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위대한 수업 4 왕보 (장자) 1~4강
위대한 백서른 다섯 번째 강연 '장자' (시즌 4 열다섯 번째)
왕보(Wang Bo)
북경대학교 부총장
북경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임
북경대학교 옌칭 아카데미 부학장
중국 교육부 장강학자 석좌교수
(2025. 01. 20. 방송)
1강 무용지용: 쓸모없는 것이 진짜다
펑유란 선생은 중국 철학사 분야의 창시자다
※ 펑유란(1895~1990)
: 중국인 최초로 <중국 철학사>를 집필한
현대 중국의 대표적 철학자
펑 선생은 공자를 가장 좋아하고 유가를
가장 추앙했지만 그와 동시에 장자를 매우 좋아하셨다
중국에는 장자를 좋아하는 분이 아주 많다
장자는 아주 독특한 철학자이다
중국의 다른 철학자와 비교해 볼 때
장자의 인생이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다
중국 철학자 대부분의 생활 방식은
세상에 나아가는 것이다
윤리의 세계나 정치의 세계로 아주 적극적으로 들어간다
장자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공자나 노자를 보면
매우 적극적으로 정치 세계에 나섰다
맹자도 있다
책에 기록된 맹자의 외출 풍경을 보면
그의 뒤로 마차 수십 대와 사람 수백 명이 따랐다고 한다
그 규모는 매우 컸을 텐데 맹자가 끊임없이 여행하며
다양한 군주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철학자들의 관심사가 그런 것이었다
사상과 노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던 것이다
장자나 맹자가 살던 시대는 소위 말하는 전국시대였다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시대다
따라서 대부분의 철학자는 질서를 다시 세워서
백성이 더 낳은 삶을 살길 바랐다
세상을 안정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장자는 세속적인 세상이나 정치 세계를
의식적으로 거부했다
이런 장자의 전기를 가장 먼저 남긴 인물은
한 무제 시절의 역사학자 사마천이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장자의 학문은 탐구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장자가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을 거의 섭렵했다는 것이다
박식하다 보니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중에는 군주도 있었다
당시 초나라 국왕은 장자에게 재상직을 제안하며
초빙하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초나라의 행정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하지만 장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장자는 왜 거절했을까?
장자는 예를 들며 이야기를 하나 해 준다
소가 한 마리 있는데 아주 잘생겼다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아주 좋은 곳에서 살았다
좋은 음식을 먹고 꼼꼼한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만 제사를 올릴 때가 되면 소는 제단 위로 끌려가서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또 장자는 흙탕물에서 뒹구는 돼지를 보라고 했다
돼지는 나쁜 환경에서 살았지만 제물로 바쳐질 일이 없다
소와는 달리 돼지는 흙탕물 속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산다
장자는 초나라 국왕이 보낸 사절에게 이렇게 말한다
"흙탕물에서 뒹구는 돼지가 될지언정 제물로 끌려갈 소가 되기는 싫다"
더불어 장자는 하나의 원칙을 얘기한다
바로 '무용지용'이라는 원칙이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우리는 모두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
이건 가정과 사회, 국가가 한 사람에게 거는 기대와도 같다
우리가 공부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건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정치 세계에 들어간다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해
유능함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장자는 다르게 생각했다
장자는 본인 저서에서 다양한 예를 들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바로 쓸모 있음의 단점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우물 중 한 곳의 물맛이
유난히 좋다면 그럼 그 우물의 물이 가장 먼저 마를 것이다
또 많은 나무 중에서 한 나무가 가장 크게 자랐다면
대들보로 쓰기 좋다
그럼 그 나무가 가장 먼저 베일 것이다
장자는 쓸모없음을 선택했다
정치라는 세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장자의 책을 읽어 보면 장자가 정치 세계를
비유한 말이 있다
"정치는 예의 과녁 앞에서 노는 것과 같다"
여기서 말하는 '예'는 후예이다
후예는 고대 중국의 신화와 역사 사이에 있는 인물로
아주 유명한 명사수이다
후예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면 죽음이라는 운명을
피하기 매우 어렵다
장자는 언제든 희생당할 수 있는 함정이 가득 찬
세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장자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더 좋아했다
맹자가 쓴 책을 보면 거의 사람 사는 세상을 다룬다
맹자의 제자나 친구, 그의 경쟁 상대가 등장한다
물론 군주도 등장한다
장자의 책에선 바로 자연의 세계, 식물과 동물이 가득한 세계다
장자의 책을 펼치면 처음에 물고기가 나오고 한 마리의 새가 나온다
그다음에 나비도 등장하고 다양한 생물이 나온다
중국 전체의 역사에서 볼 때 장자가 중국 문화와 철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무엇일까?
세속적인 정치 세계 외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뛰어드는 삶 외에 새로운 삶을 열어 주었다
중국 문화에 아주 중요한 두 개의 상징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조정이고 다른 하나는 산림이다
조정이라는 세계는 늘 한 곳에 변함없이 있다
권력과 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산림의 세계는 철학자나 사상가가 개척한 것이다
그 개척자가 바로 장자인 것이다
이게 바로 중국 역사와 철학, 문화에서 장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장자는 하나의 세계를 열고 하나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권력과 부의 세계를 거절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청빈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않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장자의 삶 전체를 보면 외로운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장자는 외출할 때 마차 몇십 대나 사람 몇백 명이 수행하는
맹자와 달리 홀로 숲속을 거닐 때가 더 많았다
책에서 묘사한 장자의 생활을 보면 그의 삶이
가난했던 걸 알 수 있다
책에선 장자의 얼굴이 누렇게 떴다고 묘사한다
삐쩍 마르고 안색도 좋지 않으며 어떤 때는
먹을 게 떨어져 다른 사람에게 양식을 빌려야 했다
하지만 그건 장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상태여야만 장자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과 삶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궁핍한 삶을 택하면
정신적인 삶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장자가 중국 문화에서 영향력이 큰 이유는
바로 장자의 이런 생활 태도와 생활 태도
이면의 이유 때문이다
철학은 이유가 필요하다
철학자는 행동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장자의 철학은 장자의 그러한 생활 방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2025. 01. 21. 방송)
2강 변화무상: 모든 것은 변한다
장자는 어떻게 세계를 이해했는가
사실 세계를 이해한다는 건 철학자에게 중요한 임무이다
세계라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즉 인간의 세계를
뜻하기도 하고 더 큰 세계를 뜻하기도 한다
중국 철학의 언어로는 우주라고 한다
모든 시간과 공간이 들어있는 하나의 전체적인 존재이다
장자가 이해한 세계는 하나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변화
물론 우리는 모두 세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북부에 산다면 우리는 사계절의 변화를
또렷이 느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람의 일생에도 네 가지 계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에게도 봄이 있고 여름도 있다
변화에 어떤 규칙과 법칙이 있을까?
변화 속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리듬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철학자마다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유가 경전 중에 '주역'이라는 게 있다
'주역'에서 변화는 규칙과 법칙이 있다
'주역'을 보면 아주 유명한 말이 있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되는 것이 도이다
즉, 변화라는 건 음과 양 사이의 변화라는 것이다
음이 양으로 변했다가 다시 양이 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 뒤에는 규칙이 있고 우리가 규칙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법칙이 바로 '도'이다
중국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글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장자의 책에서 매우 유명한 네 글자가 있다
변화무상
훗날 불교에서도 무상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무상은 규칙과 법칙이 없고 그 어떠한 리듬도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를 보면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덧없음이 느껴지는 비유가 나온다
장자는 사람을 포함해 변화하는 세상의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닻을 내리지 않은 배
강 위에 작은 배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보통 배에는 키잡이가 있고 노를 저어서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장자는 이 세상이나 인생에는 키잡이가 없고
노가 없는 작은 배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방향이 없는 것이다
방향이 없으니 우리가 붙잡거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장자 말에 따르면 이 세게는 뿌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자랄 수 있는 건
아주 튼튼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뿌리가 있으니 이 나무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이 세계에 뿌리가 없다고 했다
뿌리가 없으니 확실한 기반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철학의 역사를 보면 중국이든 유럽이든
대부분의 철학자는 이 세계에 뿌리가 있다고 믿었다
유럽 철학사를 보면 유럽에서는 존재라는 말을
매우 즐겨 사용했다
'being'이라고 하는데 존재가 바로 뿌리라는 것이다
이런 존재가 있으니 우리 눈에 보이고 존재하는 사물도
근거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성과 지식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다
중국의 유가도 이 세계에 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유가에서 얘기하는 도나 하늘,
태극 등등이 있다
이런 게 바로 유가에서 이해한 세계의 뿌리이다
이런 뿌리가 있어서 모든 사물이 그 뿌리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모든 사물은 뿌리가 갖고 있던 하나의 성질을 띠고 있다
장자의 위 세대인 노자도 세계의 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천하는 시작이 있다'
이 시작이라는 것이 만물의 어머니이고
그게 바로 만물의 뿌리라는 것이다
장자는 정말 특이한 인물이다
노자에게도 비판적인 태도로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즉, 뿌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뿌리가 있다고 믿으면 세계의 시작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음을 거부하는 건 뿌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무상하고 뿌리가 없는 세계는
모든 사람에게 사실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세상을 운명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운명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으로 우리도 가는 것이다
운명이 우리를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면
운명이 가져온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예
장자는 아내가 죽자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친구들도 못 봐줄 정도였다고 한다
"평생 함께한 아내가 세상을 떠났는데
왜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하나"
장자는 죽음을 집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장자는 아내가 집으로 돌아간 건데 왜 울어야 하냐고 했다
이건 아주 독특한 생각이지만 매우 철학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장자는 변화를 붙잡고 막으려고 하는 이들을 비웃었다
변화를 막으려는 낙관적인 생각을 비웃은 것이다
하지만 장자가 보기에 그 모든 건 헛된 노력이고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보면 모든 감정은 헛된 것이다
장자는 다음과 같은 행동이 지혜롭다고 말했다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으로 자신을 아프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자가 말한 변화무상한 세계를 직접 겪어 보면
어쩔 수 없음과 부득이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물론 우리는 생사에 대해 주도권을 쥘 수 없다
그렇다고 생명에 대해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
장자는 삶과 죽음에 매우 통달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인생을 계속 살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장자'를 보면 아주 중요한 개념이 나온다
'전신보진'
몸을 온전히 보존한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함정에 뛰어들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죽음을 쫓지는 않아야 한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삶이라는 과정을 마쳐야 한다
(2025. 01. 22. 방송)
3강 삼문삼부지: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
지식
장자는 지식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우리는 세상이 하나라는 걸 안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우리가 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독일에 칸트라는 아주 유명한 철학자가 있다
칸트의 매우 중요한 업적은 존재에 집중하던
전통적인 유럽 철학을 지식에 관한 것에
집중하도록 바꾼 것이다
중국 철학을 보면 대부분의 학파가 지식을 신뢰한다
앞서 언급한 유가나 묵가로 예를 들어 보자
유가에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의예지
여기서 나오는 '지'는 지식과 지혜를 말한다
지식에는 만물에 관한 지식, 세상에 관한 지식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더 중요한 지식은 선과 악에 관한
지식이라고 했다
옳고 그름에 관한 지식이다
유가는 이런 지식들을 아주 낙관적으로 봤고
덕분에 낙관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낙관적인 태도에서 나온 지식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장자'를 읽어 보면 아주 유명한 우화가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뭔지 아십니까?"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말합니다
"모릅니다"
이어서 또 묻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거나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모릅니다"
그랬더니 또 질문을 던집니다
"본인이 모르는 걸 아십니까?"
"모릅니다"
이게 바로 '삼문삼부지'이다
왜 장자는 무지한 태도를 이야기한 걸까?
이건 지식에 대한 장자의 인식과 연관이 있다
니체는 지식에 관한 아주 유명한 관점을 얘기했다
"지식은 우리의 관점에 따라 결정된다"
관점이란 어느 곳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냐는 것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평지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다른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동굴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관점이 지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장자는 아주 다양한 관점을 제안하며
우리에게 지식의 성질을 이해하라고 했다
장자는 이런 말을 했다
자기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은 귀하고 상대방은 천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아닌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본다면
귀함과 천함은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최고이며 다른 사람은
다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장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세속의 관점'을 얘기했다
일반적인 평가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면
귀함과 천함은 자신에게 없다는 것이다
즉, 귀함과 천함을 자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양한 관점이 우리의 다양한 지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도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지를 장자는 이야기한다
사실 사물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고
옳고 그름도 없고 귀함과 천함도 없다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장자는 우물 안의 개구리를 예로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개구리는 우물만 봤기 때문이다
우물에 갇혀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바다에 관한 지식이 있을 수 없고
바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공간의 제약' 때문이다
'시간의 속박(제약)'을 받기도 한다
장자는 여름 한 철만 사는 매미를 예로 들었다
매미에게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매미는 한 번도 얼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음을 얘기하면 매미는 아주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건 매미가 가진 관점의 속박이자 제약이다
오래 살지 못하면 긴 시간 동안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보고 인지하게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속박을 받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머리에 속박된다는 것이다
우리 생각에 속박된다는 것이다('생각의 제약')
곡사에게는 도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곡사'는 특정 관점에 근거해 얻은
특정한 지식을 진리로 여기는 사람이다
'곡'은 한쪽으로 치우친 걸 뜻하는데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편견을 진리로 여기는 것이다
편견을 진리로 삼으면 바로 거기에 속박된다
장자에게 진정한 지식이란 '무지'였다
'삼문삼부지'와도 이어지는데
'무지'만이 진정한 지식이다
☞ 무지는 나의 태도이다
반성하고 비판하는 태도이다
우리는 지식이라는 것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지식의 바탕이 무엇인지 의심하는 것이다
우리도 칸트나 노자처럼 해야 한다
예전에 노자가 이런 말을 했다
"모르는 것을 아는 건 좋은 것이지만
모르면서 안다고 여기는 건 병이다"
→ 본인이 모르는 걸 아는 것이 가장 지혜롭다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여기는 건 병에 걸린 것과 같다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또는 쉽게 무언가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지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 무지는 일종의 지식이기도 하다
'무'에 대한 지식이다
도가나 장자를 얘기할 때 '무'를 말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장자는 이 '무'의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한다
'있음이 있다면 없음이 있고 없음이 시작되기 이전이 있고
없음이 시작되기 이전마저 그 이전이 있다'
'무'는 '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
우리가 '유'라는 세상을 믿기 시작하면
우리는 거기에 속박되고 제약되어 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그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라는 건 모든 속박을 깨 버리는 것이다
이런 모든 한계와 닫힌 마음, 닫힌 머리와 같은 것을 깨는 것이다
활짝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의 지식은 일종의 초월이다
다양한 제약을 초월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넘어서야 할 제약이
우리 자신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장자의 생각이 아주 뚜렷하다고 생각하는데
장자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제약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했다
관점은 내 관점이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자신의 관점이고 그 외에 다른 관점이
있다는 걸 깨달으면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초월하느냐면 나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사실 '장자'의 첫 장인 '소요유'의 첫 단락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북쪽 바다에 곤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곤의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곤이 새로 변하면 붕이라고 부르는데
붕의 등도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변화가 바로 초월이다
곤이 자신의 관점을 초월해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붕으로 변하고 나면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늘에서 세상을 보면 진정으로 자신을
초월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시간과 공간을 그리고
자기 생각을 초월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초월에 대한
더 풍성한 이해이다
이러한 초월의 전제는 우리가 관점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점을 바꿀 수 있다면 자기 안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2025. 01. 23. 방송)
4강 유지능지중지: 멈추어야 보인다
'장자'를 읽은 많은 분이 첫 장을 매우 좋아한다
'소유요'라는 장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장자가 추구한 건 자유로운 삶이다
다만 이러한 자유는 마음의 자유다
마음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유와 마음을 제약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롭다(心有天遊)
이것이 바로 장자가 자유로운 마음을 설명한 문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알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그런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왜일까?
우리의 마음은 수많은 매듭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권력을 추구하면 권력이 마음에 매듭을 짓는다
우리가 부를 좇으면 부가 우리 마음에 매듭을 짓는다
우리가 어떤 것을 추구하든 다 우리 마음에 머물면서
매듭을 짓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추구하면 그게 우리를 제약하는 것과 같다
약점이 되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마음은 외부 대상의 노예가 된다
마음이 대상의 노예가 된다(心爲物役)
우리 마음이 외부의 어떤 대상에 통제당하면
마음은 아주 안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장자' 제2편에 수록된 '제물론'도 좋아하는데
'제물론'에서는 마음이 외부의 대상에 통제당할 때 느끼는
매우 초조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외부 대상과 뒤엉켜 날마다 마음의 갈등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과 마음은 늘 외부의 어떤 대상과 다투고 있다
그래서 이럴 때 마음은 전쟁터가 된다
외부 대상과 직접적으로 싸우는 그런 전쟁터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대상에서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거라면
이걸 없애면 된다
심재, 좌망 등 장자는 다양방 방법을 얘기했다
좌망(坐忘)은 잊어야 하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잊어야 하는 건 우리 마음을 노예처럼 부리는 것들이다
각자의 관점을 바탕으로 한 상대적인 지식이다
진리라고 착각하는 지식이다
우리가 통제하고 장악할 수 없는데도 좇는 것들도 있다
권력이나 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책임도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세계나 그런 것들이다
장자는 우리가 이런 것을 마음에서 내쫓아
마음속에 있던 것을 마음 밖에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야 우리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그래야 매듭이 풀린다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의 마음은 공허하고 고요하다
마음에 무언가 있으면 움직이게 된다
그런 것들을 없애야만 마음이 고요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장자는 마음이 공허하고 고요한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심재(心齋)
장자가 바란 마음은 즉, 자유로운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 상태이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장자는 '지(止)'라고 했다
정지의 '지'이다
이러한 마음은 거울과 같다
공허하고 고요한 거울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세상을 비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 어떤 것도 거울에 머무르지 못한다
이런 마음이 정지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능지중지
정지된 마음만이 변화무상하고 시끄러운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마음이 뒷받침되는 자유로운 삶 속에서는
결국 자기 모습으로 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철학자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공통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사실 사람은 다 다르고 각기 고유한 특징이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한테 비슷한 삶을 살라는 건
자기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르는 걸 매우 반대한다
특히 유가를 비판했다
유가가 교화를 중시한다고 장자는 생각했다
유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표준화된 삶을 살게 하는 것이었다
장자는 하나의 우화를 통해 유가의 태도를 비판했다
유명한 우화이다(혼돈의 죽음)
세 명의 제왕이 있었다
남해의 제왕은 숙이고 북해의 제왕은 홀이며
중앙의 제왕은 혼돈이라고 불렀다
숙과 홀은 종종 중앙의 땅에서 만났다
그런데 혼돈을 보니까 얼굴에 구멍이 없는 것이다
혼돈은 보거나 듣거나 먹거나 숨을 쉴 수 없었다
혼돈을 가엾게 여긴 숙과 홀은 상의 끝에 도구를 사서
7일 동안 혼돈에게 7개의 구멍을 파 줬다
혼돈이 자기들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기 바란 것이다
그런데 7개의 구멍을 만들자 혼돈은 죽었다
사실 이건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만들려고 한 비극이다
다양한 생명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려고 해서 생긴 비극인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자유로운 삶과 자기답게 사는 것을 추구했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르거나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또 잊어버려선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처럼 되길 강요해도 안 되는 것이다
'장자'를 읽다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유가에서 매우 중시하는 어진 마음과 의리를 비판한다
이건 아마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보통 어진 마음과 의리는 아름다운 덕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진 마음과 의리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아
똑같은 세상을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의 자아를 빼앗아 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자유를 해쳤다
때문에 장자는 자유를 추구하며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추구했고
그렇게 자연까지 도달한 것이다
진정으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면 변화를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 주며
그 사람의 개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
여기서 장자의 철학에 깃든 정신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절제'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이나 세상을 바꾸려는 충동을
억눌러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관용'이다
다른 존재나 다른 사물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의 관용이다
장자는 절제와 관용의 정신으로 생동감 있고
풍요로운 세상을 세우고 싶어 했다
이런 세상에서는 각자의 개성과 자유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다
또는 우리의 즐거움으로 타인의 즐거움을 대신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획일적인 기준으로 다양한 삶이나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세상에서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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