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2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종이의 건축가) 4강 건축가는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될까
위대한 여든다섯 번째 강연 '종이의 건축가'(시즌3 네 번째)
반 시게루 건축가
1997 일본 올해의 젊은 건축가상
2001 세계건축대상(미국)
2004 프랑스 건축아카데미상
2014 프리츠커상
4강 건축가는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될까
처음 10년간은 실무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그 후부터 주변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축가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건축가라는 사실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늘 도움을 준다
그에 비해 건축가는 굉장히 쉽게 돈을 버는 직업이다
집 건축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부유하며
삶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건축가라는 직업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사와 변호사보단 편한 장사다
무슨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고객들 대부분 정치적 권력과 부를 지닌 사람들인데
정치적 권력과 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를 고용해
장대한 기념물을 세우게 해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사회에 과시하려 한다
그런 기념비적인 건물을 만드는 것이 싫은 건 아니지만
특권층만을 위해 일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서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건축가가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때에 많은 재난이 닥쳤다
자연재해, 인간이 초래한 재난 등
1994년 르완다의 투치족과 후투족이 벌인
내전으로 대학살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난민 200만 명이
인근 국가로 대피한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우연히 르완다 근황이 소개된 잡지를 읽었고
난민촌의 끔찍한 상황이 담긴 사진을 봤다
유엔난민기구에서는 텐트를 숙소로 제공했다
그때까지 아프리카가 늘 따뜻한 줄 알았는데
우기에는 기온이 상당히 낮아지므로
우기에 따뜻하게 지내려면 텐트로는 부족하다
그런 환경에서는 의료 지원도 소용없다
유엔 측에 난민용 주택을 개선하자고 제안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장 제네바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사무실을 찾아갔다
다행히 거기서 난민주택을 담당하던
독일인 건축가를 만났고
재생 종이 관을 사용해 구호주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200만 명이나 되는 난민들의 임시주택을
나무를 베어 짓다보니
온통 숲으로 덮여 있던 이 지역의 나무가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난민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유엔 측은 벌목을 막으려고
알루미늄 관을 제공했다
그런데 르완다에서 알루미늄 관은 비싼 값에 팔린다
난민들은 알루미늄 관을 팔아 치우고 계속 나무를 베었고
벌목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그때 종이 관을 쓰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더욱 편한 구호주택을 만들고 싶었는데 유엔 측에서 반대했다
구호주택이 편하면 난민들이 오래 머물 수 있다면서 말이다
유엔은 난민들이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구호주택 한 채 당 겨우 50달러의 예산만 나왔고
지나친 벌목을 막기 위한 종이 관으로 만든 집을 지었다
건축 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했다
난민촌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시트도
모두 한국 기업에서 만들었다
이 모든 걸 한국에서 세트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한국 기업을 찾아갔다
비닐과 종이 관, 플라스틱 접합부까지
세트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한국 기업에서 만든 완전한 구호주택 제작 세트를
르완다 근처 '룸바' 캠프에 가져가서 조립했다
난민들의 생활환경이 아주 편해질 수는 없었지만
알루미늄이나 나무가 아닌 제3의 재료인 종이 관을
사용해 주택을 만들었다
1995년엔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로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
당시 어느 기사를 보니 (일본에 정착한) 베트남 난민들이
다카토리 성당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베트남 난민들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고베시에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학교 및 직업 교육을 제공했었다
이들이 일본인 피해자들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해
다카토리 성당을 찾아갔다
지진과 화재로 건물이 파괴된 상태였다
일요일에 사람들은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신부님께 종이로 성당을 재건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믿어 주시지 않았다
맑은 날에는 찜통이 되고 비 오는 날에는 푹 젖어 버렸다
정부는 재해주택을 건설하고 있었지만
고베시의 인구가 많은 관계로 교외 지역에 짓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고베시 내에 신발 공장에서만 일이 있으니까
교외 지역에 살면 출퇴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원에 텐트를 치고 끔찍한 환경에서 생활한 것이다
공원 근처의 일본인 주민들은 그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공원이 빈민가로 변해 버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아 종이 관과 맥주 상자로 가설주택을 지었다
학생들의 도움만으로 가설주택을 지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 가설주택에서 4년 정도 생활했다
그러자 신부님도 신뢰하게 됐고
종이로 임시 성당을 짓기로 했다
길이 10m, 폭 15m의 작은 성당이었다
신부님은 몇 년 정도만 사용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이 성당은 고베의 상징이 되었다
결혼식과 공연, 영화 상영, 지역 회의가 잔행 됐다
고베의 재건을 상징하는 건물로 10년간 사랑받았다
이후 영구적인 성당 건물을 설계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그때 대만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 종이 성당을 대만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런 일을 겪으니 무엇이 임시적이고
무엇이 영구적인지 의문이 들었다
도쿄나 서울 같은 도시에선
거대한 상업용 건축물을 지었다가 철거하기도 한다
콘크리트를 이용해 지은 건축물이라고 해도
돈을 벌기 위한 상업 건물은 임시 건축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성당처럼 사랑받는 건물은 종이로 지었다고 해도
영구적 건축물로 남을 수 있다
2001년에는 인도 서부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가설주택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현지의 직물 업체에서 종이 관을 구했다
천을 만들어 종이 관에 감아서 직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종이 관을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없었던 재료는
플라스틱 맥주 상자였다
이곳 사람들은 맥주는 물론 술을 아예 안 마신다
현지 건축가는 콜라 상자를 쓰자고 제안했지만
콜라 상자의 진한 붉은색이 이곳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도의 전통적 방법으로 기초와 바닥을 만들어
학교와 주택에 사용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몇 달 전에
중국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게다가 지진 피해 지역에는 부실한 건축물이 많았다
학교가 무너져 내려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곧바로 가서 가설주택을 지을 생각이었는데
현지에서 가설주택 대신 교실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종이 관과 목재 접합부로 만든 학교는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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