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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파견자들_김초엽

by 상팔자 2024. 4. 17.

파견자들

지은이 김초엽

발행처 파블리온

값 19,800원

 

 

 

 

파견자들은 지상에 끊임없이 창궐하는 범람체를 처리하는 일을 한다.

인간의 공간이었던 지상을 범람체가 차지한 후 인간은 지하에서 살아간다.

태린은 자신을 돌봐준 이제프를 동경하며 그와 같은 파견자가 되어

그와 함께 지상을 가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사랑해. 그리고 이제 모든 걸 함께 잊어버리자._p.12

 

 

언젠가부터 태린에게는 알 수 없는 환청이 들려온다.

파견자 자격 시험을 접하면서부터는 그 증상이 점점 심해짐을 느낀다.

태린과 함께 자란 선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이름을 붙여주라는 조언을 한다.

이상한 조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름을 붙이면 다루기가 수월해진다는 말에 '쏠'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그리고 태린은 그 정체불명의 존재와 어느새 육체는 물론이며 정신까지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왜 그게 죽음이지? 다른 종들을 봐.
인간 외의 모든 것들은 우리와 결합한 상태에서도 번성하고 있어.
그 생물들 역시 변화하고 변이했어.
우리가 그 생물들의 신체로, 신경 세포로 파고들어 변화시켰어.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어.>_p.240

 

범람체들이 느끼는 삶과 죽음이란 인간이 인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인간과 범람체가 서로를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람화된 인간들이 있었고 

그것은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이 소설은 과거일지 미래일지 아니면 또 다른 시공간일지

알 수 없는 곳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명체를 맞닥뜨리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수의 인간은 그들을 적대시하고 제거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태린을 비롯한 일부의 사람들은 공존의 방식을 택했다.

이는 지금의 현실과는 아주 관련없는 상상 속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같은 사회내에서도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르고 겉모습 또한 나와 다르며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해칠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태린과 같이 새로운 존재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며공존의 방식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같은 공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고 어떤 방법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인가 하는효율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공간에 대한 공유뿐 아니라

인간이 하나의 자의식을 가진 개체로서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의식이 없는 상태의 인간은 하나의 존재로 인정할 것인가.

뇌를 다쳐 온전히 스스로를 인식할 수 없는 상태의 인간이 있는가 하면

사고나 병으로 몸은 불편하지만 뇌의식만은 살아 있는 인간도 있다

태린은 자아의 상실이란 인간성의 상실이라고 말하지만

범람체들은 자아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고

인간에 대한 해석 또한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굳이 정의가 필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다.

 

삶은 여전히 삶이었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 생생한 형태로 존재하는._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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