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2강 가해자는 어디에서 만족을 얻는가
위대한 여든여섯 번째 강연 '인간 이하의 존재 '(시즌3 다섯 번째)
데이비드 L. 스미스 철학자
뉴잉글랜드 대학교 철학과 교수
애니스필드-울프상 논픽션 부문 수상(2012)
글로벌 협력 위원회 대량 학살, 홀로코스트 자문 위원장
2강 가해자는 어디에서 만족을 얻는가
비인간화란 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치부하는 일이다
어떻게 같은 인간종인데 진짜 인간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을까?
< 비인간화를 일으키는 심리적 원리 >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치부하게 되는지 알아낸 바가 있다
비인간화의 가장 큰 의문점은 이것이다
강의를 듣는 여러분을 나치라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짜배기 골수 국가사회주의자이고
강연자가 유대인이라고 치자
나치 선전에 완전히 넘어간 여러분은 강연자를
하위 인간 '운터멘시'라고 생각하게 된다
겉모습은 여러분이 인간이라고 믿는 존재와 똑같다
옷도 입었고 비 오면 우산을 쓰고 매일 신문도 읽는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데 어떻게 '하위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나?
1215년경 로마 가톨릭교는 새로운 공식 교리를 지정했다
성찬식 때 먹는 빵은 진짜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이다
정확히는 그리스도의 육신이 모든 성찬식용 빵에
들어있다는 교리이다
예수는 1세기 팔레스타인의 유대인으로
당시 유대인들은 빵처럼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방식을 바꿨더니 그런 이상한 교리도 받아들여졌다
성찬식용 빵은 그냥 빵처럼 생겼지만
그 진짜 정체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새 교리 때문에 음모론이 생기기도 했다
유대인들이 성찬식용 빵을 훔쳐 고문한다는 거였다
예수를 다시 한번 죽이기 위해서였다
이 음모론 때문에 유대인들은 기독교도들에게
박해당하고 유럽에서 추방당했다
이러한 심리 현상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미 많이 해명됐다
나치인 여러분이 유대인인 강연자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심리도
성찬식용 빵을 진짜 그리스도의 몸으로 봤던
중세인들의 심리도 많이 해명됐다
그런 심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심리학적 본질주의라고 한다
'본질주의'는 역사가 긴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천 년 전 그리스어에서 로마어로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에서 유래했다
본질주의는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데
심리학에서 쓰이는 '심리학적 본질주의'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심리학적 본질주의는 인지 편향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강력한 인간 심리 기제로 1989년부터 연구돼 왔다
'심리학적 본질주의'라는 용어는
심리학자 메딘과 오토니가 만들었다
철학자들은 경향이라고 하는 건데
세상 생명들을 종류에 따라 나누고자 하는 걸 뜻한다
철학자들은 이를 자연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식물, 동물 같은 생명을 볼 때 일단 종에 따라 구분한다
인류학자들은 세상 사람 모두가
생명체를 종 또는 그 비슷한 기준으로 나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본질주의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자연종으로 분류할 때
그 개체를 나름의 존재로 만드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겉모습은 단순한 표시라는 것이다
하나의 생물학적 범주에 속한 구성원들은
관찰할 수 없지만 함께 공유하고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그걸 '본질'로 연결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본질에 따라 세상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
이 논리에는 존재의 겉모습이 본질을 헷갈리게 한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
다시 말해 어떤 개체가 특정 자연종의 본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인간을 어떻게 '하위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이 개념과 이어진다
나치인 여러분이 유대인인 강연자를
인간 이하로 취급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심리학적 본질주의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겉모습만으로는 본질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겉보기에 인간과 비슷하고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은 하위 인간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하위 인간' 아라는 표현을 쓸 땐
높고 낮음, 위계의 개념이 전제된 것이다
'하위 인간'이란 곧 인간 밑의 무언가이다
다양한 존재가 위계에 따라 나뉜다는 개념을
역사가들은 존재의 대사슬이라고 부른다
존재의 대사슬에 관한 책이 하나 있다
1930년대 아서 러브조이라는 철학자가 쓴
'존재의 대사슬'(1936)이다
그는 고대 후기 철학자들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기반해
세상을 거대한 위계 구조로 나눴다고 한다
고등한 존재는 위에 열등한 존재는 밑에 있다
가장 완전한 존재인 신은 맨 꼭대기에 있다
신 밑에는 대천사, 천사, 그리고 우리 인간이다
러브조이는 위계 구조가 유럽 특유의 모델이라며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사라졌다고 했다
마지막 두 주장은 틀렸다
위계적 사고 방식은 전 세계에서 나타난다
아프리카 철학, 중국 철학이나 인도 철학에도 있다
위계는 흔한 개념으로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방에 모기 한 마리가 앵앵대며 날아다녀서 잡았다고 치자
왜 생명을 살해했냐고 물으면
그냥 모기인데 왜 그러냐고 할 것이다
세상을 위계로 나누는 사고방식은
어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다는 문제다
우리 인간은 번영하고 살아남기 위해
생명을 죽여야 한다
존재의 대사슬이라는 거대한 계급 구조를 받아들이면
죽여도 되는 생명이 생긴다
채식주의자도 양배추와 당근을 죽인다
채소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해 착취해도 되는 생명이 생긴다
생명을 위계로 나누면 하위 인간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위계성을 띤 존재의 대사슬 개념은 진화론은 아니다
문제를 설명하기 이해 사람들이 만든 답일 뿐이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수렵 채집 사회에서 벗어나 정착했다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많은 인구가 한곳에 정착하자
사회적 계층화가 발생했다
사회 구조에 높낮이가 생긴 것이다
상류층과 하류층, 귀족과 노동자로 구분해
세상에 적용한 것이다
사회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려던 것이다
이런 개념들을 종합해 비인간화를 설명하면
타인이 위계 조직에서 본질적으로 열등한 층에 속한다고 치부하면
그건 비인간화하는 짓이다
위대한 수업 Great Mind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전세계 최고의 지성을 한 자리에!
home.ebs.co.kr
EBS 1TV 월~금 23:40 ~ 24:00 (본방)
EBS 1TV 토 24:45 ~ 26:15 (종합) / EBS 2TV 금 24:00 ~ 26:00 (종합)
'상식과 지식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4강 가해자는 괴물인가 (0) | 2023.10.03 |
---|---|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3강 인간 이하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 (0) | 2023.10.01 |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1강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0) | 2023.09.29 |
EBS 위대한 수업3 (종이의 건축가) 6강 종이의 집을 소개합니다 (0) | 2023.09.27 |
EBS 위대한 수업3 (종이의 건축가) 5강 종이로 만든 난민 대피소 (0) | 2023.09.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