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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3 (죽음의 철학) 1강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되나

by 상팔자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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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8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죽음의 철학) 1강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되나

 

위대한 여든두 번째 강연 '죽음의 철학'(시즌3 첫 번째)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AAS) 회원

 

 

 

1강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되나

 

 

 

<오늘의 주제>

동물에 대한 도덕적 대우

 

보통 윤리학이라고 하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무를 떠올린다

보통 도덕을 논할 땐 인간을 대하는 방식을 따지면서 이런 질문에만 집중한다

그런데 동물에 대한 도덕적 의무에 대해선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에겐 동물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있다

우리가 그런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인간이 동물과 교류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장 고양이에게 불을 지른다고 상상해 보자

휘발유에 적시고 성냥을 던지자 고양이는 불타오르고 

고통으로 죽을 때까지 괴로운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이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 도덕적으로 불쾌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도덕적으로 불쾌하다'라는 표현

그러한 행동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행위가 합법인지 아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행동이 옳은지 따져보는 건 불법성을 따지는 것과 다른 문제이다

 

잘못된 행동의 유형은 다양하다

남의 집으로 가서 난초를 꽃잎을 뜯는 행위 또한

난초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난초를 제대로 다뤄야 하는 건 꽃 자체가 아닌 꽃의 주인에 대한 의무이다

하지만 남의 팔을 뽑아 버린다면 

'우리 가족이 상처받았으니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상대방에게 잘못했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상대방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를 죽인다면 그 주인에 대한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죽인다고 해도 고양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그 고양이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겐 인간처럼 도덕적 지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양이는 도덕적으로 중요하다

 

동물은 그들 나름의 권리를 갖고 있는데

즉, 동물에게도 도덕적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은 종이와는 다르다

종이를 찢더라도 종이에 대한 의무는 없으니 잘못한 게 아니지만

고양이는 도덕적 지위가 있으니 그렇게 해쳐서는 안 된다

 

이 개념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고양이는 우리에게 도덕적으로 항변할 수 있다

혹은 고양이에겐 해를 입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걸 인정한다면 불을 지른 행동이 잘못된 것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소, 돼지, 쥐, 개, 새, 뱀 모두 마찬가지이다

동물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Q 만약 고양이에게 불을 지를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의 비명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불을 질렀다고 상상해 보자

고양이가 내는 독특한 비명을 좋아한다고 치자

비명을 좋아한다는 이유가 썩 정당한 이유는 아니다

고양이에게 불을 질러선 안 되는 이유가 불을 지르려는 이유보다 강력한 것이다

즉, 그 정도로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물은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동물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욕망이나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다

 

이런 사고방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금세 채식주의에 찬성하게 될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동물 고기를 거부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동물 고기의 맛을 즐긴다

지금까지 말한 주장에 따르면 그 이유는 정당하지 못하다

그저 고기 맛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식용으로 동물을 키우고

죽이는 과정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 번째, 우리는 동물을 먹을 때 어느 정도의 쾌락을 느끼는가?

즉, 소, 돼지, 닭을 먹을 때 얼마만큼의 쾌락을 느끼나?

두 번째, 우리는 식용 동물들에게 얼마만큼 고통을 가하는가?

 

첫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쾌락의 정도만 따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생존을 위해 육식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저 대부분 다양한 채식보다 육식을 선호할 뿐이다

 

소고기를 먹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채식을 하는 대신 고기를 먹을 때는 그저 육식을 선호하는지가 아니라

육식을 '얼마나 더' 선호하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가 동물을 식용으로 키울 때 얼마만큼의 고통을 가하는가

우리가 먹는 동물은 일명 공장식 농장에서 키우는데

'공장식'이라는 단어가 무척 중요하다

동물들은 인도적인 대우를 못 받는다

수많은 상품 중 하나일 뿐이다

공장식 농장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동물을 빨리 키우고 도축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끼 돼지를 낳도록 사육되는 암컷 돼지는

보통 너무 작은 우리에 가둬서 돼지가 몸을 돌릴 공간조차 없다

몇 분이나 몇 시간이 아니라 평생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케이지'라는 닭장은 그 크기가 종이 한 장보다 작은데

평생을 그렇게 산다고 상상해 보라

 

닭장보다 넓은 우리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닭이 워낙 많아서 배설물 속에서 뒹군다

 

이런 현실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

 

우리는 육식 이외에도 쾌락을 위해 동물을 혹사하는데

동물의 고통을 심각하게 여긴다면 그것 역시 정당화하기 힘들다

동물원을 생각해 보라

동물원도 결국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곳이다

종종 철장을 없애려는 번거로운 노력도 하지만 

그래도 동물원의 동물들은 자유를 빼앗긴 채 우리에 갇혀 있다

동물원에선 야생에서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다

동물원의 많은 동물들이 누워 있는 이유가 있다

너무 따분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구경하는 게 즐거울 순 있지만 괴로운 고양이의 비명을 즐긴다는 것과 다름없다

 

동물 실험은 어떨까?

과학자들은 일상적으로 동물 실험을 하는데

동물 실험 자체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이런 부분은 답을 내기가 까다롭다

동물 실험을 통해 특정 약이나 의료 기술을 개발하면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동물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물을 해치는 걸 아예 정당화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예일대학교에서는 과학자들이 동물 실험을 하기는 해도

불필요한 고통을 예방해야 할 의무도 지닌다

동물들에게 적절한 크기의 우리와 먹이를 제공해야 하고

동물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실험 방식이 있다면 반드시 그 방식에 따라야 한다

 

내가 얻을 지식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렇게 자문해 본다면 수많은 동물 실험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동물이 중요하다는 사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동물도 나름의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게 동물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면

인간이 동물과 관계하는 많은 방식이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동물이 중요하다면 동물과 관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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