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죽음의 철학) 3강 살해는 왜 나쁜가
위대한 여든두 번째 강연 '죽음의 철학'(시즌3 첫 번째)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AAS) 회원
3강 살해는 왜 나쁜가
살인이 왜 잘못인지에 대해 앞서 설명했던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를 죽이면 그 사람이 미래에 누릴 행복을 빼앗기 때문이다
죽지 않고 오래 살았더라면 누렸을 쾌락을 뺏은 것이다
쾌락은 삶에서 유일한 가치는 아니지만 중요한 가치이다
삶을 계속 살아갈 만하게 하는 요소가 그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를 죽이면 그걸 뺏는 것이다
어릴수록 더 많이 빼앗는 것이다
사람을 고통 없이 죽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집을 비운 사이에 침입해서 차에 독을 타고
그 독이 든 차를 마셔서 아무런 고통 없이 죽더라도 잘못된 것이다
여러분에겐 본인이 원하는 삶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있다
여러분은 행위자로서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취향을 따라간다
즉, 자기 삶을 관찰하거나 삶의 일부를 고민할 수 있다
여러분은 자율적 존재로서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다고 느낀다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여러분이 지향하는 삶을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사람을 죽인다면 그로 인한 결과 중 하나는 미래에 누릴 행복을 뺏는 건데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을 죽임으로써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해변에 가고 싶었고 내년엔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었고
콘서트에도 가고 싶었고 영화도 보고 싶었다
사람을 죽인다면 그런 바람을 무시하는 셈이다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강탈하는 것이다
인간의 자율성을 강탈하고, 무시하고, 침해한 것이다이게 살인이 왜 잘못인지에 관한 아주 중요한 이유 같다
자율성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이다
우리가 그토록 가치 있는 건 우리가 자율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자율성도 존중해야 한다
동물은 확실히 인간보다는 자율성이 적지만
그렇다고 자율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자율성에도 정도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동물의 종류에 따라 자율성은 높거나 낮아지고
그 자율성에 따라 도살도 나빠지는 것이다
자율성이 높은 동물을 죽이는 게 낮은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나쁠 것이다
자율성에도 정도가 있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보고자
아기의 예시를 생각해 보자
갓 태어난 아이에겐 자율성이 없지만 자라면서 나날이
자율성이 강해지고 다양한 취향이 생긴다
동물도 자율적일 수 있으며 실제로도 자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20~30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텐데
동물은 그렇게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
다만 내일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취향은 있다
여러분의 반려견도 취향이 있다
동물도 삶에서 누리고 싶은 것에 대한 각자의 취향이 있으며
인간만큼 자율적이진 않아도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다
동물에게도 자율성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듯이
동물의 자율성도 그와 비슷하게 지켜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 사이에도 다양한 정도의 자율성이 있으니
동물을 죽여선 안 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동물을 죽이면 동물의 자율성과 취향을 침해하고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동물 윤리를 다루는 윤리학에서 논쟁거리이다
동물도 중요하지만 인간보다 덜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유는
(그런 견해개 논쟁적이지만) 실용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동물의 권리를 진지하게 여기라며 사람들을 설득할 경우
이렇게 주장한다면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물도 모든 면에서 인간과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반대로 동물이 전혀 중요치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주어진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라면 대부분 동물이 중요치 않다고 할 것이다
윤리학의 진리를 이해하려면 그 점을 확실히 해 두는 게 중요하다
동물을 진지하게 여기는 쪽으로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자 한다면
제한적 계층주의 접근 방식을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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