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1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죽음의 철학) 5강 자살할 이유가 있을까
위대한 여든두 번째 강연 '죽음의 철학'(시즌3 첫 번째)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AAS) 회원
5강 자살할 이유가 있을까
삶을 포기하는 게 도덕적으로 옳은 경우는 없을까?
자살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이니 자살도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주장이 타당하다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살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사례들도 있다
오히려 칭찬할 만한 경우도 있는데 그 예를 들어 보자
그 결과 본인은 죽겠지만 전우들은 무사할 것이다
그런 행동은 적어도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이 문제는 우리가 '자율적인 존재'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삶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걸 결정할 능력과 관리를 타고난 존재이다
스스로 수류탄 위로 몸을 날릴 때는 자율성을 발휘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성과 동의의 관점에서 모든 자살은 허용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왜냐하면 자살은 당사자가 동의하고 허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자살을 문제라고 보는 대신 괜찮다고 해야 할까?
비록 동의를 통해 부도덕한 행동이 종종 도덕적으로 허용되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조건을 갖췄느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동의는 적절한 상황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어떤 상황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지만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을 세 가지 상황을 말씀드리겠다
자기 삶에 대하여 그런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4살 아이가 여러분에게 '제발 죽여주세요'라고 한다면
그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그런 판단을 할 만큼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죽여달라고 한다면?
즉, 동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당사자에게 결정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의료진은 여러분에게 정보를 준다
정확히 어떤 수술이고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설명해 준다
그런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 동의를 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잘 모르고 있다면 여러분의 동의는 유효하지 않다
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정보를 인지하고서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지갑이나 가방을 달라고 했는데
순순히 넘겨준다면 보기엔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가방을 넘겨주는 데 동의한 이유가
총을 겨누고 협박했기 때문이라면?
여러분에겐 판단 능력이 있고 모든 정보를 파악했지만
지갑이든 보석이든 넘기기로 동의한 건 효력이 없다
자의로 동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즉, 강요와 강압으로 이뤄진 동의는 유효하지 않다
자살해서 남을 살리는 군인의 사례에서 넘어가
일반적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자존감 때문에 자살했다고 해 보자
타인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당사자가 판단 능력을 갖췄고 죽음이 끝이라는 걸 이해하며
타인의 압박도 없이 자살을 결정한 건데
과연 타당한 이유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죽음의 나쁜 면과 박탈 이론을 고려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자살하는 경우에는 타당한 이유를 갖추지 않았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자살한 당사자는 죽음으로써
미래에 누릴 삶의 좋은 요소들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늘 좋을 순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삶이라면
더 오래 사는 게 좋은 일이고 죽는 건 나쁜 일이 된다
박탈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만약 더 오래 사는 것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나쁜 일이라면
지금 죽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거라고 말이다
좋은 걸 박탈당하는 게 아니라 나쁜 걸 스스로 박탈하고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생에 몇몇 나쁜 요소가 있다는 게
자살의 타당한 이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인생에 좋은 일만 가득하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은 없다
나쁜 일들이 생기지만 좋은 일도 충분히 일어난다면
전반적으로 좋은 인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날을 생각할 때 죽는 게 나은 경우도 있을까?
떠올리기 쉬운 예시를 들자면 치명적인 병에 걸린 위독한 환자가 있다
고통스러운 질병인데 치료법을 찾을 희망조차 없다
고통을 없앨 유일한 방법은 진통제에 취해 잠만 자다가
고통으로 잠에서 깨면 또 약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그 환자가 지금까지 멋진 인생을 살았더라도
앞으로 이어질 삶은 전반적으로 충분히 나빠서
더 오래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대부분의 자살을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적절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자살하게 될 것 같다
대부분 자살할 만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착각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눈앞의 문제에 깊이 사로잡히는 바람에
한 걸음 물러나 큰 그림을 바라보고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걸 깨닫지 못하면
자살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삶은 우리에게 많은 걸 선사하기에 그중 일부를 잃더라도
뒤죽박죽인 삶이어도 살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이 중요하다
삶이 너무 나빠져서 자살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전보다 훨씬 상황이 나빠졌지만 여전히 살만한 인생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살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거고
당사자가 자율적인 존재임에도 동의는 유효하지 않으니
이 경우 자살은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흔한 자살 원인 중 하나는 학생들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이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잘못된 판단을 하고 큰 그림을 놓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꿈꾸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꿈꾸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기대했던 승진을 못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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