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7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인간 이하의 존재) 1강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위대한 여든여섯 번째 강연 '인간 이하의 존재 '(시즌3 다섯 번째)
데이비드 L. 스미스 철학자
뉴잉글랜드 대학교 철학과 교수
애니스필드-울프상 논픽션 부문 수상(2012)
글로벌 협력 위원회 대량 학살, 홀로코스트 자문 위원장
1강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 '비인간화' 현상 >
인류가 심각한 기후 변화를 앞둔 지금
비인간화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처럼
인구 이동이 일어나면 외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린다
오늘 아침 튀르키예인의 인터뷰를 봤는데 아랍인에 대해 말했다
(여기서 아랍인이란 시리아인이다)
외국인을 해충이나 침략자 질병에 빗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난민 문제만 봐도
비인간화의 대응 방식을 알 수 있다
기후 변화가 계속되면 지금 겪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난민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국가가 물에 잠기면 수많은 난민이
옆 나라로 넘어가거나 그런 시도를 할 것이다
옆나라 자원은 한정돼 있고 주민들은 두려워할 것이다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고 인프라가 무너질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현상은
비인간화로 인해 점점 심해질 것이다
비인간화의 정의는 쉽지 않지만 꼭 해야한다
아주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계속하기에 앞서 정의를 정확히 설명하겠다
'치부한다'는 것은 비인간화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인간 이하'의 존재는 하위 인간으로 열등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동물이 아니라 '존재'라고 말했다
물론 사람은 타인을 비인간화할 때 바퀴벌레, 돼지, 쥐 같은
짐승에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비인간화'를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타인을 괴물이나 악마로 보는 것이다
비인간화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모두 조건만 갖춰지면 비인간화라는
위험하고 파괴적인 일에 동참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모두는 비인간화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비인간화'가 작동하면 인간은 타인에게 아주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집단 학살과 노예 제도, 전쟁과 대규모 살인, 박해가 벌어진다
비인간화 사례 1) 르완다 대학살(1994)
약 3개월간 후투족 극단주의자들이 투치족 80만 명을 살해했다
많은 사람들이 벌목도에 베이거나 둔기에 맞아 죽었다
동시에 피해자인 투치족에 대한 비방 선전도 진행됐다
학살 가해자 중 엘리 응가람베라는 남성은
정치학자 대니얼 조나 골드헹건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몰랐다
의식이 기묘하게 변질된 상태였던 것이다
비인간화 사례 2) 홀로코스트
나치는 유대인을 '운터멘시(Untermenschen)라고 주장했다
독일어로 '하위 인간'이라는 뜻이다
선전물인 '데어 운터멘시', 하위 인간에는 이런 말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또 다른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군사 잡지 '레더넥'에는
일본인은 '이'나 다름없으니 박멸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같은 달 미국은 일본 도쿄를 폭격했고
이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도 투하했다
린치 현상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아프리카계 흑인들에게 자행된 처형과 고문 행위로
미국에서 1870~1940년대까지 행해졌다
린치 사례는 4천 건도 넘는다
TV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린치와 실제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현실의 린치는 공개적인 큰 행사이다
'비인간화'의 정의에 다르면 '비인간화 행위'라는 건 없다
비인간화로 발생한 폭력, 억압, 잔혹 행위를
'비인간화 행위'란 말로 설명하면서
파생적인 의미로 넓게는 사용할 수 있지만
둘을 혼동해선 안 된다
사람은 아무런 행위 없이 비인간화를 저지를 수 있다
미국의 흑인 린치 구경꾼들은 폭력 없이
피해자를 비인간화하고 있었다
앞서 제시한 사례 외에도 린치 사례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어떻게 남자, 여자, 아이가 떼로 모여
인간이 고문당하고 산 채로 화형 당하는 걸 지켜볼 수 있을까?
시신이 차갑게 식으면 달려들어서
뼛조각이나 불에 구워진 내장 같은 기념품을 찾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린치의 비밀은 당시 기록에 남아 있다
당시 신문을 보면 피해자가 어떻게 표현됐는지 알 수 있다
린치 피해자는 보통 짐승이나 괴물, 인간의 모습을 한 금수로 묘사됐다
비인간화는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다
몇 년 전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을 비인간화하며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을 기생충이라며 전쟁은 고양이에게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과 같다고 선전한다
돼지, 악마 숭배자, 괴물이란 말도 했다
비인간화는 이런 유혈 사태의 원인이 아니다
비인간화는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대학살의 원인이 아니다
하지만 일종의 부채질이다
비인간화 때문에 잔혹 행위가 쉬워진다
공격성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비인간화가 금지된 공격성을 풀어주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당함을 넘어 도덕적 의무라고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지킨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인두겁을 쓴 짐승, 괴물, 악마, 악의 화신들에게서 말이다
자신이 언제나 옳다고 믿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인간화 사상에 빠져 버리는 순간
우리가 '정의'고 '선'이고 '미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손에 피를 묻히고 끔찍한 만행을 저질러도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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