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2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4강 가해자는 괴물인가
위대한 여든여섯 번째 강연 '인간 이하의 존재 '(시즌3 다섯 번째)
데이비드 L. 스미스 철학자
뉴잉글랜드 대학교 철학과 교수
애니스필드-울프상 논픽션 부문 수상(2012)
글로벌 협력 위원회 대량 학살, 홀로코스트 자문 위원장
4강 가해자는 괴물인가
지금 우크라이나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을 비인간화하며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을 기생충이라며
전쟁은 고양이에게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돼지, 악마 숭배자, 괴물이란 말도 했다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의 비인간화가 이루어졌다
로힝야족은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이다
로힝야 남성들은 극단주의 불교 승려들의 표적으로
마귀, 해충의 환생이라며 비하당했다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난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인 형태의
비인간화 사례는 집단학살로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단순히 동물로만 취급된 게 아니다
그런 표현에서 끝나지 않고 곧잘 괴물과 악마에 비유됐다
여기에 괴물은 없다
괴물은 본래 자연에 속한 게 아니다
상대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의 본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물 따위에 빗대는 게 비인간화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늑대인간'
'늑대인간'은 늑대한테 물린 착한 남자가
보름달이 뜨면 의지와 상관없이 늑대로 변해 사람을 죽인다
늑대인간을 인간적으로 그린 영화이다
1941년은 홀로코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였다
영화엔 재밌는 배경이 있다
'늑대인간'의 각본가 커트 시오드맥은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이다
작가 겸 영화감독을 하다가 도망쳤다
히틀러의 선전부에서 유대인 작가의 책 출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예산 공포 영화 각본을 쓰며 할리우드에서 유명해졌다
그중 최고 걸작은 '늑대인간'이다
독일에서 유대인의 표식이었던 '다윗의 별'을
비유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영화에서 첫 번째 늑대인간은 로마 사람이다
이쯤 되면 추측이 아니다
게다가 본인도 인정했다
커트 시오드맥은 괴물 같은 존재로 취급받은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늑대인간'으로 각색한 것이다
나치의 선전물, 그중에서도 특히 시각 매체는
유대인, 특히 유대인 남성을 표현할 때
단순히 쥐 같은 동물로만 비유하지 않는다
물론 선전물에는 쥐가 나오지만
항상 쥐와 인간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한 선전 포스터에는
'쥐다, 박멸하자'
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무서워하기도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가 달린 쥐라면?
인간 같은 몸을 하고 서 있는 쥐라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무섭다
그건 괴물이기 때문이다
글로 된 선전물에도 비슷한 이미지가 나온다
유대인을 단순히 쥐나 이가 아닌
괴물, 악마 같은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한다
괴벨스는 유대인을 이렇게 말한다
어째서 비인간화된 사람들이 인간으로 취급되는 걸까?
어째서 비인간화된 사람들이 열등한 동물을 넘어
괴물 취급까지 당하는 걸까?
'괴물 이론'이라는 연구 분야가 있다
대부분은 문학이나 영화에 대한 비평이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철학적 분석의 글이 있다
괴물의 조건에 대한 것인데
노엘 캐럴이라는 철학자가 공포 소설에 관해 쓴 글이다
괴물은 두 가지 특성이 있다
1. 괴물은 물리적으로 위협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물리적으로 위협적인 건 흔하다
(독사, 회색곰, 연쇄살인범 등)
그래서 물리적으로 위협적인 것만으로는 공포의 괴물이 될 수 없다
2. 괴물은 형이상학적으로 위협적이어야 한다
형이상학적으로 위협적인 건 불가능한 존재이다
이상하고 기괴한 조합이어야 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어야 한다
좀비는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존재이다
썩어가는 시체지만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
좀비는 반은 죽고 반은 산 게 아니다
좀비는 완전한 시체인 동시에 완전히 살아서 돌아다닌다
철학계에서 세상을 분류하는 기준인
'형이상학적 경계'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건 사람에게 있어 매우 불길하고 위협적인 것이다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느낌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비인간화할 때
상대를 위험한 괴물, 악마, 악의 화신이라고 생각한다
악의 화신은 제거돼야 하니까
무슨 짓을 해도 가혹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비인간화된 사람들은
곧잘 괴물 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마치 늑대인간처럼 완전히 인간인 동시에
비인간으로 여거지는 것이다
이것을 괴물의 문제라고 부른다
우리는 종종 히틀러나 스탈린, 괴벨스 같은
참극의 가해자들을 괴물로 치부하려 한다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재판 중의 살인자를
자주 괴물로 취급하고 괴물로 표현하는데
그건 잘못되고 위험한 생각이다
세상에 괴물은 없기 때문이다
괴물은 허구다
그럼 우린 왜 스탈린 같은 사람을 괴물 취급 할까?
비인간화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상대가 잘못했으니 괴물이라고 부르면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그들을 비인간화하고 괴물로 특정 짓기 때문이다
우린 그들과 거리두는 일에 가담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과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타자, 외계인, 우리가 아니라고 말이다
우리는 그런 범죄자들을 거울로 삼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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