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위대한 수업 4 퀜틴 스키너 (마키아벨리 강독) 1~4강
위대한 백서른 여덟 번째 강연 '마키아벨리 강독' (시즌 4 열여덟 번째)
퀜틴 스키너 (Quentin Skinner) 지성사학자
런던퀸메리 대학교 교수
영국 아카데미 펠로우 선정(1981)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펠로우 선정(1986)
(2025. 02. 05. 방송)
1강 군주론: 군주에게 보내는 경고
마키아벨리의 삶과 군주론의 탄생 배경
마키아벨리는 유럽 정치 이론 저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영어에는 '마키아벨리적인(Machiavellian)'이라는
형용사도 있다
이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덕 원칙보다 편의를 우선시하고 교활하며
이중적인 행동양식이라고 정의돼 있다
마키아벨리가 이런 평가를 받을 사람일까?
그는 저서에서 정치윤리와 실천에 대해
어떤 말을 했을까?
※ 니콜로 마키아밸리(1469~1527)
이탈리아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는 1469년 5월 피렌체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498년, 그가 피렌체 정치계에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그에 관해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1498년 초 피렌체에선 수도사인 사보나롤라가
장악했던 정부가 물러나고 새 공화정 체제가 들어섰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겨우 29세였고
공직을 맡은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도 피렌체 공화국의 제2장 관직에 임명되고
'10인 위원회'라 불리는 외교위원회의
서기장이 됐다
그로부터 거의 15년간 공직 생활을 지속했다
마키아벨리는 10인 위원회를 대표하는
외교 사절로 여러 번 파견되기도 했다
마키아벨리는 중요한 정치 지도자도 많이 만났다
그중 몇몇은 역시나 그의 저서에도 등장한다
1500년 그의 초기 임무 중 하나는 프랑스 왕
루이 12세를 만나는 거였고 1503년과 1506년에는
교황 율리우스 2세도 만났다
이듬해에는 신성 로마 제국의 막시밀리안 황제와
면담했다
즉 당대 유럽 최고의 통치자들과 직접 만나
대화했던 것이다
그러다 1512년, 마키아벨리는 갑자기
공직에서 물러난다
그 전년도인 1511년 교황이 프랑스군을 이탈리아에서
몰아내기 위해 스페인 국왕과 동맹을 맺었는데
이 전쟁에서 교황의 목표는 프랑스의 전통적
동맹인 피렌체였고 결국 피렌체는 1512년 9월에
항복하고 말았다
☞ 1494년 프랑스의 침공으로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메디치 가문
☞ 1512년 스페인 군대가 프랑스를 몰아낸 후
피렌체의 지배권을 되찾다
1490년대까지 피렌체를 통치하고 있었던
메디치 가문은 공화정이 무너지자 피렌체를
다시 장악했다
이때 마키아밸리는 장관직에서 해임됐을 뿐 아니라
새 정부에 대한 음모에 가담했다는 모함을 받아 체포됐다
투옥된 후 끔찍한 고문을 받았지만 1513년 초
사면되어 풀려나 피렌체 남부에 있는
가족 농장에서 살았다
파면된 이후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새 지도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1513년에 쓴
유명한 정치 이론서 <군주론>이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아주 짧은
한 문단으로 시작한다
그의 중요한 정치적 주장 두 가지를
소개하는 문단이다
첫 번째는 정치 이론가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가
'국가'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첫 문장에서
이렇게 명시했다
"권력을 갖는 것은 국가이지 통치자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개념을 아주 현대적인
용어로 정리한다
국가: 정치가 이루어지는 독립적이고 정치적인 실체
마키아벨리가 바로 이어서 도입하는 주장은
모든 국가는 군주국이거나 공화국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형태는 단 두 가지뿐이며 공화국에 살아야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군주정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었다
<군주론>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군주제에 대해서만 다룬다
그리고 2장에 가서야 주제에 돌입한다
1장부터 11장은 통일성을 띤다
여기서 마키아벨리는 다양한 군주제의 유형과
그것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한다
마키아벨리는 가장 먼저 세습 군주국에 대해 언급하는데
여기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한다
이런 체제도 잘 이끌지 못하면 무능한 거라고 말한다
그다음은 복합 군주국에 대해 설명한다
한 군주가 새로운 영토를 병합한다고 해보자
이때 병합되는 영토는 기존에 군주국이었거나
공화국이었을 것이다
원래 그곳이 군주국이었다면 통치가 쉬울 것이다
이전 군주가 완전한 통치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공화국을 정복하는 건 아주 어렵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썼다
"공화국 시민들은 더 큰 활력, 더 많은 증오,
복수에 대한 더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제안한 단 한 가지
안전한 선택지는 새 통치자가 반드시
새로운 영토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이 좋아서, 운이 따라서, 범죄에 의해서,
선거를 통해서, 그리고 우스갯소리지만 교황이
됨으로써 통치자가 될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의 분석엔 숨은 의도가 있는 걸로 보인다
그 의도는 마키아벨리에게 아주 중요했다
그가 정말 하려던 말은 <군주론>을 쓰던 당시
피렌체의 정치 상황일 것이다
메디치 가문이 다시 피렌체를 통치하기 시작한
1512년, 그들은 거의 20년간 추방됐다 돌아온 후였다
사실상 삶의 대부분을 민간인으로 지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돌아온 도시는 그동안 자치공화국이었다
즉 마키아벨리의 분석에 따르면 메디치 가문이
맞닥뜨린 그 상황은 군주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힘들고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권력을 되찾은
메디치 가문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군주론> 초반부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마키아벨리가 복귀한 메디치 가문의 위험한 행동에
보내는 경고이다
군주의 자질
마키아벨리는 노골적으로 묻는다
국가를 유지하려면 군주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 말하는 국가는 군주의 지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국가 자체를 의미한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군주란 일반적으로 남성이다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얘기할 때
이탈리아어로 '비트루'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비르(vir)'에서 온 것이다
'남성적인(virile)'이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당시 남성적 역할로 여겨졌을 법한
존재로 묘사한다
군주가 이탈리아를 치료할 의사라고 하면서
다친 곳을 살펴 상처에 붕대를 감고 건강을
되찾게 해야 한다고 썼다
마키아벨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군주론>의
독자들에게 책 속의 군주가 메디치 가문을
가리킨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다
이탈리아어로 의사가 바로 '메디치'다
즉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가장
집중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국가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건강하게 지키려면
군주에게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첫 번째 자질은 군사적 전문성이다
그는 제대로 된 군대 없이는 제대로 된 법도
없다고 했다
정치적인 안정과 성공을 위해선 군사력을
잘 이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기본 사항을 덧붙인다
첫째, 좋은 군주는 병력을 자신의 백성으로 채운다
이 주장은 당시 이탈리아의 전쟁 방식에 반하는 것이다
도시와 궁정 생활이 점점 세련돼지면서
군주들은 병력 모집을 포기하고 용병이나 외부 원군에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병은 쓸모없고 위험하며 이탈리아가 몰락한 것도
수년간 용병에 의존한 탓이라고 했다
빌려온 원군은 더 문제가 많다
그들이 전투에서 져도 문제지만 이긴다면
군주는 그들이 충성하는 외국 군주의 자비에
내맡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군주는 자신을 군인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군주가 군대를 직접 이끌어야 한다
조반니 폰타노는 <군주론>이라는 동명의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백성에게 사랑받는 군주는 군대가 필요 없다"
마키아벨리는 이에 대해 말한다
"그런 정책은 국가의 몰락을 가져온다"
그리고 전쟁의 방법과 절차가 모든 군주의
기본 관심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를 유지하려면 군주는 어떤 도덕적, 사회적
자질을 수양하고 실천해야 할까?"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썼다고 했다
마키아벨리가 무엇보다 더 많이 참고한 것은
군주의 덕목에 관한 세네카의 논문과
도덕적인 삶의 방식에 관한 키케로의 저서
<의무론>이다
세네카와 키케로는 '비르투스'
즉 덕목이라는 단어가 남자를 뜻하는 라틴어 '비르'를
의미한다고 봤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된 남자, 남자다운 남자를
의미한다고 했다
세네카와 키케로의 책에서 '비르'
즉 진정한 남성은 독특하면서도 연결된
세 가지 자질을 가진다
첫째로 군주는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지혜, 정의, 용기, 절제
하지만 진정한 남자는 몇 가지 다른 덕목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은 이것을 특별히
군주적인 덕목이라고 했으며 키케로는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정직'이라고 했다
언제나 명예롭게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키케로는 이것이 정의의 근본이자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며 '페디스 시트 세르반다'
(Fides Sit Servanda)
즉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짐승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남성이라면 언제나 추론하고 논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사기를
치지 말아야 한다
키케로에게 사기나 폭력은 짐승이나 쓰는 방법이었다
폭력은 사람을 사자 수준으로,
사기는 사람을 여우 수준으로 끌어내려
둘 다 인간에겐 어울리지 않는 자질이라고 했다
키케로는 두 가지 덕목을 추가했고
이는 후에 군주의 덕목으로 여겨졌다
첫째는 자비로움이다
세네카는 <관용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논문도 출간했다
세네카는 잔혹함을 폭군의 자질로 봤다
그러니 진정한 군주는 그런 악덕을 피해야 한다
두 번째 군주의 덕목은 관대함이다
심지어 정의보다 더 훌륭한 덕목이라고 했다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과도하게 행동해선 안 되고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고 썼다
세네카는 <은혜에 대하여>에서 이 논의를 발전시켜
이렇게 말했다
"관대함은 사회를 하나로 묶는 유대감을 형성한다"
마키아벨리는 바로 이러한 고전적 정치사상을
검토하는 데 <군주론>의 절반을 할애했다
(2025. 02. 06. 방송)
2강 군주론: 군주의 미덕은 무엇인가
고전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생각
"군주에겐 칭찬 혹은 비난받을 만한 다양한
자질이 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나의 견해가 다른 이들의 가르침과 달라
거만하게 보일까 걱정이다"
"특히 군주의 미덕과 악덕에 관해서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기존의 논의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목표는 현실 정치에 집중한
유용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밝힌다
즉 키케로와 세네카 같은 고전 작가들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다
그들이 말한 최고의 덕목은 '정직'이었다
언제나 명예롭게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키케로는 약속을 지키는 게 정의의 근본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주장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격언으로 요약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8장에서 이 말을
완전히 부정한다
<군주론>의 각 장의 제목은 라틴어로 지어졌는데
(물론 내용은 이탈리아어로 쓰였지만)
18장 제목으로 키케로의 격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를 인용했다
이 격언을 질문으로 바꿔 놀랍게도 이렇게 물어본다
"군주는 약속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가?"
(Quomodo Fides Sit Servanda?)
다시 말해 군주는 언제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신중한 군주는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 된다"
"그런 충실함이 국가와 자신을 위협할 땐 더욱 그렇다"
인간이 선한 존재였다면 이런 충고는 맞지 않겠지만
인간은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 군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에 군주도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키케로는 진정으로 덕 있는 통치자는
짐승이 아닌 인간답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폭력이나 사기로 목표를 이루려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키케로의 주장에 담긴 거의
모든 단어를 반박했다
마키아벨리의 유명한 충고가 여기에서 나왔다
"사자와 여우를 따라하는 법을 배우면
최고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다음 장인 19장에서
이런 주장을 강조한다
로마의 황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를
언급하면서 말이다
세베루스는 아주 맹렬한 사자의 자질과
아주 교활한 여우의 자질을 가졌기에
모두 그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존경했다고 주장했다
세네카는 잔혹함을 폭군의 특징이라 말하고
덕 있는 군주는 이런 악덕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케로도 <의무론>에서 권력을 장악하는 방법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한다
키케로의 격언을 보면 안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사랑받는 게 언제나 낫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7장(잔혹함과 자비로움)에서
이 두 가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사랑받는 게 나은가?
가장 먼저 마키아벨리는 잔혹함이 통치자가
피해야 하는 악덕이라는 세네카의 주장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지혜로운 통치자라면 국민이 충성하고 단결하게
만들기 위해 잔혹하다는 말을 듣는 것쯤은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가혹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신경 써서는 안 된다
그는 어떤 군주라도 잔혹하다는 평판을 얻지 않고
국가를 유지할 수 없으며 특히 새 군주라면
가혹하다는 평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17장 종반에 마키아벨리는 키케로의 격언에 질문을 던진다
"군주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과 사랑받는 것 중 뭐가 나을까?"
마키아벨리의 대답은 키케로와 정반대였다
둘 다 성취하긴 어렵다고 인정하며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가
오자마자 사랑의 유대를 깨뜨릴 테지만 무시무시한
처벌로 유지된 공포는 언제나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군주는 국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결국 마키아벨리가 말한 모든 것의 목표는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키케로가 말한 군주의 또 다른 필수 미덕은 관대함이다
키케로는 <의무론>에 이렇게 썼다
"관대함만큼 인간에게 걸맞은 본성은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6장에서 이에 대해 반박한다
"관대함이 미덕 중 하나일지라도 군주에겐 해가 될 수 있다"
키케로는 관대하지 않은 군주는 모두가 미워한다고
경고했지만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미움받는 건
관대함 때문이지 관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했다
"관대함은 자멸을 부른다"
관대해 보이고 싶은 통치자는 베풀기 위해서
세금을 많이 걷을 수밖에 없으며
그러면 결국 미움받게 된다
그러니 인색한 군주가 차라리 낫다고 했다
키케로가 생각한 이상적인 공직 생활은
언제나 최대한으로 덕 있는 행동을 하는 거였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이런 통념을 완전히 부정한다
그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국가를 유지하는 게
군주의 의무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는 거였다
우리는 모범적인 삶과 너무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을 더 빨리 구분하는 자가 무엇이
자신을 파멸시킬지 빨리 알아볼 수 있다고도 했다
선한 일만 하려는 자는 결국 파멸할 거라고 했다
세상엔 선하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마키아벨리가 도출한 교훈을 요약해 보면
군주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악행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성공적으로 통치하려면 악덕도 필수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 있는 군주가 언제나 미덕에 따라 행동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키아벨리는 두 가지 긍정적 답을 준다
첫 번째 답은 <군주론> 18장 끝에 나와 있다
그는 군주가 기만, 위장, 속임수를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새 통치자는 선만을 행할 순 없어도 선해 보여야만 한다
심지어 자비롭고 믿을만하며 곧고, 인간적이고,
경건해 보여야 한다
그러니 군주는 능숙한 위선자가 되어 사람들을
잘 속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이에 대해 경고한다
거짓말은 절대 오래갈 수 없으니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말이다
키케로의 주장에 따르면 대중의 눈은 빛줄기와 같아서
공직에 선 자는 행동과 인성을 언제나 감시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그렇다
키케로는 이 부분을 강조했다
공인은 어떤 말이나 행동도 비밀로 할 수 없다 걸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위선과 거짓말로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키케로다운 말을 남겼다
"가짜는 지속성을 지니지 못해 모든 위장은 약한 꽃처럼 떨어진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일축한다
"인간은 순진하고 눈앞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서
능숙한 위선자에게 속는 사람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
또한 군주가 대중의 감시를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군주의 행동을 평가할 때 많은 사람이 겉모습으로
판단하는데 군주를 볼 기회가 많지는 않다
보통 궁정에 있으면서 특별한 행사에만 얼굴을 비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주는 역할 특성상 더욱 위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군주의 모습을 보긴 하겠지만
진정한 모습을 보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고
그들이 대중의 인식을 감히 뒤집지는 못할 거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또 다른 긍정적 조언은
<군주론> 19장에 등장한다
군주는 미움과 경멸받을 만한 행동을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만 잘 해내면 할 일을 다 한 거라고 한다
그 외의 다른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국가를 잃을 일은 없다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미움받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국민이 적대적일 경우 군주는 모든 걸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주가 미움을 받았다가는 국가를 잃기 십상이라고 말이다
때문에 군주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적대감을
잠재워야 한다고 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군주는 어떻게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부분의 고전적 권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정치학>에서 군주가 미움받는 가장 쉬운
두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는 백성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고
둘째는 백성의 가족, 특히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로마의 도덕 철학자들도 세네카가 <관용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잔혹함은 언제나 통치자의 적이
늘어나게 하는 악덕이며 결국 공포의 대상뿐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런 세네카의 주장을 마키아벨리가 무시한 건 아주 놀랍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마키아벨리가 얘기한
미움받지 않는 방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지 않고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백성에게 호감을 얻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 백성의 재산과 여성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냉소적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백성의 재산을 존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아버지를 잃은 것보다 유산을 잃은 걸 더 오래 기억한다"
한편으로 마키아벨리는 마음을 피하는 게
어렵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군주가 신하와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 경고한다
고전 작가들이 군주에게 늘 했던 조언이 있다
세네카가 <관용론>에 쓴 것처럼
군주는 상냥하고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며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마키아벨리는 이에 질색한다
<군주론> 23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이것이
완전 틀린 접근법이라고 한다
모두가 군주에게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면 군주는
금세 존중을 잃고 경멸의 대상이 될 거라고 한다
통치자는 절대로 논쟁할 자유를 누구에게도
줘선 안 된다고 한다
고문 몇 명의 말만 듣고 군주가 조언을 듣고자 할 때만
고문과 얘기해야 한다고 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남기는 조언을 요약해 보자
☞ 만약 군주가 국가를 유지하고 영광의 정점을 향해
가고 싶다면 군주는 미덕을 따를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 특히 새로운 군주는 선한 행동만을
할 수 없으며 때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만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때문에 언제든지 꼭 해야 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된다고 한다
"군주는 필요에 따라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2025. 02. 07. 방송)
3강 로마사 논고: 위대한 공화국의 비밀
정치적 자유
마키아벨리는 공화국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가 공화국이라는 주제에 대한 생각을 개진한 건
메디치 가문이 시골에서의 유배를 끝내도 된다고
허락한 이후이다
그러다 1516년에 야심 차고 방대한 정치 치론서를
쓰기 시작하는데 그게 바로 <로마사 논고>이다
<로마사 논고> 첫 문단에서 마키아벨리는
핵심 질문을 던진다
로마는 어떻게 위대한 공화국을 이룩했을까?
그리고 <로마사 논고> 2권에서 고대 역사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경험에 따르면 도시의 부와 지배권은
오직 자유 안에서 증가한다"
"로마의 위대함은 그 무엇보다
왕의 폭정을 벗어나서야 이룰 수 있었다"
도대체 그가 말하는 정치적 자유란 무엇일까?
현대 정치 이론 안에서의 정치적 자유를 생각해 보자
자유는 규제가 없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억압당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한다
하지만 고대나 르네상스 시대의 자유는
현대적 의미와 전혀 다르다
그때의 자유는 강압의 반대가 아닌
종속과 의존의 반대였다
즉 당시에 누군가 자유롭다는 건 마음껏
행동한다는 게 아니라 특정한 지위를
갖는 걸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권력이나 의지 아래 종속되지 않다는 걸 뜻한다
그렇게에 마음껏 행동할 수도 있다
이런 분석은 개인과 집단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자유로운지 물을 수 있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하면 그 국가는 자유로운 것이다
첫째, 국민이 다른 국가의 통치 아래 있지 않아야 한다
자유로운 식민지란 없다, 식민지는 종속된 상태이다
둘째, 국민이 군주제나 귀족제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
군주나 귀족제 형태가 아닌 국민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통치하는 국가여야 한다
이것이 마키아벨리가 이해한 자유의 정확한 개념이다
<로마사 논고> 첫 장에서 이걸 분명히 한다
마키아벨리는 '자유인'과 '타인에게 의존하는 사람'을 비교한다
또 '자유 도시'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도시라고 정의한다
<로마사 논고>의 첫 번째 결론은
로마처럼 제국이 될 정도로 도시가 위대해지려면
국민이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자유로워야 한다
즉 자유가 위대함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 결론은 군주국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잘 설명한다
군주제에선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아서라고 한다
군주국의 국민은 언제나 통치자의 권력과 의지 아래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 의한 정부보다
국민에 의한 정부가 낫다고 말한다
국민이 타인의 자의적 권력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에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함을 이루려면 자유가 핵심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따라오는 핵심 질문이 있다
어떻게 자유를 얻고 지킬 수 있을까?
마키아벨리는 먼저 행운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먼저 도시가 식민지가 아닌 자유로운 상태여야 한다
로마는 식민지가 아니었으니 운이 좋기도 했지만
마키아벨리는 이런 행운에 '비르투(군주의 자질, 덕목)'가
더해진 것이 로마가 자유를 지키며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한다
비르투를 갖는다는 건 시민의 영광과 위대함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의지이다
마키아벨리는 1권 초반에서 로마의 초기 설립자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 집중한다
그는 성공적인 도시를 설립하려면
혼자 통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무스를 살해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지성인이라면 왕국이나 공화국을 세우는 데 행한
어떤 일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로물루스가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지라도
결과에 따라 그를 용서해야 한다"
여기서 결과는 로마인의 자유였다
마키아벨리는 일반 시민 역시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비르투'는 군주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며
일반 시민도 '비르투'에 대해 알고 수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뛰어난 '비르투'를 가지고
있을 순 있어도 일반 시민들은 이런 덕목을
자연스럽게 가지기 힘들다고 했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대부분의 인간은
선보다 악에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악한 본성을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도시가 건국자의 '비르투'에서
멀어지고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부패의 과정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 방향은 시민 대다수가 공동의 이익에 관심을 끊어버리는 것
배가 부른 만큼 투표도 안 하고 정치가 형편없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아예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자유를 위협한다
더 위험한 방향은 시민이 국가에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공익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야망을 좇고 분파에 충성하는 것
마키아벨리는 개인이나 분파의 이익이 공익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자유를 위한 정당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약해지고 결국 분파가 국가를 장악해
자유 대신 폭정이 들어선다고 했다
마키아벨리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무관심해지거나
부패를 부추기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마키아벨리는 직접적인 해결책보다
일종의 우회로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물론 모든 시민에게 '비르투'나 공공의 이익에 대한
관심을 기대할 순 없지만 운이 좋아 위대한 지도자를
만날 가능성은 그렇게 무리한 희망이 아니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공공의 이익에 관심을 가진
즉 높은 '비르투' 정신을 가진 사람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 3권에서
훌륭한 '비르투'를 가진 사람이 강한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훌륭한 지도자의 '비르투'는 추종자들에게 항상
'비르투'를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영향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논하면서 사람들이 '비르투'에 따라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고도의 방법은 바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걸
두렵게 만드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을 칭송한다
기원전 220년에 이탈리아를 침략해 로마인을
거의 멸망시킬 뻔한 사람이다
마키아벨리는 한니발의 성공 비법이
자신의 군대에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
결집하고 싸울 의지를 유지한 거라고 말한다
뛰어난 지도자가 시민의 영광에 기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좀 더 즉각적이다
마키아벨리는 공익을 생각하는 특별한 정신이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까지는 지도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일반 시민들은 뭘 할 수 있을까?
시민들은 어떻게 시민의 '비트루'를 갖추고
국가가 위대해질 때까지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은 공화국 헌법을 잘 갖추는 데 있다
<로마사 논고> 1권 초반에 언급하고 있는 주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주제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익 정신을 심어줄까?
헌법이 있다면 가능하다
시민의 위대함을 달성하게 돕는 올바른 헌정 체제는 무엇일까?
마키아벨리는 그 답을 고대법 제정자들의
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고대의 모든 법률 제정자는 세 가지 '순수한' 헌정 체제
즉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봤다
민주제라고 생각했던 건 귀족제로 변질될 것이고
군주제라고 생각했던 건 귀족제에 의해
전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체제가 타락의 순환을 경험한다
따라서 법으로 '비르투'를 강제하는 것의 핵심은
이 순환을 피하는 데 있고 그 방법이 바로
혼합된 헌정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순수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강점을 결합한 혼합 헌정을 수립하는 것이다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의 요소를 모두 가진 체제
고대 정치 이론에서 혼합 헌정의 특징을 칭송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혼합 헌정에 대한
의견에 특별한 점이 있다
혼합 헌정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정치적 갈등을
찬양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모든 공화국엔
대립하는 두 개의 파벌이 있다
하나는 '그란디(grandi)'라는 주요 시민으로
지금으로 치면 부유층을 말하며 나머지는
일반 대중이다
만약 헌법이 이 중 한 집단에게만 완전한
통치를 허용하면 자기 집단의 이익만 위해
통치할 테니 결국 공화국은 멸망할 거라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제안한 유일한
해결책은 부유층과 대중이 끊임없이 대립하게 만드는
법을 제정하는 거였다
그러면 두 집단 모두 정치에 참여하고 서로를
감시할 거라면서 말이다
대중은 부유한 집단의 오만함과 탐욕을 견제하고
부유한 집단은 대중의 방종과 부자에 대한 적개심을
견제할 거라 했다
비록 이기적인 목적의식 때문이지만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공익을 증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불화의 결과로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거대한 모순이다
끊임없는 정치 갈등을 조장하자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귀차르디니는 <로마사 논고에 대한 고찰>에
이렇게 썼다
"불화를 찬양하는 것은 치료법을 칭찬하기 위해
질병을 찬양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어떤 반론에도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로마의 무질서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무질서가 파벌의 승리를 막고 있는 걸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혼합 헌정을 구현하더라도
자유를 보장하기엔 부족할 거라고 인정한다
필연적으로 사람들은 공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거라면서 말이다
그 결과 권력을 가진 시민, 부자들, 강자들이
자신의 이기적 목적에 맞게 헌법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고 이는 정치 체제에 부패를 일으키며
자유까지 위협한다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위협을 근절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늘 부자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헌법에 대한 추가제안을 한다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경계심이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해 세 가지 설명을 덧붙인다
첫째로 좋은 공화국 시민은 부패한 개인이나 집단이
과도한 권력을 얻기 위해 펼치는 책략을 알아채야 한다
다음으로 부패가 퍼지는 것을 막을 법적 제도를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 공화국법은 다음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선의라는 명분으로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해야 하며 시민이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해를
끼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의심하며, 부패한 경향을 식별할 준비를 갖추고
위협이 되기 전에 법의 힘으로 처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2025. 02. 10. 방송)
4강 로마사 논고: 자유를 지키는 방법
자유에 대한 위협과 대응 방법
가장 처음으로 로마 공화국이 극복한 위협은
이전의 군주제에서 이익을 얻은 세력에 의해
일어났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 3권에서 그에 대해 얘기한다
기원전 500년경, 유니우스 브루투스는 로마의 왕
타르쿠니우스를 축출하고 로마 공화국의 첫 번째
지도자가 됐다
그런데 브루투스의 두 아들은 군주제 시절
부당하게 큰 이득을 얻은 자들이었고
결국 그들은 새 공화정부에 반하는 음모에 가담했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이럴 때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다
그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방법은 없다
직접 두 아들을 죽이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도 판사석에 앉은 브루투스가
두 아들의 처형을 지켜보는 게 잔인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로마를 해방한 장본인으로서
두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브루투스는
오래 버티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결국 이런 관용구도 생겼다
" 브루투스의 아들을 죽여라" (Killing the sons of Brutus)
기존의 부패한 체제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을
없애라는 뜻이다
두 번째 위협은 공화국 시민들이 모략을 꾸미거나
은혜를 모를 때 나타난다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공화국 시민들이 배은망덕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로마사 논고> 1권의 29장에서 처음 언급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람들은 반격할 힘을 갖고 있어서
그로 인해 도시가 더 빠르게 폭군의 지배를 받게 된다"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
마키아벨리는 카이사르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걸
강제로 취했다고 했다
장군으로서의 위대함 말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유일한 해결책은
모든 시민이 두려움 없이 모략꾼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모략꾼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불만을 시민 앞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검증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시민의 자유를 위한다면 법원은 신분이 가장 낮은
시민의 명예도 지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로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야망에 찬 시민이 공익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당을 만들 때이다
그래서 정책이 아닌 특정한 사람에게 투표할 때다
마키아벨리는 먼저 파벌이 쉽게 생기는
두 가지 방법을 언급한다
그중 하나는 군사 지휘권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우로
로마와 후기 공화국을 망친 원인이라고 한다
술라와 마리우스가 로마 군대의 장군으로서
개인적인 야망을 위해 군대를 당파로 변질시켰다
파벌이 생기는 또 다른 경우는 부유층이 부패할 때이다
마키아벨리는 부유층이 늘 동료 시민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다고 했다
돈을 빌려주거나, 딸과 결혼시키거나
공무원으로부터 보호해 주면서 말이다
부패한 부유층이 정부를 운영하면 이런 후원이
결정적 작용을 하게 된다
후원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공익을 희생시키면서 후원자 중심의 파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수가 따르는 후원자는 법을 위반할 용기를 얻게 되고
그렇게 폭정이 시작된다고 했다
<로마사 논고> 3권의 분석을 보면 일반적 논조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이면엔 피렌체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집착이 보인다
1494년 메디치 가문이 추방되면서 피렌체에
자유의 기회가 온다
폭군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회복하면서
다시 시민들이 도시를 통치하게 됐다
마키아벨리에 의하면, 도시의 새 통치자들은
이 시점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들의 리더는 피에로 소데리니로
1502년 피렌체 공화국의 종신 통령이 됐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절친한 친구였음에도
마키아벨리는 소데리니의 리더십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소데리니는 피를 흘리지 않고도 악한 파벌을 제거할 수 있고
보상만 충분하다면 적대감을 없앨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소데리니는 마키아벨리식 국가 운영의 핵심을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 악행을 저지르거나
부패한 자들을 진압하길 거부했다
그러려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덧붙인다
"소데리니에겐 브루투스의 지혜가 없어서
재앙과 같은 결과가 따랐다"
소데리니는 평판과 지위를 잃었으며
동료 시민들은 다시 메디치 가문의 노예가 됐다
마키아벨리는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 관계를 규정할
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왕국과 공화국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모든 국가는 서로 적대적인 경쟁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어떤 공화국도 정체된 상태에선
자유를 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언제든 외세의 공격을 받아 항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자유를 잃고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재앙은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마키아벨리는 해답이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지지받기 힘든 답이기도 하다
"제국이 되어 힘을 키워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제국 건설이 자국의 자유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초기 로마 역사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마는 초대 법 제정자 로물루스 덕에 정책을 갖출 수 있었고
그 정책은 위대함의 토대가 됐다
제국의 수립에 필수적이었던 로물루스의 정책은 무엇일까?
먼저 로물루스는 최대한 많은 시민을 군대에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징병제를 도입하고 두 가지 정책을 더해
병력을 최대로 강화했다
하나는 이민 장려로 외국인을 받아들여 인구를 늘린 것이다
그러면 국가가 부유해지고 국방력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주변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었다
그들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지원군을 요청할 수 있게 말이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데 로물루스는 영토 확장 전쟁에서
전투를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군의 영토에 들어가서 한 번에 습격해 정복해야
주도권을 잡고 협상할 수 있으며 비용과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마키아벨리는 로마의 성공적인 역사에서 얻은
전쟁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교훈을 들려준다
'전쟁과 자유'라는 주제는 <로마사 논고> 2권
10장에서 시작해 책의 끝까지 이어진다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자유를 지키려면 군대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한다
"전쟁 중엔 결정을 주저하거나 늦게 내려선 안 된다"
"절대 용병을 써선 안 된다"
"더 강한 군대의 공격을 받을 땐 절대 휴전을 거부하면 안 된다"
"절대 포병에게 의존하지말라, 보병에게 의존해야 한다"
여기서도 마키아벨리는 일반적인 얘기처럼 말하지만
분명 피렌체의 잘못을 꼬집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늘 그 생각뿐이었다
로마인들은 용병이 쓸모없다는 걸 알아서
자신의 군대를 구축했는데 피렌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군대를 가진 적이 없었다
항상 부패하고 무능한 용병을 써서 전투를
치를 때마다 패배했다
마지막으로 마키아벨리는 어떤 전술이
어리석음의 극치인지 설명한다
바로 막강한 국가에 맞설 때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고대사의 어떤 사례를 봐도 이런 전략은
늘 실수로 판명났다
피렌체도 1512년 스페인이 침략했을 때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스페인군은 국경을 넘자마자 식량이 모자라 휴전을 협상했다
하지만 피렌체는 승리를 예감하고 휴전 협상을 거부했다
그 결과 피렌체는 갑작스럽고도 완벽하게 패배했다
결국 피렌체 공화국이 무너지고 자유가 섰던 자리에
메디치 가문의 폭정이 들어섰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전부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이 섬긴 정부의 어리석음에
절망적인 분노를 표하며 결론을 내린다
마키아벨리가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피렌체의 실패 원인은 또 있다
군사력으로 어떻게 자유를 지켜야 하는지
전반적으로 논하면서 언급하긴 했지만
마키아벨리는 전투에서 포병에 의지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키아벨리는 왜 그렇게 구시대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성공적 정치 수행에 관한
마키아벨리의 신념에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힘을 형성하는 건
오직 두 가지라고 믿었다
먼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후반에서
질문한 것처럼 우리는 행운이 인간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행운이 아주 중요하며
우리가 성취한 것의 절반이 행운 덕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운이 아닌 판단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신중하게 내린 판단이다
즉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관심을 두는 모든 일의 결과가
운 아니면 인간의 판단과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봤다
그는 인력 이외에 다른 힘에 대해선 언급조차 한 적 없다
전투에서 전략이 아닌 앞선 기술로 승리할 가능성은
생각도 안 해본 것이다
화약의 발명 같은 기술의 발전은 생각도 안 해 본 것 같다
인간의 노력으로 이뤄낸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데도 말이다
마키아벨리도 우리처럼 자신의 시대에 갇혀 있던 것이다
게다가 기술에 대한 분석은 좀 뒤처져 있었던 것 같다
< 마키아벨리의 정치 격언 >
· 필요할 땐 선하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 사랑받는 것보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훨씬 낫다는 걸 알아야 한다
· 좋은 결과를 위해선 악행도 할 줄 알아야 한다
·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때로는 약속을 깰 줄도 알아야 한다
· 항상 사자와 여우처럼 행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 무력, 교활함, 속임수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인류를 아주 낮게 평가했다
따라서 그의 정치적 관점은 비관적이다 못해
환멸에 가깝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초반에 정치권력은
정부나 지도자가 아닌 국가에 귀속된다고 말한다
지도자나 정부는 국가의 대표일 뿐이라고 한다
이렇게 국가를 정의하는 건 '국가'라는 가상의 인물이
대표들을 앞세워 행동하는 것과 같다
국가를 특정 영토의 정당한 독점자로 생각하는 것보다
이것이 국가를 정의하는 더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사 논고> 초반에 '자유'의 개념은
개인이든 국가든 자율적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다른 사람의 의지나 권력에 귀속되지 않은 상태
즉 종속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했다
정치적 자유를 정의하는 오늘날의 방식보다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엔 자유를 단순히 물리적, 강압적 제약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시대에 갇힌 사람이었지만
그의 말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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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TV 월~금 23:40 ~ 24:00 (본방) / EBS 1TV 금 13:30 ~ 14:10 (본방) / EBS 1TV 토 24:25 ~ 25:55 (종합)
EBS 2TV 금 24:00 ~ 25:30 (종합) / EBS KIDS 월~금 24:00 ~ 24:3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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