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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2(대중문화사)1강~3강 요약정리

by 상팔자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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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0 ~)

 

 

EBS 위대한 수업2(대중문화사)1강~3강 요약정리

 

위대한 여든한 번째 강연 '대중문화사'(시즌2 서른아홉 번째)

 

 

도널드 서순 런던대학교 퀸메리 칼리지 유럽 비교사 명예교수

저서 <사회주의 100년> 도이처상 (1997)

저서 <유럽 문화사> 알리시오 인터네셔널상 (2009)

나폴리 평생공로상 (2017)

Acqui Storia Award (이탈리아 문학상) 수상 (2019)

 

 

 

 

 

1강  문화 산업의 탄생

 

 

1800년 이전엔 나라마다 통일된 국어가 없고 문맹률도 높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는 크게 민속문화고급문화로 나눌 수 있었다

 

둘을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우선 문어체로 쓰인 픽션이 존재했다

셰익스피어가 쓴 영어 작품이나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라틴어 작품

그리스 극작가들이 쓴 그리스어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존재했다

성경,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같은 동화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고대 인도의 '마하바라다', 유럽의 '베오울프', 고대 영어와 프랑스어로 쓰인 '롤링의 노래'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구전 문학은 이야기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진다

원문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각색되고 같은 작품이 다양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가 서로 다른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리스의 극작가나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이 연출가나 배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전기 작가들은 가족이나 주변 환경이 예술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양육방식이나 예술가를 롤 모델로 삼은 사람에게서 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작가나 노래를 쓰는 작곡가도 처음엔 독자이자 청자였다

작가도 작가가 되기 전엔 특정한 작가들을 흠모하는 독자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흠모하는 작가를 모방하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나간다

 

 

물론 때로는 급격한 혁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작업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대중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작품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 산업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서 혁신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좋을 수 있다

다행히도 문화계에선 하던 걸 지속하려는 사람과 혁신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늘 균형을 이룬다

'그냥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만들자'라고 누군가 주장하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걸 보여주자!'라고 누군가 반박한다

 

전위 예술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후대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종종 실패하기도 하는데 실패의 쓴맛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분노하면서

후대는 자기를 이해해 줄 거라며 상처를 달래야 한다

 

하지만 전위 예술가가 성공을 거두면 

전위 예술가처럼 용감하진 않지만 그들을 추종하는 영리한 예술가들이

문화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설움을 돈으로 보상받을 길이 열린다

 

혁신적이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화를 창조한다는 건

과거와 결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문화사를 보면 하던 걸 지속하려는 이들과 혁신하려는 이들이 늘 공존했다

 

지난 200년간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달하면서 

소리를 녹음한 음반이 개발되고 영화, 라디오, TV가 등장했다

덕분에 문화가 전례 없이 널리 확산됐지만 

 

문화는 스스로 시장을 형성한다

문화는 소비할수록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진다

특정한 문화 장르에 중독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문화는 스스로를 양분 삼아 끝없이 발전해 나간다

물론 모든 소비는 결국 쾌락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음식, 옷, 자동차, 가구, 전자기기 같은 것

문화 생산자들도 이걸 알고 있다

 

문화 소비자가 소비의 대상을 혼자서만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린 남이 갖지 못한 걸 원하는 동시에 모두가 가진 것까지 원한다

시장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활동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더라도 혼자서 읽으면 재미가 없다

 

 

 

음악, 출판, 영상물, 공연 시장과 미술 시장은 다르다

미술 시장은 아무리 많은 자금이 오가더라도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미술 시장에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 거래되고 

모든 미술품의 가치는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누군가 미술품을 사려고 얼마나 지불할 건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그 액수를 결정하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① 작품의 미래가치

② 전문가들이 평가한 예술적 가치

 

누군가의 추측에 의해 미술품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가 톨스토이의 책은 전문가가 인정한 위대한 작가란 이유만으로

J. K. 롤링의 '해리 포터'보다 비싸게 팔리지  않는다

예산 2억 5천만 달러를 들인 영화든 저예산 영화든 우린 같은 돈을 내고 본다

 

반면 미술품의 금전적 가치는 샀다가 되팔 때의 가격에 좌우된다

다른 문화적 가공물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다

책값이 오를 걸 기대하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사진 않는다

 

 

글쓰기와 인쇄술의 발달은 원문의 변질을 막고

글의 확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유일한 걸림돌은 소비자의 독해 능력이다

글을 읽을 수 없으면 이야기를 즐길 수 없다

중국은 유럽보다 수백 년 전에 인쇄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중국은 가동 활자 인쇄술을 개발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자 때문이다

한자 인쇄는 매우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

종이와 인쇄술이 개발되면서 동아시아지역과 중동, 서구가 연결됐다

세계화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언어, 종교, 문화, 물자가 전파됐다

 

그런데 우리가 픽션이나 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는 정말 서구의 고유한 장르일까?

이야기는 세계 어느 곳에나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 사회에선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천일 야화'나 '겐지 이야기'같은 몇몇 비서구권 서사만 제외하면

소설은 충분히 서양 고유의 장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산문으로 된 긴 픽션이 

유럽에선 19세기부터 점점 인기가 높아졌지만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선 20세기에 접어들 때까지 저급한 장르로 취급됐다는 것이다

 

'대중적'이란 단어와 '통속적'이란 단어는 사실상 뜻이 같다

대부분 언어에서 '대중적'이란 단어는 인기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또한 무언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엘리트가 아닌 민중의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문화의 반대편엔 대중문화가 있고 

진짜 예술의 반대편엔 대중예술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우월 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

대중에게 널리 퍼진 민간요법은 진짜 과학적인 의학과 다르다는 식이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돌아보면 대중문화는 늘 문화 권력을 쥔 자들의 영향을 받았다

 

고급문화하위문화단절된 적은 없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문화 산업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다

문화 산업은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어떤 기술이 발달하면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할 새로운 방법이 함께 생긴다

물론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노동 시간도 중요하다

18, 19세기엔 50세까지만 살아도 장수한 거였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문화를 소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 사람들은 다르다

20대 초반이 되기 전까진 일도 안 하고 대학에 다닌다

취업을 하더라도 주당 40시간 이상은 일하지 않는다

주말에도 쉴 수 있고 2, 3, 4주씩 휴가를 떠난다

60-65세가 되면 은퇴해서 80세까지 살다가 간다

그러니까 인생의 절반은 문화를 소비하며 지내는 것이다

문화 산업의 성장과 여가 시간의 증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것이다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1. 기술

2. 시장

 

 

 

 

 

2강  픽션의 역사(상)

 

 

< 소설과 희곡의 역사 >

 

 

소설은 단편 소설보다 길어야 하지만 관습적인 거지 그게 소설의 정의는 아니다

소설엔 정해진 길이 같은 게 없다

 

독일 작가 괴테는 1774년에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냈다

유럽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절망적인 사랑에 빠진 청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길이는 100쪽 정도로 짧다

 

 

일명 서간체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인데

베르테르가 샬롯테를 사랑하는 마음을 편지 형식을 표현한 글이다

플롯은 정말 단순하다

젊은 베르테르는 샬롯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에겐 이미 알베르트라는 연상의 약혼자가 있었다

베르테르는 샬롯테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겨우 24살이었던 괴테는 이 소설로 유명해졌다

 

젊은 남성들은 베르테르처럼 되려고 애썼고 

심지어 자살을 한 청년도 있었다고 한다

베르테르와 똑같은 옷을 입기도 하고 샬롯테와 동질감을 느끼는 젊은 여성도 생겼다

누군가와 사귀지 않고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스릴을 느꼈다

심지어 젊은 남자가 자살을 할 정도로 자신을 짝사랑했다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걸작인 '전쟁과 평화(1869)'

1812년에 일어난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이 등장한다

그래서 톨스토이도 이게 소설인지 아닌지 헷갈렸다고 한다

소설은 소설인데 역사적 사실이 등장하고 나폴레옹은 실존 인물이니까

완전한 픽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엔 역사적 사실뿐만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도 등장한다

가상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와 실존 인물이 공존하는 것이다

즉 나폴레옹과 러시아 장군 쿠투조프 같은 실존 인물도 등장하고

아름다운 나타샤와 그녀를 사랑하는 피에르도 등장한다

 

두 작품은 차이점이 정말 많지만 둘 다 소설이자 픽션으로 분류된다

소설은 꾸며낸 이야기지만 때로는 모두에게 잘 알려진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했다'거나 

'서울은 한국의 도시다', '지구는 둥글다' 같은 사실 말이다

물론 사실과 다른 내용의 소설을 쓸 수 도 있다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독자에게 '이건 평범한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라면 못 하는 것을 소설가니까 할 수 있다

 

또한 소설은 운문이 아닌 산문 형식이어야 한다

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분명 소설이 아닌 시인데

작품의 구조만 놓고 보면 소설과 똑같다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쳐 귀향하는 이야기인데

그리고 고향에 도착해 아내에게 구혼한 남자를 다 죽인다

시라고 하지만 소설 같다

만약 그리스어로 된 원문을 그냥 산문체로 번역하면

누가 봐도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예브게니 오네긴'은 운문형식이지만 분명한 소설이다

완벽한 한 편의 이야기다

1833년에 '예브게니 오네긴'을 발표한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러시아인들은 영국의 셰익스피어에 비견되는 대문호라고 평가한다

이탈리아의 단테나 독일의 괴테에 비견되기도 한다

 

구약과 신약 성경도 예로 들어보자

성경은 수많은 짧은 이야기가 연결돼 있는 구조인데

대부분 종교 경전이 그렇다

부처와 불교 신자들이 쓴 경전도 그렇고 힌두교의 우파니샤드도 그렇다

일반적인 의미의 소설은 유럽에서 처음 생겨난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이들은 최초의 소설이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라고 한다

제정신이 아닌 노인이 기사도 문학에 심취한 나머지

과거에 사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풍차와 싸우기도 하는 내용이다

돈키호테의 뒤를 따르며 시중을 드는 산초 판사는 주인과 달리 제정신이다

주인은 제정신이 아닌데 하인은 정상이니까

산초의 시선으로 돈키호테를 보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비평 서적에선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가 최초의 소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그보다 10년 전에도 소설을 냈다

'돈키호테'처럼 잘 쓴 소설은 아니었지만 소설은 소설이었다

'라 갈라테아'란 작품인데 작품이 별로라 아무도 안 읽는다

반면에 '돈키호테'는 걸작이다

 

그렇다면 '돈키호테'보다 먼저 발표한 이 소설은

왜 최초의 소설이라 불리지 않을까?

 

문화계의 기득권층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을 정전의 반열에 올릴지 결정하는 건

누군가의 힘과 영향력, 명성이란 것이다

 

물론 나쁜 작가로 분류된 작가의 책도 사람들이 많이 사서 불 수는 있겠지만

그런 작가의 글은 교과서엔 실리지 않는다

몇 세기만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또한 접근성도 중요하다

'겐지 이야기'는 11세기에 발표된 일본 소설로 일본의 귀부인이 쓴 작품인데

서구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니면 모른다

이 작품은 일본의 고어로 쓰였는데 고어는 현대 일본인도 웬만해선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 일본어로 번역된 번역본도 20세기 초가 돼서야 발표됐고 

영어 번역본은 20세기 후반에야 발표된다

 

소설은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서구에서도 오랫동안

저급한 장르로 여겨졌다, 종교 서적과는 다른 취급을 받았다

서양 소설의 확산에 큰 역할을 한 건 1강에서 말했듯이 인쇄술의 발달이다

교육의 확대나 중산층의 성장도 큰 역할을 했고 

몇몇 나라에서 발표된 인기 소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유럽의 베스트셀러들은 결국 다른 나라로도 전파됐는데

 

영국 고딕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들도 인기를 얻었다

공포 소설이라고 보면 되는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한 과학자가 시체를 이어 붙여서 괴물을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소설은 거의 영국의 전문 분야라고 봐도 된다

 

스코틀랜드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작품을 썼다

이중인격을 가진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착한 인격과 나쁜 인격이 대립하는 선과 악의 대결 구조다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귀족은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뱀파이어로 만들어 버린다

1897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처럼 영국 작가들은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공포 소설은 훗날 수없이 영화화됐고

각색과 수정을 거치며 다양한 작품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런 공포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영국이 아니었다

이런 소설들은 민족 문화의 경계를 초월했다

영국인만의 소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작품의 배경도 외국이고 외국인이 등장하고 외국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쓰였다

국경을 초월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고

유럽 문화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야기의 유형에 따라 책의 장르가 분화된다

외계 괴물의 지구 침공이나 인간의 우주 진출을 그린 공상과학소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밝혀내는 범죄소설

공포소설, 그리고 실용서도 있다

자기 계발 법이나 친구를 사귀는 법,

여성을 유혹하는 법, 남성을 만족시키는 법, 요리법을 다룬 실용서

 

하지만 장르를 정의하는 방법은 늘 명확하진 않다

러시아의 명작소설인 도스토옙스키의 '좌와 벌'은

범죄와 범죄자가 등장하고 수사관도 나온다

하지만 범죄 소설로 분류되진 않는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위대한 작가는 범죄 소설을 써선 안 되고

범죄 소설을 쓰면 위대한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강  픽션의 역사(하)

 

 

과거엔 소설을 읽는 독자가 대부분 여성이었다

19세기에 작가란 직업은 여성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였다

음악이나 작곡, 예술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여성이 없었다

예술 학교에 입학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은 집에 앉아서도 쓸 수 있었다

이후에도 라디오나 TV, 영화계는 남성이 지배했다

음악계도 가수를 제외하면 남자들의 세상이었고 

지금도 남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달랐다

여성의 사랑 이야기는 여성이 써야 했다

공상 과학 소설은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써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번역이 발달하면서 문화 강국의 문학 엘리트들이 

고급문화로 인정한 외국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이런 인정을 받으면 독자에게 오래도록 읽힐 수 있었다

하지만 약소국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은 예외였다

소설가들이 사망한 후에도 오랫동안 외국에서 인기를 유지하긴 어려웠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지식인이자 이론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그가 말했다

즉 가능하긴 하지만 영어권 국가 작가보단 힘들단 거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책을 쓰면 영어를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번역도 쉽게 된다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해선 작가의 출생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극작가는 상황이 좀 나았다

노르위이의 입센(인형의 집)이나, 스웨덴의 스트린드베리(하녀의 아들), 

덴마크의 동화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인어공주)도 있다

말괄량이 삐삐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스웨덴이다

인간이 된 나무 인형 이야기인 이탈리아 카를로 콜로디의'피노키오'도 여기 해당된다

 

고전소설은 그 명성이 저자의 삶보다 오래가는 작품을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는 평생 유명해지지 못한다

1, 2년 인기를 얻었다가 사라지는 작가도 많다

죽을 땐 유명했지만, 차마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서 잊히는 작가도 있다

작가로서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선 엘리트 지식인들의 인정을 받아

정전의 반열에 오르거나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얻어야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여기에 해당된다

 

아가사는 에르퀼 푸아로라는 벨기에 탐정을 창조했다

프랑스 범죄소설 작가인 조르주 심농도 여기에 해당된다

심농이 창조한 메그레 경감도 처음엔 문학계 엘리트들에게 무시당했지만

대중에 의해 정전의 반열에 올라 지금껏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희곡은 소설보다 역사가 길다

연극은 고대와 현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 든 문화권에서 상연됐다

사람들이 그리스 희곡에 끝없이 관심을 갖고 

연극이 초연된 이후로도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려 애쓰는 이유는

소재가 다양하고 작품에 편협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인뿐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관객으로 삼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예로 들어보자

한 남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그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걸 모른 채 그를 죽인다

그리고 어떤 도시를 위기에서 구하고 여왕과 결혼하게 되는데

사실 그 여왕은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였다

여기까지 듣고 보면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오이디푸스는 운명의 족쇄를 끊으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예언대로 행동하게 된다

사람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운명론적 이야기는 만국 공통의 주제다

 

또 다른 고대 그리스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로 복수와 질투에 관한 이야기다

아테나 여신과 아폴론 신의 지지로 무죄를 선고받는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덜 중요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걸 보편적 진리라고 볼 순 없지만 어쨌든 복수와 정의라는 주제는 잘 표현돼 있다

 

이처럼 그리스 신화는 위대한 극작가들에게 영감을 줬고 

복음서에 실린 이야기들은 중세 연극에 영감을 줬다

위대한 극작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셰익스피어 희곡 중에 영국이 배경인 작품은 거의 없는데도

셰익스피어가 엄청 영국적인 극작가인 줄 아는 분이 많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문장력은 정말 뛰어나지만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은 순수하게 그가 만들어 낸 게 아니다

'햄릿'의 배경은 덴마크이고 '멕베스'의 배경은 스코틀랜드고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이집트가 배경이다

세계를 무대로 썼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재해석될 수 있었다

19, 20세기엔 유럽의 연극이 발달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작가들이 등장한다

 

노르웨이의 입센(인형의 집), 이탈리아의 피란델로(작가를 찾는 6명의 등장인물),

아일랜드의 오스카 와일드(진지함의 중요성), 조지 버나드 쇼(인간과 초인)

러시아의 체호프(갈매기), 고골(감찰관), 독일의 브레히트(사 푼짜리 오페라)도 있다

 

물론 20세기에 등장한 미국 작가들도 있다

테네시 윌리엄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아서 밀러(세일즈맨의 죽음)가

여기에 해당된다

 

연극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건 19~20세기였다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연극은 아무나 볼 수 있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라도 연극은 볼 수 있다

반면에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책은 비쌌다

일반적인 3부작 소설의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윌터 스콧의 작품을 예로 들자면

기능공이 일주일 동안 번 돈을 다 써야 했다

그래서 소설 하나를 여럿으로 쪼개서 잡지에 연재했다

아니면 유료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유료 도서관은 19세기 전반기 도서 보급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독서 인구가 많은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도서 가격 혁명이 일어나 저렴한 책들이 널리 보급된다

영국에선 1935년에 알렌 레인이 세운 펭귄 북스가 첫 번째 문고본을 출시했다

펭귄 북스의 저렴한 문고본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다

최초의 펭귄 문고본은 신문 가게나 일반 체인점, 심지어 자판기에서도 판매됐다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대부분 국가는 저렴한 문고본 출간을 늘렸다

프랑스에선 아셰트 출판사가 리브르 드 포슈를 선보였는데 직역하면 '문고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출간된 고전 명작들은 날개가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후 1920년대에서 150년대까지 수십 년간은 

프랑스와 영국이 계속해서 국제 도시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곧 미국이 라이벌로 등장해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영문 소설보다 잘 팔리던 프랑스 소설도 인기가 사그라들었고 논픽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남유럽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영국 작가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소설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범죄소설과 동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단순히 픽션만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각국의 역사를 간결하게 설명한 역사서나 종교, 정치 운동을 다룬 책도 잘 팔렸다

시리즈 형식으로 이뤄진 책도 인기를 끌었는데 

각각의 책이 모여 큰 백과사전을 이루는 시리즈도 있었다

 

출판사가 이런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독자층이 커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주로 학생이었는데 인구에서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나날이 늘고 있었다

학생은 많은 양의 정보와 이론을 흡수해야 하지만 두꺼운 책들을 다 읽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실존주의를 공부하고 싶어도 장 폴 사르트르의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여유는 없다는 것이다

'자본론'을 읽지 않고도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고 싶다거나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의 교리서를 다 읽지 않고도 종교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있었다

그래서 논픽션 서적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저렴한 책은 그보다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대부분 싸구려 대중 문학이었다

영국에선 '페니 드레드풀'이라 불리는 소설들이었다

18세기 기준으로 한 권에 1 페니였다

'페니 드레드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통은 무서운 이야기를 다뤘지만

기독교 성인의 삶을 다룬 책도 있었다

즉 폭력과 종교가 팔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19,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고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출판사는 마케팅을 통해 책에 대한 수요를 늘리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출판사가 학교 같은 기관에 압력을 가해서 도서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평론가나 문학지 편집자에게 아부하고 회유하고 뇌물을 먹여서 

특정한 책을 띄우려고 노력했다

다들 이 책을 살 거라면서 채 한 권도 팔리기 전에

이 책이 올해의 베스트셀러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또한 각종 문학상을 만들려고 힘쓰기도 했다

그래서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수많은 문학상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출판사가 늘 옳은 건 아니다

출판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피할 순 없다

결국 출판사도 직감을 믿는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유명 출판사인 갈리마르엔 일명 '독자 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이들에게 자문을 받곤 했는데 독자 위원회가 출판을 반대한 책이 있었다

 

마거릿 미첼이 1936년에 발표한 작품인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독자 위원회는 좋은 소설이 아니라고 반대했지만 갈리마르는 그 의견을 묵살했다

결과적으론 옳았다

1939년에 동명의 영화가 성공을 거둔 뒤 프랑스 번역판이 80만 부나 팔렸다

 

이처럼 문화 산업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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