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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3 (진보의 경제학) 1~5강

by 상팔자 2024. 5. 2.

EBS 위대한 수업 3 (진보의 경제학) 1~5강

위대한 백열 네 번째 강연 '진보의 경제학' (시즌 3 서른세 번째)

 

 

(2024.04.25 방송)

 

 

폴 로머(Paul Romer)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 (2018)

 

 

 

 

1강  맬서스의 빗나간 예측

 

 

 

 

< 맬서스의 문제 >

 

인류는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진보해 왔다

그 속도는 특히 우리가 '과학 혁명'(16~17세기)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한층 더 빨라졌다

 

☞  인류는 엄청난 진보를 이뤘는데 앞으로도 가능할까?

 

인류의 진보가 끝났다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해 보겠다

 

 

&quot;alt&quot;:&quot;멜서스의 문제&quot;

 

최초로 경제를 학문의 영역으로 이끈 애덤 스미스

두 국가가 무역을 하면 양쪽에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가 간의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의견이었다

 

하지만 맬서스는 이의를 제기하며 경제에 한계가 있다는 걸 지적했다

 

&quot;alt&quot;:&quot;멜서스의 인구론&quot;

 

인구가 늘면 1인당 차지하는 땅, 나무, 구리가 줄어들고

세상의 모든 유용한 자원이 모두에게 조금씩 돌아간다

맬서스는 모든 자원(식량 포함)의 1인당 생산량이 점점 떨어질 거라고 했다

 

인구 증가로 인해 인류는 계속 진보할 수 없고

오히려 정반대로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맬서스의 주장은 아주 단순 명료하고 논리 정연해서

지금도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맬서스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 물질과 아이디어의 차이점 >

 

한쪽에는 경제 체제가 생산하고 분배하는 '물질'이 있고

반대쪽에는 '아이디어'가 있다

아이디어는 본질적으로 물질과 다르다

 

물질의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의 물질량은 정해져 있어서 더 늘어날 수 없고

인구가 늘면 1인당 돌아가는 물질이 준다

 

같은 양의 물질이라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절히 조합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이디어와 물질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1.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아직 시도하거나 탐구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많다

여기 물질적인 자원인 물 한 병이 있어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해 보자

여러분이나 제가 마실 순 있지만 둘 다 마실 순 없다

갖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경합재이다

 

모든 경제적 자원이 경합재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아이디어는 다르다

 

피타고라스 정리 같은 아이디어를 보자

 

&quot;alt&quot;:&quot;피타고라스의 정리&quot;

 

목수, 토목 기사, 측량사에게 아주 유용한 아이디어다

 

 

Q. 피타고라스 정리는 물 한 병과 어떻게 다를까?

 

피타고라스 정리를 남이 이해할 수 있게 체계화하거나

변의 길이가 3, 4, 5인 삼각형으로 직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면 다르다

아이디어를 체계화하면 세상 모든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말로 전파할 수도 있고 종이에 기록해 서로 돌려 보게 할 수도 있으며

디지털 네트워크로 아이디어를 전달해

모두가 동시에 활용하게 할 수도 있다

 

&quot;alt&quot;:&quot;피타고라스의 활용&quot;

 

 

2. 아이디어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

 

오래전부터 경제활동이라 하면 대개 물리적인 자원을 활용한

생산하는 행위를 뜻했다

하지만 요즘은 소프트웨어, 지식, 아이디어

우리가 생산하는 재화나, 수행하는 작업에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무역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

곧잘 영국과 포르투갈의 무역을 예시로 들어 말한다

영국은 비가 많이 오고 목초지가 많아 양을 키워 양모를 얻기 좋았다

포르투갈은 햇볕이 강해 포도를 키워 와인을 만들기 좋았다

양국은 영국의 양모와 포르투갈의 와인을 조금씩 교환하면

둘 다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영국에 이득을 주는 건 포르투갈 땅이다

햇볕이 좋고 포도가 잘 자라는 지구상의 한 장소다

포르투갈 땅에 사는 사람들은 영국에 아무런 이득이 안 된다

영국 입장에서는 포르투갈을 정복하고

양국 자원을 전부 차지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도 경제의 일부란 걸 깨닫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포르투갈 사람이 와인 양조법이나 보관법 같은

새 기술을 알아냈다고 하자

포르투갈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는 영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가치를 창출하고 삶을 개선해 주는 아이디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모두가 타인의 아이디어로 이득을 볼 수 있다

 

플라이스토세(인류의 조상이 나타난 시기) 인류와

지금의 인류를 비교해 보라

당시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일이 드물었다

물질적 자원을 점유하는 게 우선인 무자비한 세상이었으니

귀한 식량이 나는 땅뙈기를 차지하는 데 혈안이었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다른 집단을 일단 적으로 봤다

맬서스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늘면 1인당 몫이 줄어드니까 다른 집단은 우리의 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무리로 나뉘어 서로 싸우면서

땅에서 나는 물질적인 자원을 차지하려 들었다

 

그 결과 인간은 심리적으로 '우리'라고 판단하면 쉽게 뭉치고

친구나 동료와는 협력하게 됐다

반면 '그들'로 판단하면 쉽게 싸우게 됐다

 

즉 과거의 인간은 다른 집단의 공격을 막아 내거나

다른 집단을 공격해 자원을 빼앗기 위해 잘 협력했다

힘들었던 세상에서 부족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던

심리적 잔재가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디어가 중요해졌다

 

세상도 바뀌었다

이젠 다른 사람의 존재가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면서 애덤 스미스의 주장대로

도구를 활용하고 시장에서 거래한다면

우리는 상대가 발견한 것을 누리고 상대는 우리가 발견한 것을

누리면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경제 체제 속에서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분배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자 2가지가 바뀌었다

 

1. 아이디어를 계속 발견하면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 확인

2. 타인을 보는 방식의 변화

 

타국 국민은 우릴 위험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잠재적 협력자가 될 수 있다

인류의 진보란 이런 것이다

 

1인당 GDP의 증가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 또한 진보한다

진보란 소유보다는 본성의 문제다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종이 될 수 있다

 

무리 지어 타인을 사냥하고 이용하는 대신

타인을 받아들여 이득을 볼 수 있다

아직 세상에 발견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많고

미래에도 더 발견될 거라는 걸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처럼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 보자

주기율표의 원소들이 조금씩 담겨 있다

 

&quot;alt&quot;:&quot;100개의 원소 항아리&quot;

 

과거 인류는 주석과 구리를 섞어 청동이라는 새로운 금속을 만들어 냈다

청동은 훨씬 단단하고 유용해서 주석과 구리만 쓸 때보다

더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원소를 섞기 전보다 섞은 후에 쓸모가 커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아이디어다

두 가지 물질을 섞으니 전보다 나은 게 탄생한 것이다

 

1980년대, 몇몇 연구원들이

4가지 원소인 이트륨, 바륨, 구리, 산소를 결합하면

놀라운 금속 산화물이 나온다는 걸 알아냈다

바로 적당한 저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였다

 

초전도체는 그때도 알려져 있었지만

보통은 극저온에서만 작동했다

구현하기 힘든 온도까지 낮춰야 했다

하지만 위의 네 원소로 만든 초전도체는 적당한 저온이라

연구실은 물론 회사나 병원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전혀 없어서 아주 유용한 물질이다

예를 들어 초전도체를 감아 코일로 만들면

대단히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한다

그런 초전도 코일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만들어

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수술 없이도 체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같은 지구인으로서 힘을 합치고

서로의 발견을 공유한다면 그 무한한 가능성을 다 함께 누릴 수 있다

 

GDP도 늘어나고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 너그럽고 열린 태도를 갖춰 영혼의 선한 면을 발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가 계속 진보할 수 있다

 

 

 

 

 

(2024.04.26 방송)

 

 

2강  아이디어가 동력이다

 

 

 

 

 < 경구수액요법 >

: 입으로 섭취하는 수분 보충제

 

사람을 죽이는 건 보통 병원균 자체의 독성이 아니라

병의 부작용이다

콜레라는 탈수를 일으킨다

아이들은 콜레라가 아닌 탈수 때문에 죽는다

콜레라는 이겨 낼 수 있지만 탈수 증상을 놔주면 죽게 되는 것이다

 

1950년대엔 콜레라로 탈수를 겪는 아동에 대한

표준 치료법이 지금과 달랐다

표준 치료법이란 당시 최신 치료법으로

아동을 입원시켜 정맥 주사를 꽂고 관으로 수액을 

주입해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병으로 탈수가 온 아동에게 정맥 주사로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무나 쓸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1950년대에 아이디어가 개발됐다

아이디어 개발 1> 음료로 수분을 보충해 주면 어떨까?

말은 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의 체액엔 미네랄과 염분이 있어서 순수한 물을 주면 안 된다

 

탈수 중인 아이의 체내 전해질 균형이 망가진다

아이디어 개발 2> 식염수를 먹여보면 어떨까?

일리 있었지만 염분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내야 했다

염분 농도가 틀리면 아동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험을 계속했고 체내 전해질 균형을 해치지 않는

완벽한 염분 농도를 찾아냈다

 

아이디어 개발 3> 경구수액요법의 핵심은 식염수에 설탕도 더해야 한다는 것

아픈 몸은 설탕이 든 액체를 더 잘 흡수하고

설탕엔 포타슘 같은 미네랄도 들어 있었다

 

곧 의료 기관에서 과학적으로 개발되고 입증된 경구수액제를 생산했다

이것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아동을 살릴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 경구수액요법이 단순한 제조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에 일정량의 소금과 설탕만 넣으면 된다

거기에 포타슘이 든 바나나 같은 걸 넣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

아픈 아동의 부모가 직접 경구수액제를 만들어서

아이를 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1970년대 방글라데시 전쟁 당시 

딜립 마할라나비스라는 인도의 의사가 있었다

그는 각 가정에 경구수액제 제조법을 가르쳐 주면

 

&quot;alt&quot;:&quot;경구수액제조법을 가르친 인도 의사&quot;

 

병원에 갈 필요도, 과학적으로 제조된 경구수액제도 필요 없이

그저 부모들에게 제조법을 전파하면 됐다

 

아이디어는 물질적 재화와 다르다

 

경구수액제가 딱 한 통밖에 없는데 수백 가구에 아픈 아동이 있다면

모든 아동을 살릴 만큼 그 양이 충분치 않다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끼리 경구수액제를 놓고 싸운다면 끔찍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경구수액제 제조법을 전파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자식을 구하겠다고 싸울 필요 없이 모든 아이를 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재화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Q. 경구수액요법에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었을까?

 

&quot;alt&quot;:&quot;경구수액요법으로 구한 생명&quot;

 

생명의 값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비도적적인 듯 하지만

국가는 생명과 돈을 저울질해야 한다

한 생명을 살리려면 얼마를 써야 할까?

 

미국 정부는 정책을 만들 때

생명 하나의 가치를 7백만 달러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규제 하나를 시행하는데 7천만 달러가 들지만

10명을 살릴 수 있다면 시행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1인 생명의 가치를 7백만 달러로 놓고

경구수액요법으로 목숨을 구한 7천만 명을 곱해 보자

= 490조 달러

 

&quot;alt&quot;:&quot;경구수액요법으로 구한 생명과 세계 GDP 비교&quot;

 

경구수액제 제조법을 전파해

탈수를 겪는 아동을 살리자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가

지구상 모든 인간의 5년 치 총생산만큼 가치 있었다는 뜻이다

 

경구수액요법은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좋은 예시이자

아이디어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연구실의 과학 실험이라든가

교수들의 흥미로운 추상적 사고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직접 실험하는 사람들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방글라데시의 난민촌처럼 절박한 상황에 놓은 사람들이 만든다

 

 

< 트랜지스터의 탄생 >

 

그 모든 노력이 모일 때 엄청난 가치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하지만 이 시대, 적어도 내 세대에 한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삶을 뒤바꾼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는 트랜지스터이다

 

&quot;alt&quot;:&quot;트랜지스터&quot;

 

트랜지스터는 계속 반복되는

맬서스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정된 자원에서 계속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quot;alt&quot;:&quot;예전에 음악을 듣던 방식&quot;

 

아버지의 앰프는 대량의 전력을 소비해

전축의 약한 신호를 증폭시켜

스피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꿔준다

 

지금은 몇백 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커다란 금속 앰프 대신

트랜지스터가 잔뜩 달린 작은 휴대 기기 하나로 신호를 키운다

전력 소모량은 밀리와트 단위로 크게 줄었다

 

들고 다닐 수 있는 헤드폰이나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

트랜지스터를 만든 아이디어가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트랜지스터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디지털 신호의 전송이다

이제 우린 개념을 비트로 저장해 전 세계로 퍼뜨릴 수 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목수나 토목 기술자에게 유용한데

이제 그 개념을 잉크로 종이에 기록해서

물리적으로 갖고 다니며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비트로 변환하고 전기로 전송해 화면에 띄우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피타고라스 정리를 가르쳐 줄 수 있다

 

천연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아이디어 덕분에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Q. 그런데도 왜 현대에는 불안이 만연할까?

 

내심 사람들이 맬서스의 문제를 믿기 때문이다

 

&quot;alt&quot;:&quot;사람들이 불안한 이유&quot;

 

하지만 진짜 근거 있는 불안도 존재한다

트랜지스터가 개발되고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종이, 책, 인쇄를 이용하던 시대보다 

정보를 전파하는 게 훨씬 쉬워졌다

 

디지털 사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누군가 우리한테 정보를 문서화해 전송한다면

우리는 그 정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문서화한 정보일까?

 

요즘 기업들이 고객에게 보여 주는

제품 이용 약관 동의 하면을 생각해 보라

용어나 조건이 너무 모호하고 복잡해서

기업이 사기를 치거나 우리를 속이고 기만하려 해도

약관만 가지고선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저 말이 사실일까? 믿어도 될까?

날 속이려는 건 아닐까?

우리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고 거짓 정보를 흘리는 자들이 있다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도 자주 그런 일을 저지른다

인플루언서가 되어 관심을 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사실과 다른 정보를 확산하고 다닌다

 

새로 탄생한 이 정보의 시장 속에서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려는 거대한 영리 기업도 있다

영리 기업들은 정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리지 않는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 이용률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두어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불쾌한 콘텐츠나

사실과 다른 콘텐츠의 제작을 조장하곤 한다

 

아이디어의 공유는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아이디어도 진실하고 의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디지털 사회에선 아이디어가 홍수처럼 쏟아져서

거짓된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보니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게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2024.04.29 방송)

 

 

3강  학습 곡선과 경쟁의 순기능

 

 

 

 

경제를 생각하는 관점이 물질을 넘어 아이디어의

생산과 분배까지 확장된 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 리버티선의 학습효과 >

 

인식의 전환이 왜 중요한지는

리버티선(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물자 수송선)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은 수천 척의 수송함이 필요했다

병력을 해외로 수송하거나 동맹군에 물자를 전달할 배였다

배를 처음 만들 땐 가망이 없어 보였다

한 대를 만드는 데 오래 걸렸다

 

&quot;alt&quot;:&quot;최초의 리버티선&quot;

 

전쟁 상황을 바꿀 만큼 많은 배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미국은 포기하지 않았고 배를 만들수록

생산력이 나아진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현상을 학습 곡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학습 곡선은 우하향한다

물품을 생산할 때마다 단위당 생산 원가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물건을 만들 때마다 아이디어를 습득하기 때문이다

 

&quot;alt&quot;:&quot;학습 곡선&quot;

 

아이디어란 트랜지스터, 강철, 청동의 발견 같은

커다란 변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작업이 수월해지는 단순한 깨달음도 유용한 아이디어

 

예를 들어 배의 한 부분을 더 빨리 용접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해당 작업이 빨리 끝날 테니 배 건조 시간도 줄어든다

1941년 최초 리버티선 건조 시간 약 230일

1943년 몇천 척 경험 평균 건조 시간 42일

→ 리버티선 한 척 건조 시간 80% 단축

 

노동량도 대폭 감소했다

 

리버티선의 학습 곡선 형태

배 제조 횟수가 16배 늘어날 때마다

한 척당 제조 비용이 반으로 떨어졌다

배를 16척 만드는 동안 한 척 건조 비용이 100이었다면

배를 256대 만들었을 때쯤엔 비용이 50으로 떨어진다

 

&quot;alt&quot;:&quot;배 제조횟수당 제조비용&quot;

 

거기서 또 배 건조 횟수가 16배 늘면 비용은 50에서 25로 떨어진다

 

 

Q. 단위당 생산 비용이 총생산량에 반비례한다는 것은?

 

☞  작업을 더 잘하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가 쌓일수록

재화 생산에 관련된 인력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생산 비용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이는 인류의 진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막 생겨났을 때 너무 비싸 보였던 재화도

경험이 쌓일수록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

 

처음엔 몇 년 만에 배 2,700척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지만

 

&quot;alt&quot;:&quot;진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quot;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단위당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는 개념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광전지 제조 기술은 수십 년 전 개발됐지만

그땐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의 총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생산 비용이 꾸준히 낮아졌다

인류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태양광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넘어갈 길이 열린 셈이다

 

진보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진보는 그런 난관을 넘어선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진보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 >

 

하지만 때론 진보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 마셜

한 업계에서 여러 기업이 경쟁할 때 벌어지는 일을 연구했다

 

여러 기업이 경쟁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면

다양한 순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여러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

뒤처진 기업은 도태하고 그곳의 자원은 다른 회사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마셜이 걱정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특정 상품을 가장 많이 생산해 본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생산 단가가 가장 낮을 거라는 문제

 

학습 곡선에 따르면 당연히 그렇다

그러면 가장 큰 회사가 계속 커지게 돼 있다

 

누적 생산량이 가장 많은 회사는 생산 단가와 판매가가 가장 낮다

그럴 경우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

기존 기업 수준으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된다

 

마셜은 이 문제를 모른 척했다

 

&quot;alt&quot;:&quot;마셜의 경제학 원리 중&quot;

 

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일 뿐이었다

주장을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가 없었다

 

오늘날, 상품을 생산할 때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셜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다

 

&quot;alt&quot;:&quot;마크 앤드리스의 말&quot;

 

경제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의 경제활동

→ 물리적인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뿐

금속을 휘어 특정 모양으로 바꾼 후 여기저기로 운반하는 식이었다

 

오늘날의 경제 활동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의 비중이 커졌다

 

▶ ▶ 그런 소프트웨어적 활동은 독점을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

 

 

제조가 필요한 재화인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1950~60년대에는 자동차 회사가 많았다

단일 회사가 자동차 업계를 지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업계 선두 주자들은 점점 유리해졌다

 

엄청 효과적인 소프트웨어를 처음 개발한 기업은

몸집을 키워 더 큰돈을 벌고 소프트웨어에 더 투자할 수 있었다

학습 곡선은 더 가팔라지고 시장을 선점한 기업의 이점은 더 많아졌다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쉬워 한번 코드를 작성하면

10개에 통하는 소프트웨어는 100만 개에도 통한다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조금 나아져 봤자

100번이든, 100만 번이든 재사용할 수 있는 코드에 미치지 못한다

 

요즘은 승자 독식 경향이 강한 산업이 많이 등장했다

많은 기업 중 잘하는 최고 기업이 큰 점유율을 갖는 게 아니라

거대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한다

 

많은 중요 업계가 단일 기업에 지배당하고 있다

 

&quot;alt&quot;:&quot;거대 기업의 시장 독점&quot;

 

이런 독점 현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다

경제학자들이 전통적인 시장 경제에 기대했던

경제의 순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 곡선의 이점과 경쟁의 순기능이 양립하지 못한다

요즘은 학습 곡선의 효과는 훨씬 커지고 경쟁의 순기능은 크게 축소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부정을 저지른 건 아니다

기업이 부정을 저지르고 가격 담합을 해야 독점인 것 같지만

이는 오늘날 승자 독식 체제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학습 곡선이나 소프트웨어 재사용의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승자 독식 체제하에선 경쟁이 과열돼

규칙을 어기고 남을 속여도 된다는 풍조가 생긴다

 

부정직하게 행동한다면 언젠가 모두가 알게 된다

하지만 부정직 해도 업계를 독점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는 것이다

소비자가 부정직한 기업에 질려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승자 독식 체제와 도를 넘은 경쟁이

지속되다 보니 도덕적 기준이 모호해졌고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정을 저지를 소지도 매우 커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퍼진 불신은 단순히 허위 정보나

몇몇 이상한 인터넷 사용자 때문이 아니다

신뢰는 경험에서 비롯하는데 그동안 기업들은

소비자를 속이면서 목적을 모호하게 감췄다

 

객관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하겠다고 해 놓고

뒤로는 광고주들이 주는 돈을 받으면서

편향적인 검색 결과를 내놓고 우리를 조종해 왔다

SNS도 마찬가지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학습 곡선의 큰 순기능을 실제로 누리는 것이다

더 싼 태양광 패널, 더 많은 배, 더 싼 무탄소 에너지 등

이런 순기능을 누리면서도 부정직한 기업이

현대 경제의 모든 업계를 독점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

 

 

 

 

(2024.04.30 방송)

 

 

4강  과학적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

 

 

 

 

< 현대 시장 경제 시스템의 신뢰 >

 

신뢰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역사학자들의 큰 화두 중 하나였던

'중국의 문제'를 먼저 이야기해 보자

 

중세 시대 중국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었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거대했고 수많은 사람이

독자적으로 연구하며 다양한 지식을 발견해 공유했다

 

&quot;alt&quot;:&quot;중세 중국의 기술&quot;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유럽보다 앞서 있었다

 

 

왜 중국은 산업 혁명을 선도하지 못한 걸까?

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유럽이 중국을 앞지른 걸까?

 

중국 경제학자 린이푸 교수의 논문을 보면

중국이 현재 산업과 시장 체계에서 왜 세계적인 리더가 되지 못했는지

깊이 꿰뚫어 보고 있다

린이푸 교수는 중국에서 기술이 발전할 때

서양에선 과학적 시스템이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양쪽(기술/과학적 시스템)의 차이가 뭘까?

강철을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이 발전하는 것과

과학적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 걸까?

과학적 시스템은 어떻게 세상에 도움이 됐을까?

 

과학철학자 마이클 스트레븐스는

'지식 기계'라는 훌륭한 책을 출간했다

 

&quot;alt&quot;:&quot;마이클 스트레븐스의 지식 기계&quot;

 

과학이 중국에서 좀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지 못하고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이유도 설명했다

스트레븐스는 과학이 조금 특이한 소통 방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아주 구체적인 수치에 관한 대화이다

수치라든가 관찰 결과, 자연사,

시간이나 거리, 실험 결과 따위에 관한 대화이다

과학자들은 엄청난 시간을 들여 정확한 수치를 구한 다음

자기 이름을 붙여 발표하고 공유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실험으로 똑같은 수치가 나오는지 확인한다

스트레븐스는 그게 과학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흔히 '과학' 하면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이 의자에 안장 고민하는 걸 떠올린다

물론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도 있지만

과학이란 보통 무엇을 아주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계산하는 활동이다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중력 이론을 내놓은 후_일반 상대성 이론(1915)

자신의 이론으로 정밀한 계산을 수행했다

수성 궤도가 세차 운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 냈다

수성의 궤도 방향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quot;alt&quot;:&quot;아인슈타인의 증명&quot;

 

과학자들의 상호 신뢰가 정확한 계산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_마이클 스트레븐스

뭔가 발표할 때 정밀한 계산과 실험 결과가 뒷받침돼야 하고

남들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거짓말로 속이려 들었다간 들킬 것이다

허위 사실로 남들을 속이려다가 들키면

학계에서 영원히 추방당할 것이다

 

 

과학적 설명은 짧고 명료해야 한다

학자들은 언제나 검증 가능한 얘기만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과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학자들은 정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려 한다

실수로든 고의로든 남을 기만해선 안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평판의 균형'이라고 한다

 

&quot;alt&quot;:&quot;평판의 균형&quot;

 

우리는 '평판의 균형'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꼼수, 거짓말, 게으름의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남들이 나를 소수점 단위까지 검증한다는 것을 알면

나만 편해지겠다고 꼼수를 쓰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성실하다는 평판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져

'평판의 균형'이 이루어지면 사회에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영국과 유럽에서 과학계 위주로 신뢰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자 곧 사회 전반에 퍼졌다

과학계 인사들이 정계와 경제계에서 활동하면서

과학자 사이의 신뢰가 퍼졌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정직하다는 평판을 지키는 데 신경 쓰게 됐다

부정직하다는 낙인이 찍히면 남들에게 나쁜 대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직함을 중요시하고 부정을 멸시하며 기피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시장 전체에 신뢰성이 생겼다

 

웬만하면 물건을 사러 갈 때 판매자가

상품의 특징이나 효과를 속이지 않을 거라 믿게 됐다

정직하다는 평판을 지키는 게 판매자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 유럽에서 발달하고 중국에서 못 발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 사회가 다르게 발달했다는 게 핵심이다

 

과학은 정직한 문화의 발달에 기여했다

성실과 정직이 중요시되고 신뢰의 싹이 트는 문화다

신뢰에 기반해 거대한 시장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젠 거래 상대를 개인적 경험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은행에 투자할 때

상대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 의존해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 전체가 신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등장과 중국의 문제는 더 심오하고 중요한 문제로 이어진다

 

 

Q. 법치주의가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영국의 전 총리 고든 브라운이 말하길

"법치주의를 도입할 댄 첫 500년이 고비다"

예를 들어 법치주의의 초석이었던 대헌장은

영국의 왕과 지배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헌장부터 오늘날의 시장 경제가 등장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500년의 노력 끝에 사회 구성원들이 평판을 위해 

정직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물론 사기꾼도 있다

도둑, 휴지 조각을 파는 회사도 있다

 

늘 존재하는 몇몇 일탈자들은 법과 경찰이 제재했다

법치주의 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요점은 과학의 등장으로 법치주의의 도입이 빨라졌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직 법치주의가 정착하지 않은 곳에 그런 문화를

도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과학계는 정직과 성실을 강조하는 문화를 통해 서로를 신뢰한다

모두가 정직하고 정확하려는 노력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과학 연구에 참여해 신뢰성 있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축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과학이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전에 언급했던 경구수액요법처럼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경고하고 싶은 것은

과학적 시스템이 낳은 상호 신뢰, 정직, 성실을 중시하는 문화가

승자 독식 체제하에서 경쟁하는 기업들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아무도 이해 못 할 2만 단어의

약관을 들이대며 목적을 감추고 있다

그런 기업들을 위시해 부정직에 기반한 체제가 퍼지고

과학적 시스템이 낳은 성실을 부정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성실과 신뢰에 기반한 사회 체제가 무너지면

시장 경제 전체가 망가지게 돼 있다

현대 인터넷 경제의 기반이 된 맞춤형 광고 시장이 낳은

승자 독식 현상과 무절제, 부정직이 큰 문제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업계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퇴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진정으로 시장 시스템과 진보를 위한다면

신뢰라는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성실을 중시하며 불성실을 멀리해야 한다

 

성실과 정직의 문화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2024.05.01 방송)

 

 

5강  진보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 인류가 나아갈 방향 >

 

학습 곡선 효과는 진보의 큰 동력이다

과학적 시스템도 진보의 큰 동력이다(예. 경구수액요법)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전부 시장 시스템에만 맡겼다간 경쟁을 악화시킬 것이다

 

성실과 정직의 규범이 훼손된다

그러다 보면 지금껏 수많은 진보를 이끌어 온

과학적 시스템 자체가 흔들린다

 

인류의 미래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무료 공개된 소프트웨어)

달렸다고 생각한다

 

♣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방법

1. 독점 소유권과 수익에 기반한 시장 시스템

2. 지식을 함께 공유하는 과학 시스템

 

 

이전엔 무료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효용성에 대해 의심했었다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발견한 것을 무료로 자발적으로 공유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상업적으로 만든 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시간이 흘렀고, 한 10년 전쯤 다른 학자의 논문을 참고해

수학에 관련된 이론을 발전시키고 있을 때였다

숫자를 이용해 명확한 설명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남을 속이는 행위를 비판하는 논문을 쓰고 있었다

이 연구에 '매스매티카'라는 상용 프로그램을 쓰기로 했다

 

&quot;alt&quot;:&quot;매스매티카&quot;

 

 

매스매티카로 열심히 작업을 했다

마침내 연구 결과를 남들과 공유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프로그램 제조사에서 작업물을 공유할 때

제약을 걸어 놓은 걸 알게 됐다

 

작업물을 공유하려면 그 회사의 상업용 플랫폼을 써야 했다

매스매티카 측에서 개발한 상업용 뷰어를 이용해야만 했다

완전히 당한 것 같았다

연구 내용을 무료로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매스매티카를 쓰지 않고

대신 비슷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찾았다

 

여러 사람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 만든 무료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쓸 수 있지만 기업에 휘둘리기 싫었다

정보 공유의 기본 과정까지 기업이 좌우하는 게 싫었다

 

요점은 이것이다

 

&quot;alt&quot;:&quot;과학적 시스템의 가능성&quot;

 

애플이 자사 컴퓨터에 쓰는 운영체제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기반이다

구글이 자사 안드로이드 기기에 사용한 운영체제도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기반이다

 

과학적 시스템과 오픈 소스 시스템의 발달에

시장만 한 곳이 없다고 착각했었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을 바꾸고

이런 개방적 시스템을 도입해 사회를 보완해야 한다

시장 시스템만 있으면 사회가 병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 분야라고 생각된다

영리만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작될 경우

기술이 악용될 수 있다

 

기계 학습이나 인공지능 분야의 주도권을

영리적 시장 부문에서 개방적, 과학적 부문으로 넘겨야 한다

우리는 시민으로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장려하며

성실과 정직이라는 기본 윤리를 지켜야

신기술이 착취에 악용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시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정부도 필요하다

경제학자를 자처하던 사람 중에

정책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인물로 앨런 그린스펀이 있다

 

그린스펀은 현대사 최악의 중앙은행 의장이었다

 

&quot;alt&quot;:&quot;현대사 최악의 중앙은행 은행장 앨런 그리스펀&quot;

 

그린스펀은 좋은 규제 따위는 본 적이 없다며

언제나 나쁜 거라고 말했다

규제는 혁신의 장애물이니 전부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그린스펀은 성장과 진보의 개념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처음에 염화불화탄소라는 화합물이 개발됐을 때

아주 유용한 물질로 보였다

냉장은 물론 불을 끄는 데도 쓸 수 있었다

인체에 노출돼도 해가 없는 안전하고 유용한 물질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불편한 진실을 밝혀냈다

대기 중에 퍼진 염화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었다

오존층은 지구에 쏟아지는 유해한 자외선을 막아 준다

모든 생물이 오존층의 보호를 받는다

 

이럴 땐 정부가 강경하게 화학 기업들을 막아 줘야 한다

 

&quot;alt&quot;:&quot;몬트리올 의정서&quot;

 

전 세계에 금지 조약을 발의해 이 화합물을 막는데 동참하게 했다

 

 

진보에 정말로 필요한 게 뭘까?

 

염화불화탄소 같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기업도 필요하지만 그 물질이 유익하기보다

해롭다면 단호하게 막아 줄 정부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해롭지만 수익성이 있다면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섣불리 금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수가 이득을 보고 다른 모두가 피해를 당한다면

정부가 강경하게 막아 줘야 한다

그린스펀은 크게 착각한 것이다

정부를 축소하는 건 진보가 아니다

 

&quot;alt&quot;:&quot;그린스펀 규제의 오류 인정 기사&quot;

 

혁신은 좋은 것도, 끔찍한 것도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장 시스템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 시스템, 그리고 시장이 잘못되면 

단호하게 막아 줄 정부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진보는 진실을 뒷받침하는 정부와 과학 없이

시장만 믿어서는 할 수 없다

1980년대에 시장만 맹신했다면 인류는 사라졌을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 진보를 이끄는 시스템과

우리가 시민으로서 중시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시스템이 모두 필요하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게 실제로 이득이 된다

성실과 정직은 그 자체로 선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선함도 진보의 일부이다

진보란 단순히 더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인간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타인을 적이나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봐선 안 된다

 

이기심, 권력욕, 지배욕에 취해

선한 가치를 음해하는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어떤 사회를 바라는지 확실히 말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개방성과 투명성,

성실과 정직을 중시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그래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국가는 진보할 것이고 어떤 국가는 시장 논리와 기만,

부정의 균형에 갇혀 버릴 것이다

앞으로 100년, 500년 후 세계를 선도하는 건

성실과 정직과 과학의 길을 택한 국가일 것이다

 

그런 국가가 이끄는 세상에선 인류가 계속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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