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1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죽음의 철학) 4강 죽음은 왜 나쁜가
위대한 여든두 번째 강연 '죽음의 철학'(시즌3 첫 번째)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AAAS) 회원
4강 죽음은 왜 나쁜가
우리는 죽음을 나쁜 것으로 여긴다
다들 죽음을 피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죽으면 미래에 누릴 삶의 좋은 요소들을 못 누리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도 그 개념이 중요하지만 결론은 좀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죽음이 나쁜 유일한 이유라고 한다
그럼 대부분 여러분에게 나쁜 일이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만 나쁜 일이 생긴 게 아니라
여러분 본인에게도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이다
실은 그게 남은 사람들이 큰 슬픔에 빠지는 주요한 이유다
이와 같은 죽음의 나쁜 면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철학적인 수수께끼를 하나 주겠다
두통은 나쁜데, 두통을 앓으려면 여러분이 존재해야 한다
배우자와 싸우는 건 나쁜 일인데 싸우려면 일단 여러분이 존재해야 한다
학교 시험에서 낙제를 하려면 여러분이 존재해야 한다
상사에게 나쁜 평가를 받으려면 여러분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죽음이 나쁠 수 있나?
나쁜 일을 겪기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면
죽음이 끝이라서 존재하지 않으면 어째서 죽음이 나쁜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사람에게 왜 죽음이 나쁜지 박탈 이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무언가를 누릴 수 없다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요소가 무엇이든지 간에
죽으면 더는 누릴 수 없다는 게 '박탈 이론'이다
루크레티우스의 주장에 따르면 박탈 이론에 따른 답이 타당하지 않다
죽음이 우리가 겪을 나쁜 일이라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
존재하지 않는 기간은 죽음 이후만이 아니라 또 있다
죽음이라고 하면 육체가 죽은 후라고만 하는데
실은 태어나기 전에도 육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나기 전 무한히 긴 시간 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긴 시간을 떠올린다고 속상하지 않다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루크레티우스도 속상해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죽고 난 후의 기간도 속상해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 죽음이 나쁘다고 믿지만 그건 착각이다라는 것이 루크레티우스의 주장이다
루크레티우스의 주장은 흥미롭지만 온전히 납득하긴 힘들 것이다
루크레티우스의 말대로 두 기간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면
태어나기 전이 나쁜 게 아니니까 죽은 후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 대신
죽은 후에 존재하지 않는 기간은 나쁜 거니까
태어나기 전의 기간에 대해서도 속상해해야 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다
두 기간의 차이는 뭘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엔 아이스크림을 먹고 노을을 보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젠 뭘 놓치게 될지 잘 알기에 죽임이 더 나쁜 거라는 것이다
제법 설득력 있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때론 이런 주장도 나온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의 좋은 요소들은 죽으면 누리지 못하고
잃어버리게 될 텐데 그건 나쁜 일이다
하지만 태어나기 전에도 삶의 좋은 요소들을 누리지 못한다
그것들을 박탈당하긴 했어도 잃어버린 건 아니다
그게 두 기간의 차이니까 각기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말은 한때는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게 없다는 뜻이다
그게 태어나기 전의 기간에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태어나기 전에는 좋은 것들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아직 갖지 않았다고 치자
그럼 왜 뭔가를 잃어버리는 게 아직 갖지 않는 거보다 나쁠까?
루크레티우스의 수수께끼를 확실히 풀기 위해선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다, 특히 시간의 방향에 대해서
누구나 시간이 특정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인식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른다
시간은 그런 측면에서 대칭적이지 않다
과거와 미래는 대칭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는 방향은 대칭적이지 않다
시간의 비대칭성을 살펴본다면 답을 찾을 수 도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죽음 이후의 박탈은 중요하고도 나쁜 거지만
어째서 탄생 이전의 박탈은 중요치 않은지 대해서 말이다
정확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단서는 얻었다
이를 통해 루크레티우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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