 사람이 되려고 며칠 동안 굶을 생각을 한다
하지만 며칠 또는 하루라도 굶으면 어떻게 될까
자연선택은 '기근 반응'이라는 상태를 만들었다
사람은 음식이 부족하면 찾아 나선다
그러다 먹을 걸 발견하면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그들은 굶으며 살을 빼다가
텅 빈 아이스크림 통을 보며 의아해하거나
빵을 먹어 치웠다는 걸 깨닫고는 자괴감에 빠진다
물론 똑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하게 된다
기근 반응이 신체의 설정값을 재설정하기 때문이다
음식 공급이 불규칙하면 체중은 얼마여야 할까?
음식 공급이 불규칙하니 체중은 더 나간다
그래서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우리 몸은
음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체중 설정값을 상향 조정한다
결핍 상태를 겪게 돼 체중을 늘리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 살을 찌우는 기전을
살이 찌지 않게 하는 기전보다 굳건하게 만들었다
이게 거식증의 본질이다
하지만 대부분 폭식증에 다시 빠진다
식단 제한과 폭식을 계속 반복한다
극소수만이 스스로 통제해 폭식을 멈추고 살을 뺄 수 있다
신경성 거식증에 관한 진화적 설명은 모든 진화적 가설이 난무하는데
진화정신의학에서 가장 나쁜 경향을 보여준다
그런 논문들은 거식증을 적응이나 유익한 형질로 설명하는데
전혀 유용하지 않다
양성 되먹임 때문에 생긴 병이다
그들이 음식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먹을 것을 찾으면 집단에 알려 집단의 아사를 막았다는데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 가설은 비과학적인 진화적 설명의 예이다
거식증이 무월경을 만들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번식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번식을 피하려고 굶을 필요는 없다
식사량이 줄면 성호르몬은 저절로 줄어든다
먹은 건 없고 운동량은 과할 때 더 굶으면 안 된다
목숨을 잃기 쉽다
그러니 이 주장도 합리적이지 않다
더 단순한 주장은 짝을 찾는 경쟁 때문에
무분별한 다이어트와 폭식을 하게 되고
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악순환에 빠져
때론 위험한 수준까지 체중이 불어난다는 것이다
신경성 거식증과 폭식증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한
폭넓은 이론적 토대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다
하지만 현대 정신의학은 여전히 기계적으로 접근한다
많은 연구가 거식증 유전자를 찾고 있다
우리가 가진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섭식장애는 유전병일까?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거식증을 유발하는 7개의 유전자 변형체를 발견했고
그중 4개는 대사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를 모두 고려하면
7개가 아니라 수천 개도 넘을 것이다
연구 결과, 1.7%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무의미한 수치다
그러니 유전자 결함을 주장해선 안 된다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거나
충동 조절 능력, 성적 경쟁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다
섭식장애는 유전자 탓이 아니다
중독
중독은 약물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로
여러 기전에 영향을 미친다
왜 인간은 쉽게 중독될까?
원인은 간단하다
학습능력때문이다
인간은 유용한 행동을 반복할 줄 알아야 한다
음식이나 성관계처럼 말이다
보상을 추구하는 뇌 기전 때문에 인간은 학습이 가능하고
중독은 학습된다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는 약물이 아예 없었다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매년 더 강한 신종 마약이 쏟아지고
요즘은 펜타닐 같은 약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합성 아편유사제도 구하기 더 쉬워졌다
다들 중독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의지와 통제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이 중독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10대들에게 절대 통제 못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어차피 믿지 않고 마약에 손댈 것이다
언제든 금연할 수 있다던 흡연자도
10년 뒤에도 계속 금연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와서
어린아이였던 자신을 추행했다는 사람도 있고
술에 취한 배우자에게 맞고 사는 사람도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배우자를 떠나야 할지 고민하던 분은
남편이 술을 끊겠다는 약속만 10번째라고 했다
사람들이 직면하는 끔찍한 문제인데 쉬운 해결책이 없다
미국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켄트 베리지는 행동을 바꾸는
도파민 기전의 두 측면을 연구했다
1. '쾌감을 좋아하는' 단계
마약, 술, 음식 등에서 쾌감을 얻는다
2. '원하는' 단계
어떤 게 얼마나 중요한지 행동을 얼마나 조절하는지를 따진다
술이나 헤로인을 처음 접하면 쾌감이 굉장한데
헤로인 중독자들은 꼭 한번 해 보라고 권한다
만 번의 성적 쾌감을 한꺼번에 느끼는 것 같다고 한다
마약을 처음 할 땐 좋아하는 시스템
즉 '쾌감'이 강하다
하지만 마약은 하면 할수록 쾌감은 줄고
'원하는' 시스템만 남는다
끊으려 해도 자꾸 하게 된다
약물 남용의 비극이 이런 것이다
뇌가 진화해 온 방식에 따라 형성된 시장이 있으니
쉬운 해결책은 없다
뇌가 좋아하는 단계에서 원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결국 마약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태평양 일대의 섬에서 연구하는 폴터크와 로라 벳직에게 들은 섬 이야기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야자나무로 와인을 만들었다
어린 야자나무 끝을 잘라 항아리에 넣어
달콤한 수액을 모은 다음 발효시켰다
와인이 완성되면 섬사람들은 그걸 마시며 즐겼다
그럼 이 마을 추장의 역할은 뭘까?
물론 질서를 유지하고 위엄을 지켜야겠지만
제일 큰 임무는 누군가 만취해 돌아다니며
사람들이나 오두막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와 다른 문화권에서도 약물이나 술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쪽으로 사용하게 된다
물질 남용의 또 다른 측면은 쾌락과 삶의 이면이다
가난한 환경에 사는 사람이 약물 남용에 빠진다는데 맞는 말이다
즐거움을 얻을 수단이 거의 없는 환경이라면
약물의 매력과 중요도는 다른 어떤 것보다 커질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미국 약물남용연구소의 소장 노라 볼코프의 연구진은
중독 경로를 차단하는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대사 조절에 쓰는 신종 비만 치료제가
동기 생성 기전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져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음식이나 마약에서 느끼는 갈망을 꺼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약리학으로 조절 시스템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
심리치료와 사회변화를 결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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