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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3 (동물을 위한 정의) 1~5강

by 상팔자 2024. 4. 5.

 

EBS 위대한 수업 3 (동물을 위한 정의) 1~5강

위대한 백열 번째 강연 '동물을 위한 정의' (시즌 3 스물아홉 번째)

 

 

(2024.03.29 방송)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 시카고대 철학과 교수

「포린폴리스」 '세계 100대 지성' (2005, 2008년)

아스투리아스 공상(2012)

교토상(2016)

베르그루엔상(2018)

발잔상(2022)

 

 

"alt":"마사 누스바움의 정의"

 

 

 

1강  동물은 왜 불의를 겪는가

 

 

 

'동물을 위한 정의: 철학을 통한 실현 가능한 발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다양한 불의를 경험한다

잔혹한 공장식 축산업과 밀렵, 오락을 위한 사냥

수많은 동물의 서식지 훼손까지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인간은 세상 모든 곳을 지배하고 있다

바다에선 해양 동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 가고

하늘에선 대기 오염 때문에 수많은 철새가 죽고 있다

물론 땅도 예외는 아니다

큰 동물들의 서식지가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

 

이런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향을 제시할 좋은 철학 이론도 필요하다

이 문제를 '역량 접근법'에 기반해 풀어 나가려 한다

또한 왜 역량 접근법이 더 바른 방향인지도 설명해 보겠다

 

"alt":"역량접근법"

 

 

정의[Justice]와 좌절된 노력

 

불의란 무엇일까?

 

비인간 동물은 물건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각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연구할 개별 동물에 이름을 붙이자고 주장한다

 

"alt":"케냐에 사는 암컷 코끼리 버지니아"

 

코끼리 학자 조이스 풀이 이름을 붙여 주고 연구했는데

'코끼리와 함께 어른 되기'라는 자서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동물이 자유롭게 살며 번영하는 사례

버니지아의 눈은 커다랗고 호박색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가만히 서서 눈을 감는다

조이스 풀은 모계 사회를 이룬 코끼리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무리를 이끄는 빅토리아보다 젊은 버지니아를 알게 됐다

 

버지니아는 조이스의 노래를 특히 좋아했는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제일 좋아했다

종종 버지니아는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길게 이동한다

소리 없이 발을 움직이며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누빈다

 

얼마 전에 낳은 아기 코끼리는

버지니아의 거대한 배 밑에 숨어 함께 걸어 다녔다

코끼리는 훌륭한 엄마들이어서 아이를 아주 잘 보호한다

자기 아기를 살리려고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인간의 부당한 대우로 비참해진 경우

버지니아가 드러누운 채 죽어 있다

엄니와 코는 칼로 도려내졌고

얼굴엔 피범벅이 된 빨간 구멍만 남았다

 

많은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상아 거래는 여전히 성행한다

꼬리나 코 같은 사냥 전리품을 사고파는 시장은

억제책이 거의 없어 성행하고 있다

그런 전리품을 미국으로 들여와도 불법이 아니다

 

다른 암컷들이 코를 뻗어서 버지니아를 일으키려 한다

결국 포기하고 버지니아의 몸에 흙과 풀을 뿌린다

아기 코끼리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동물원, 특히 미국 동물원 같은 데 잡혀갔을 것이다

코끼리라면 원산지를 묻지 않고 사들이는 상업형 동물원일 것이다

 

"alt":"고래 핼"

 

핼 화이트 헤드는 훌륭하 고래학자이다

고래의 노래를 주로 연구했다

배를 타고 고래를 관찰하다가 무리와 함께 있는

핼을 발견했는데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근처였다

 

동물이 자유롭게 살며 번영하는 사례

고래를 관찰하기 위한 작은 배가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거친 물결을 헤치고 나간다

몇몇 혹등고래 떼가 뛰어오르고, 꼬리를 내려치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고래들의 넓은 등이 햇빛에 반짝인다

그중엔 핼도 있는데 보트의 모터 소리 너머로 고래들의 노래가 들린다

 

소리 패턴이 너무 복잡해서 인간의 귀론 이해하기 힘들다

사실 혹등고래의 노래에는 복잡한 문장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래의 종류도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참신함을 위해서그러기도 하고 그저 변화를 주려고 그러기도 한다

여기서 일어난 노래의 변화가 1년 후, 하와이에서 관찰되기도 한다

고래는 서로를 보며 따라 한다

 

인간의 부당한 대우로 비참해진 경우

핼이 죽은 채로 필리핀 해변에 쓸려 왔다

한때 건강했던 몸은 삐쩍 말라 있었다

학자들은 핼의 몸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40kg을 발견한다

봉투, 컵, 병 같은 일회용품이 몸속에 가득했다

 

핼처럼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또 다른 고래는

몸속 쓰레기에서 슬리퍼가 발견되기도 했다

핼은 굶어 죽은 것이다

 

플라스틱은 고래에게 포만감은 주지만

영양분은 주지 않는다

결국 몸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굶어 죽는 것이다

 

핼 몸속의 플라스틱 중엔 석회화할 정도로 오래돼서

플라스틱 벽돌처럼 변한 것도 있었다

 

"alt":"블랜딩스의 여왕"

 

동물이 자유롭게 살며 번영하는 사례

세상 어떤 돼지보다 콧대 높고 개성 넘치는 가상의 돼지는

P. G. 우드하우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블랜딩스의 여왕일 것이다

블랜딩스의 여왕은 기품 있고 덩치가 큰 검은색 버크셔 암퇘지이다

블랜딩스 성의 사랑받는 동반자로 보살핌을 받는다

여왕은 구유를 좋아한다

여왕을 보살피는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늘 채워 주기 때문이다

 

시릴 웰빌러비드, 말 그대로 '사랑받는다'란 뜻이다

하지만 웰빌러비드가 술에 취해 소란을 일으켜 감옥에 가자

여왕은 몸이 약해졌고 식욕마저 잃어버렸다

돼지를 정말 아끼는 엠스워스 경과 인간 가족은

여왕의 건강을 걱정해서 다양한 간식으로 유혹한다

하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도 블랜딩스에 제이미 벨퍼드가 나타난다

그가 네브레스카에서 배워 온 돼지 모는 소리가 빛을 발한다

벨퍼드는 여왕을 도와서 예전의 기운을 되찾게 한다

여왕은 다시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은 제87회 슈롭셔 농업 박람회

뚱뚱한 돼지 부문에서 첫 은메달을 딴다

 

원래 여왕은 친절한 사람들 곁에서 잘 살고 있었다

블랜딩 성의 자연에 둘러싸여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P. G. 우드하우스의 다정한 세계관 속에선

모든 존재를 사랑과 유머로 대한다

 

그런데 여왕이 불행하게도 21세기 아이오와의

돼지 농장에 살게 됐다고 상상해 보자

 

인간의 부당한 대우로 비참해진 경우

얼마 전에 임신한 여왕은 임신 상장에 강제로 갇히게 된다

돼지의 몸 크기에 딱 맞춘 비좁은 금속 상자인데

콘크리트, 금속 재질 바닥엔 짚도 안 깔려 있다

배설물이 하수 처리장으로 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걷거나 몸을 돌릴 수 없고 눕기도 쉽지 않다

 

돼지 모는 소리를 내며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돼지를 아끼는 인간이 다정하게 보살펴 주지도 않는다

여왕을 반겨 주는 다른 돼지나 동물도 없다

여왕은 물건에 불과하다, 새끼 낳는 기계

 

미국의 암퇘지 약 6백만 마리가 이런 공장식 농장에 산다

미국 대부분 주에서 임신 상자를 사용하는데

현재는 미국 9개 주와 몇몇 해외 국가에서 금지됐다

임신 상자에 갇힌 암퇘지는 근육과 뼈의 질량이 감소한다

운동 부족 때문이다

 

창살을 물거나 혀를 마는 행동도 보이는데

지루함과 불만이 쌓여서 그런 것이다

암퇘지의 가장 큰 고통은

먹고 자는 장소에서 변을 봐야 하는 것이다

 

원래 암퇘지는 정말 청결한 동물이라서

밥 먹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변을 본다

 

또 다른 불만은 사회생활을 다 박탈당한단 것이다

돼지는 사회성이 뛰어나고 지능도 높은 동물이다

거짓말로 임신 상자의 사용을 정당화하는 사람도 있다

상자에 가두지 않으면 돼지끼리 싸운다면서 말이다

 

이 허울좋은 주장은 돼지에게는 맘대로

움직일 공간을 줄 필요가 없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돼지는 자동 기계가 아니라 

개성 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지적한 사람들이 있다

 

퓨 위원회는 산업형 가축 생산업에 대해

2008년에 이렇게 권장했다

 

"alt":"퓨 위원회의 권장 사항"

 

이 권고문이 발표되고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동정심이 들기도 하고

'전환적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복수를 꿈꾸는 과거 지향적 분노가 아니라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는 미래 지향적 분노이다

 

이런 극악무도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린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

 

 

◆ 세 이야기의 공통점 ◆

 

1. 지각 있는 존재

세 경우 모두 지각이 있는 존재를 다루고 있음을 우린 알고 있다

고통을 느끼거나 주변 환경을 인지할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도 갖고 있다

 

2. 번영하는 삶을 위해 노력

동물들은 모두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 동물 고유의 방식으로 살려고 하고 있다

긍정적 사례에선 셋 모두 동물들의 번영하는 삶을 묘사하고 있다

 

3. 노력이 좌절됨

동물의 번영하려는 노력이 좌절됐다

인간의 고의적이고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좌절됐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불의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불의란 지각 있는 존재의 노력을 부당하게 좌절시키는 행위다

 

 

 

 

(2024.04.01 방송)

 

 

2강  철학자들의 사유와 한계

 

 

 

 

동물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철학적 접근법 세 가지

 

 

동물에 대한 불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법적, 현실적 방향을 제시해 온 접근법

(서양 철학 중)

 

서양 철학이 아닌 인도, 불교 힌두 철학도

동물권 변호에 쓸 좋은 자료가 많다

최근 인도 법원에서는 동물도 인간과 같다고 선언했다

 

"alt":"인도 법원이 인정하 동물의 권리"
인도 헌법 21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간의 생명,

자유를 뺏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

 

'자연의 사다리'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접근법이다

인간이 그 꼭대기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이 접근법의 주창자인 법학자 스티븐 와이즈와

비인간 동물 권리 프로젝트의 지지자들은

인간과 지능이 매우 비슷한 생명체를 보호하고자 한다

 

유인원이 대표적이고 최근 와이즈는 코끼리도 여기 포함시켰다

이런 동물을 법적인 개인으로 취급하고

다양한 보호책을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이유로 말이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최근 미국에선 이 접근법을 근거로

실험 시설에 있던 한 무리의 유인원을 동물 보호 구역으로 옮기려 했다

최근에도 어떤 소송에서 이런 접근법이 사용됐다

 

▣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의 문제점

 

① 우리와 충분히 '비슷하다'라고 여겨지지 않는

수많은 생명체의 고통엔 관심이 없다

인간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동물을 잘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동물들의 괴로움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한다

 

② 실증적 근거도 허약하고 호기심도 부족하다

지능의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려는 의지도 없고

동물 인지 능력의 복잡성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지능이 존재한다

 

문어 같은 해양 동물도 저마다 다른 지능을 갖고 있다

다재다능한 새의 지능도 오랫동안 과소평가됐다

그중엔 인간에게 없는 지능도 있다

 

새는 길을 찾기 위해서 감각 능력을 동원해 자기장을 읽는다

돌고래는 자기가 접근하려는 대상 속에 뭐가 들었는지

'반향 정위'라는 또 다른 감각을 동원해 알아낸다

대상 속에 뭐가 들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대상에서 반사된 초음파를 읽어 내는 능력이다

포획되어 살던 돌고래가 조련사가 임신한 걸 알아채는

놀라운 사례도 있다

 

자연엔 사다리가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놀라운 수평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지위와 생활 방식에 맞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③ 이 접근법이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부적절하다

동물이 아닌 인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자기도취적이고 자기만족적이다

 

"alt":"자연의 사다리"

 

하지만 모든 동물은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자기 삶을 살아갈 능력이 있다

 

 

2. 공리주의 접근법

 

제레미 벤담이 쓴 유명한 저서의 각주에서 시작됐다

 

"alt":"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벤담의 기본 관점은 유일한 선은 쾌락이고

유일한 악은 고통이란 것이다

그런데 벤담은 이 각주에서

동물도 인간 못지않게 고통과 괴로움에 취약하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인간이 동물을 잔혹하게 지배한 시절을 돌아보면

노예무역 못지않게 끔찍해 보일 거라고 했다

 

그런데 벤담의 말과 달리 당시 영국에선

노예무역에 대한 반감이 그리 크진 않았다

영국 못지않게 노예를 학대한 미국에 관한 얘기도 빼먹었다

 

"alt":"공리주의 접근법"

 

이어서 벤담은 말한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피부의 융모를 보고 차별해선 안 된다

엉치뼈의 굴곡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을 잔혹하게 억압해서도 안 된다

 

이후 벤담은 다른 글에서도

사냥과 낚시를 놀이처럼 즐기는 걸 비난했다

동물을 식용으로 잡는 건 허용해도 된다고 했다

단 고통 없이 죽인다면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도 벤담의 뒤를 따라서

동물권에 관한 글을 썼고 

동물 학대 방지 협회에 전 재산을 기증했다

두 사람의 철학적 후계자인 공리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는

명저 '동물 해방'을 최근 신판으로 출간했다

 

동물을 대하는 잔인한 관습을 철폐하자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공리주의 접근법은 인간의 동물 착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통에 초점을 맞춰 첫 번째 접근법보단 낫다

 

공리주의 문제점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

동물을 고통에서 해방하는 건 좋지만

동물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놀 수도 있어야 한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선택하고

사회관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좋은 것들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동물들은

그걸 뺏겨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경제학 용어를 빌리자면 '적응적 선호'가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질 낮은 현실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공리주의 접근법은

부당한 현상 유지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곤 한다

 

② 쾌락에 도달한 '상태'를 목적으로 삼는다

즉 어떤 걸 추구하는 행위의 소중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곧장 쾌락의 상태에 도달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무엇을 얻든

직접 노력해서 얻고 싶어 하며 이건 동물도 마찬가지다

 

③ 개인에게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쾌락 총량의 최대치나 평균 쾌락의 최대치를 추구한다

(공리주의 종류마다 차이는 있다)

따라서 경험에 근거한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인간이 고기를 먹을 때 느끼는 쾌락을 계산해서

잡아먹히는 동물의 고통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런 계산이 동물 보호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회의 사다리 제일 밑에 자리한 존재의 상태를

본질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3. 칸트주의 접근법

 

철학자 크리스틴 코스가드가

'동료 생물'이란 저서에서 소개한 접근법이다

동물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코스가드는 물론 칸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칸트의 주요 주장과는 부분적으로 의견을 달리한다

 

"alt":"코스가드와 칸트의 차이"

 

칸트는 동물은 그저 소유물이라고 여겼다

"인간은 그 존엄성으로 인해, 이성 없는 동물처럼

자신이 맘대로 처분할 수 있는 물건과는

다른 지위를 갖는 존재자다"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기반한 코스가드의 접근법은

인간만이 규범적 사고를 하고 자율성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는

수동적 시민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접근법은 실증적 이유에서든 규범적 이유에서든 거부해야 한다

사실 인간의 윤리적 역량은 동물적 삶의 유산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역량은 다른 동물들도 갖고 있다

 

이해가 안 되는 점은 하나 더 있다

윤리적 사고를 못 하는 존재는 능동적 시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그런 사례도 많다

인간 아동이나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

칸트주의에서 말하는 도덕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우린 그들을 능동적 시민으로 여긴다

 

법을 만들 때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실제로는 의사 결정을 도와줄 후견인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같은 논리를 동물에 적용해도 된다

 

 

★ 역량 접근법

 

인간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접근법

최소한의 정의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모든 시민에게

최저 수준의 10대 핵심 역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alt":"10대 핵심 역량"

 

역량이란 개인이 선택 가능한 실질적인 기회를 말한다

개인의 고유한 능력이나 추상적 가능성만 뜻하는 게 아니다

역량 접근법은 모든 지각 있는 존재에 주목한다

자신만의 주관이나 세계관을 가진 존재를 말한다

 

모든 척추동물과 대다수 무척추동물이 해당된다

이런 모든 존재에겐 그 종의 생활 방식에 따라

좋은 삶을 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2024.04.02 방송)

 

 

3강  동물은 어떤 역량을 지니는가?

 

 

 

 

A. 가상의 헌법

 

인간 같은 경우엔 CA(Capabilities Approach)

즉 역량 접근법이 헌법을 만들 때 참고할 양식을 제공한다

 

"alt":"역량 접근법"

 

이 목록엔 여러 항목과 만족시켜야 할 최소치가 적혀 있다

어떤 나라가 최소한의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면

이 목록을 참고하되 나라 고유의 환경과 역사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자국만의 목록을 만들 수 있다

 

 

이 접근법을 동물에게 적용하기 힘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다른 동물들은 종종 국경을 넘고는 한다

특정한 나라에 속하지 않은 하늘이나 바다의 일정 구역을 점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나라의 헌법만으로는 이주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힘들다

 

둘째,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동물 보호법을 제정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

그래서 일단 역량 접근법을 이용해 가상의 헌법을 제안해 보려 한다

 

국가나 주 정부, 지방 정부가 동물 보호법을 개선하거나

법의 틀을 바꾸는 데 참고하도록 말이다

바라건대 장기적으로는 이 가상 헌법을 중심으로

존 롤스가 이야기하는 '중첩적 합의'에 도달했으면 한다

각 나라 안에서 또 국경을 뛰어넘어서 합의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인권 보호법의 틀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유연한 접근법을 사용하면

모든 나라가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도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기본적 목표는 모든 동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동물의 존엄과 노력에 부합하는 삶을 살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합리적인 최저 수준의 기회를 제공하되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방어권을 위협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B. 목록과 삶

 

이상적인 것은 모든 종을 연구해 개별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목록에 각 종의 생존과 번성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담는 것이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관심사를 표현하곤 한다

동물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할 사람이 필요하다

해당 동물과 긴 세월을 함께 살면서

사랑으로 세심하게 보살펴 본 사람이어야 한다

각 종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배정하는 게 가장 좋다

 

이런 보호자 겸 경청자들은 각 종에 속하는 다양한

개별 동물을 잘 알아야 한다

각 동물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을 효과적으로 

돕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핵심 역량 목록의 일반적 항목에 초점을 맞춘다면

모든 종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자 지침이 될 것이다

이 목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든 종의 공통분모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모든 동물은 생명, 건강을 지키며 신체를 보전하려 노력하고

감각, 상상력, 사고를 활용할 기회를 얻길 원한다

'실천이성'은 동물에 적용하기엔

너무 인간적인 지침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실제로 모든 생명체는 삶에 관한 중요한 선택을 내릴 때

기회를 갖길 원한다

계획이나 선택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한다

'소속'은 모든 동물에게 중요한데 어떤 소속을 원하는지는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다

모든 동물은 자기를 둘러싼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한다

여기엔 다른 종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포함된다

놀이와 여가는 인간만 누릴 줄 아는 게 아니다

연구자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동물의 친목에도 놀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동물은 자신의 물질적, 사회적 환경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인간을 기준으로 만든 목록이기 때문에

동물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항목들이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설득력 있는 근거만 제시된다면 언제든지 목록을 늘릴 것이다

 

 

동물을 의인화한다고 걱정하는 분도 계실 테고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의 오류와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걱정은 전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목록은 인간만의 특징을 고려해서 만든 게 아니라

취약성을 지닌 채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동물성의 일반적인 조건을 생각해 만든 것이다

 

이 주제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뤘다

 

"alt":"논문 동물의 움직임에 관하여"

 

이 글에서 아리스토텔레스 공통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동물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왜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세부적인 부분에선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동물들의 공통된 일반적 패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엔 동의하지만 차이에 둔감해지는 거나

자기중심적 감각에 대해선 늘 경계해야 한다

 

때로 이 공통적인 설명에 기반한 역량 목록에는

인간 역량 목록이 포함되기도 한다

첫눈에는 동물의 삶과 무관해 보일 수도 있다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에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수단이 아닌가?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욕구와 욕망을 표현한다

정교한 표현법을 구사하고 복잡한 문장 구조를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란

다양한 표현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종이에 쓴 글에만 국한하지 않는단 것이다

동물의 표현 방식도 포함시키면 안 되는 걸까?

 

동물에게 법적 지위가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동물이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들으려 하지 않을 뿐이다

동물에게는 말할 자유가 없다

동물의 결핍과 고통에 대한 정보가 무시될 때

공장식 축산업의 열악한 환경에 관한 정보가

쳬계적으로 대중에게 검열될 때라면 그렇다

 

고통받는 돼지와 닭을 돕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어그-개그 법'이란 법에 의해 발언권을 제한받는다

 

"alt":"어그-개그"

 

표현의 자유는 동물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이유들이 그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참고로 그는 동물 권리 옹호자였다

 

밀은 명저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quot;alt&quot;:&quot;존 스트어트 밀이 말한 표현의 자유&quot;

 

인간 역량 목록의 몇몇 세부 항목은

동물에게도 간접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량 목록의 세부적인 허위 항목 중엔 

동물에게 적용하기 힘들어 보이는 내용도 있는데

언론의 자유와 정치에 참여할 자유가 그런 예다

 

동물은 신문 기사를 쓰지는 않지만

동물의 고통에 관한 정보가 자유롭게 유포되는 건

그들의 선에서 중대한 부분이다

 

모든 동물의 삶이 인간이 지배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선 대기근이 발생했는데도

마오쩌둥 주석조차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 오랫동안 언론의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어그-개그 법'처럼 언론을 통제하는 법은

동물이 고통에 관한 정보를 대중이 모르게 해서

행동에 나서는 걸 막는다

 

물론 동물의 고통에 관한 기사와 책은 인간이 쓸 테고

영상이나 사진도 인간이 촬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동물의 삶에 중요하다

동물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그들의 처첨한 생활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정치에 참여할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동물은 같은 종끼리 정치적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인간 세상에 정치적으로 관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동물은 선거, 의회, 공직이 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인간의 정치는 동물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특정 장소에 사는

모든 존재의 권리와 특권을 정치가 결정한다

복지, 서식지 등의 문제에 관한 중대한 결정도 내린다

 

동물에게도 저치적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동물에게 법적 지위와 법정 대리인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법적 대리인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안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어떤 장소에 사는 동물이든 그들이 사는 방식에 대한

발언권이 있어야 한다

 

인간과 동물의 역량 목록의 세부적인 항목으로 들어가면

놀라울 정도로 중첩되는 부분도 있지만

인간과 동물의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놀라움과 배움에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동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를 조직하고

독자적인 지각 능력도 갖고 있다

인간에게 없는 자기장을 읽는 능력이나

반향 정위 같은 감각을 지닌 동물들도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감각도 동물은 대게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다

청각, 시각, 특히 후각은 인간의 감각과 많이 다를 것이다

이런 차이를 밝혀내려면 공을 들여 연구해야 한다

 

 

C. 생산적 기능과 치명적인 약점

 

이 접근법은 각 동물에 맞춰 특화되어야 한다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개별 사례나 여러 사례에 걸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독 생산적인 역량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동물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량이다

 

반면에 유난히 치명적인 무능력으로 발생하는 피해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독단적 폭력에 종속되는 건 모든 동물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작살 사냥에 대한 고래의 취약성, 밀렵에 대한 코끼리의 취약성

임신 상자에 갇혀야 하는 암퇘지의 취약성

소위 '주인'이라고 하는 인간들이 저지르는

학대와 방치에 대한 개의 취약성이 그 예다

 

모든 동물에게 공통적인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은

환경오염이다

공기나 물이 오염되면 수많은 종이 생명을 위협받고

서식지를 잃게 된다

따라서 이와 정반대로 잔인한 관습을 철폐하고

환경을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건

동물 전반의 역량을 향상하는 생산적 행위가 될 것이다

 

 

 

 

(2024.04.03 방송)

 

 

4강  좋은 동물법이란?

 

 

 

 

D. 종의 구성원 = 개별적 존재

 

동물이든 인간이든 개별 생명체 자체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모든 동물은 개별적 존재이다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개별적인 존재다

종의 구성원 각각은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개개의 반려동물마다 성격과 취향이 제각각이다

 

어떤 개나 고양이에게 좋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다는 법은 없다

우리는 함께 살지 않는 동물에게도 이런 다양성이 있다는 걸 잘 모른다

하지만 특정 동물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과학자는

개별 동물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각각의 개코원숭이와 코끼리는

개코원숭이, 코끼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지만

각자에게는 그 세상을 사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면밀한 연구 결과, 모든 동물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됐다

 

각 개체가 서로 별개이고

다른 누구의 삶도 아닌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고

질적으로 서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종을 기준으로 목록을 작성하는 건 오류가 아닐까?

개별 동물의 고유성을 부정하는 건 아닐까?

너무 둔감한 처사이자 지나친 객관화 아닐까?

 

&quot;alt&quot;:&quot;돌고래종&quot;

 

각각의 돌고래의 이야기를 듣고

개별 역량 목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quot;alt&quot;:&quot;아일랜드 돌고래 펑기&quot;

 

2020년 10월에 펑기가 사라져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딩글만 주민들은 수년에 걸쳐 펑기를 알아 갔다

펑기는 독특하고 별난 개성이 있는 돌고래였다

사람에게는 희한할 정도로 친하게 굴지만

다른 돌고래와는 거리를 두고 혼자 지냈다

 

이런 펑기의 개성은 종에 기반한 접근법을 사용하면

무시되는 게 아닐까?

물론 모든 법은 보편적이지만

좋은 법은 세부적 차이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새로운 세부 사실이 밝혀지면 언제든 고칠 수 있고, 고쳐야 한다

하나 더 명심할 건 역량 목록에 적힌 역량들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말하는 거지 꼭 갖춰야 할 의무적 기능이 아니란 것이다

역량이 만들어 낸 기회는 개별 동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활용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다

 

역량은 자격이자 일종의 권리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권 이론이

모든 인간을 일률적인 모형에 꿰맞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개인이 인권이란 틀 안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각각의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우선 각 종이 어떤 사회를 이루고 사는지 연구해야 한다

여기서 '종'은 다양한 개체의 공통분모를 지칭하는 대략적인 용어이다

어떤 형이상학적 존재를 칭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이제 역량 목록을 만든다

질적으로 서로 다른 종 구성원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자격들을 쓸 수 있다

펑기는 분명 다른 돌고래들과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돌고래를 보호해 주는 역량들은

펑기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펑기도 펑기만의 방식으로 그 역량을 활용할 것이다

 

역량 접근법은 개별 생명체를 존중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좋은 삶을 추구하도록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목록은 향후의 법적 구체화를 통해 다듬어질 것이다

해당 유형의 동물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역량 목록이 불완전하거나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든 고칠 수 있다

 

목록에 다른 종과의 관계를 포함해야 할 필요도 있다

같은 종끼리만 어울리며 생활하는 동물이 있다

돌고래나 코끼리는 다른 종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동물은 아니다

관계를 안 맺어도 큰 지장이 없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종의 장벽을 뛰어넘는 우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의 삶의 형태는 종의 장벽을 훨씬 쉽게 넘나 든다

 

개, 고양이, 수많은 말들과 고문당하지 않고 사는

농장 동물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동물은 다른 동물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

인간과도 관계를 맺으려 하고 실제로도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각 종을 위한 역량 목록을 만들 때도

관계에 관한 내용을 꼭 넣어야 한다

종의 규범에 의지한다는 게

결코 동물을 종 안에 거두는 것은 아니다

 

 

E. 현실에 접목하기

 

인간과 닮은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

고통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동물의 삶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라

대부분 동물원은 동물에게 고통을 안 줘도

동물 특유의 생활 방식을 부정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또한 동물을 정부 보조나 받는 수동적 존대로 취급하지 말라

동물의 지적인 노력과 선호 표현에 관심을 기울여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quot;alt&quot;:&quot;세 동물의 이야기&quot;

 

역량 접근법에 따른다면

전 세계인이 힘을 모아서 어린 코끼리 밀렵과 유괴를 막아야 한다

핼 같은 고래를 살리려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 없이 버리는 습관을 고치고 이미 버려진 플라스틱도

전 인류가 적극적으로 치우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공장식 축산업을 완전히 종식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얻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그 대신 인공육을 먹어도 좋다

이미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진짜 고기가 있다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다

 

 < 역량 접근법의 핵심이 법적으로 적용된 사례 >

 

법에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반가운 조짐이 있다

2016년에 미국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주목할 만한 의견서를 내놨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 대 프리츠커'라는 사건이다

여기서 프리츠커는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 장관이었던

페니 프리츠커를 말한다

 

&quot;alt&quot;:&quot;미국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quot;

 

재판부 의견서에 따르면 음파 탐지기 사용이

해양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법적 요구 사항은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해양 포유류 종에 대해

'행사될 수 있는 악영향이 최소인 수단'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판결에서 유의미하고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음파 탐지가 '고래의 역량'을 저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quot;alt&quot;:&quot;미국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의 의견서&quot;

 

이 의견서가 고래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진 않는다

고래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급진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사실 고래는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운에 의존해야 했다

해양 포유동물 보호법의 법규에 의존해야 했다

인간 입법자들이 만든 법이긴 하지만

고래의 권리를 세심하게 고려해 만든 법이다

 

또한 고래는 상상력을 동원해 

법을 해석하는 판사에게 의존해야 했다

판사는 고래의 삶의 형태에 대한 교란 요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고래를 죽이거나 직접 고통을 주지 않는 장애라고 해도 말이다

재판부 세 명이 만장일치로 쓴 이 의견서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오랫동안 법관으로 활동한 로널드 굴드 판사가 작성했다

고래 관찰은 시애틀에서 흔한 취미 활동이다

 

&quot;alt&quot;:&quot;로널드 굴드 판사의 의견서&quot;

 

고래를 호기심과 경이의 눈길로 지켜봐 왔다는 게 느껴진다

이 의견서는 윤리적이고 창의적인 조율을 보여준다

미국 해안 지역에서는 이런 유형의 조율이 증가 중이다

그중에서도 시애틀이 대표적이다

 

이 의견서는 고래를 복잡한 존재로 본다

정서적 행복, 관계,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한다고 본다

즉, 종 특유의 다양한 주체성을 지녔다고 보는 것이다

 

이 의견서는 제레미 벤담의 한계를 극복했고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이 저지른 실수도 피해 갔다

칸트주의 접근법처럼 고래를 단순히 수동적인 시민으로 보지도 않는다

 

이 의견서가 동물 복지법과 동물의 정의를 위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예보가 됐으면 좋겠다

 

 

 

 

(2024.04.04 방송)

 

 

5강  동물의 권리, 어떻게 지킬까?

 

 

 

 

마사 누스바움과의 대화

 

 

Q. 인간에서 동물권으로 연구를 확장한 계기는 무엇인가?

 

A. 가장 큰 이유는 딸이다

2019년에 4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딸은 동물권을 위해 싸우는 변호사였고

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에 특히 관심이 많았었다

동물권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딸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딸은 변호사로서 NGO와 재밌는 작업들을 했다

딸과 함께 고래와 돌고래의 법적 권리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관련 교육을 받고 문제의 시급성을 알게 되어 강하게 빠져들게 됐다

그렇게 관련 지식을 쌓아 나갔고 그 원동력은 역시 사랑이었다

그러다가 딸이 의료 사고로 눈을 감았다

동물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는데 딸에게 들려줬더니 정말 신나 했었다

딸을 살리진 못했지만 딸이 목숨 바쳐 이루려 했던 대의를 이어 나갈 순 있다

 

&quot;alt&quot;:&quot;동물을 위한 정의&quot;

 

딸이 특히 좋아했던 고래를 더 깊이 연구해 보기로 했다

 

 

Q. 동물과 인간은 분명 다른 존재입니다

동물 보호에 쓰이는 시간, 노력, 자원을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쓴다면 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A. 물론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이긴 하지만

양자택일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인간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

공장식 축산업은 인간 사회에도 많은 해를 끼친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만든 먹거리는 인간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

즉 공장식 축산업을 없애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좋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으면

일회용품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불편할 수 있지만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인간은 적응을 잘해서 캔처럼 재활용하기 좋은 소재로

플라스틱을 대체해 나갈 것이다

 

또한 땅과 관련된 갈등도 많이 발생한다

인간이 인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식지의 일정 부분은 동물에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재산권은 자신에 대한 소유권이란 개념에서 출발한다

 

칸트에 따르면 당신이 어떤 장소에 살고 있다면

그 장소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사용할 권리도 주어진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그러한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과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건 절대 끔찍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Q. 우리 사회엔 동물보호법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만 적용된다

소, 돼지, 닭 같은 가축에게도 보호법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똑같은 동물인데 가축보다 반려동물을 아끼는 건 모순적 태도 아닌가?

 

A. 맞는 말이다

내 모국엔 새를 보호하는 법이 있지만 식용 새는 그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즉 철새만 보호하는 법인 셈이다

닭 같은 식용 새는 제외한다고 못을 박아 놨다

미국의 동물 복지법도 많은 동물을 보호하지만

식용 동물은 보호하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탐욕,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업자들은 매우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고

정치적 영향력도 엄청나다

미국에선 상원의 동의가 필요한 정부의 공직에 앉으려면

육류 산업 관계자랑 마주 앉아야 한다

그들이 돈을 쓸어 담는 걸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유럽보다 가축 보호법에 소홀한 것이다

대부분 유럽 국가는 미국보다 육류 산업의 힘이 약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공장식 축산업을 통제하는 것이다

우린 이미 통제할 수단을 손에 쥐고 있다

 

1) 식물성 인공육이 등장하면서 고기 대신 먹을 수 있게 됐다

'진짜 고기'보다 몸에도 더 좋고 인기도 많다

육식을 포기할 필요 없이 식물성 고기를 먹으면 된다

 

2) 줄기 세포로 만든 '진짜 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러면 동물을 죽일 필요가 없다

이게 공장식 축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줄기세포로 만든 고기가 앞으로 널리 상용화되면

가축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이다

 

정치를 인도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을 갖고 동물을 아끼는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동물 복지 운동에 가담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더 좋은 동물법 제정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Q. 한국 사회에선 캣 맘에 대한 혐오가 정말 심하다

고양이는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돌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서로 다른 권리가 부딪히면서 발생한 혐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A. 길고양이나 들개는 여러 사회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동물을 혐오할 게 아니라

동물의 개체수 과잉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인도적인 단체들은 대부분

개와 고양이의 엄격한 중성화 프로그램을 지지한다

보호소에서 개나 고양이를 입양하려면

중성화시키겠다는 동의서에 무조건 서명해야 한다

실제로 시카고에선 어린 동물을 돈 주고 못 산다

보호소에서 입양해야 한다

이처럼 개체수를 조절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몇몇 국가에선 방치된 길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하고 다시 풀어 주기도 한다

귀에 표시를 해서 중성화했다는 걸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동물을 피임시키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다

개체수 통제가 인간이 동물의 소중한 출산 능력을 뺏는 거라고 할 순 없다

암컷 동물들도 지칠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피임이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대도시에선 쥐가 골칫거리이다

쓰레기를 헤쳐서 먹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자기 방어의 원칙이 쥐를 죽이는 걸 허용한다고 본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삶에 위험을 끼치는 한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쥐를 독으로 죽였다가 시체가 방치되면

다른 동물이 독 든 쥐를 먹고 죽을 수도 있다

최근 시카고에서 아름다운 독수리가 독이 든 쥐를 먹고 죽었다

독은 답이 아니란 것이다

 

쥐 개체수 과잉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 역시

동물 피임이라고 생각한다

쥐를 피임시키거나 불임이 되게 할 방법이 있다

그러면 문제가 점점 해소될 것이다

 

우리의 생명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당연히 인간도 과도한 번식을 자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물이 살 공간까지 차지해 버리면 안 된다

 

 

여러분이 사는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을 고민해 보라

물론 방법이야 수천 가지가 있겠지만

절대 동물을 빼놓고 생각하진 말라

 

하나만 분명히 하자면

독선적이고 뻣뻣한 태도로는 사람이 발전할 수 없다

동물을 도우려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동물을 도울 방법은 많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고

플라스틱 청소 모임에 가입해도 좋다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가입해도 된다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해 잘 돌볼 수도 있다

동물을 도울 방법은 수백 가지가 있다

 

자기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를 구해서 돈 벌 생각만 하지 마라

그러다 보면 따분해지고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그 대신에 여러분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고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가능성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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