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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스토너_존 윌리엄스

by 상팔자 2024. 5. 13.

스토너
지은이 존 윌리엄스
옮긴이 김승욱
펴낸곳 (주)알에이치코리아
값 16,800원

 
 

 
 
책을 고를 때는 보통 꽤 많이 고민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있어서 고르게 됐다

그래서 전반적인 스토리나 분위기도 전혀 모른 채
대중의 판단을 믿고 선택한 책이다
우연히 개인적으로는 매우 시의적절한 소설이 되었다
 
윌리엄 스토너의 삶은 어찌 보면 매우 심심하고
너무 평범하기도 해서
소설의 주인공으로
적합한가 싶을 정도이지만
이게 우리가 사는
평범한 삶이구나 싶어진다
아주 사소한 일들의 연속으로 나의 삶이 만들어지고 
별 거 없어 보이는 그런 생활 속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는 농업을 공부하라는 권유에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별안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학에 빠져들면서 영문학도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소설은 학생 시절에서부터 교수가 되고 가정을 꾸리고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소설임에도 실존하는 한 인물의
전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 좀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읽다 보면 시나브로 소설 속에 빠져드는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달빛 속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회색을 띤 은빛으로 빛나는 그 순수한 기둥들은
신전이 신을 상징하듯, 스토너 자신이 받아들인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_p.25

가끔 몇 년 전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면 마치 낯선 사람 같아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땅과 똑같은 갈색을 띠고, 땅처럼 수동적이던 사람.
부모도 거의 옛날의 자신만큼이나 낯설었다.
그는 부모에게 연민이 섞인 감정과 흐릿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_p.27

 
그는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학생활을 즐긴다
친구가 없는 고독한 시절이었지만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스스로를 느낀다
 
 

대학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걸세.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_p.47

 
그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박사과정 동료였던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
세 사람은 금요일 술집에서 만나 밤늦도록 이야기했다
매스터스가 한 이 말은 후에 로맥스와 스토너의 갈등을 두고 스토너가 고든 핀치에게 다시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녀의 삶은 나지막한 진동처럼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의 일상을 감시했다_p.79

 
어지간해선 여자 편을 들고 싶은 나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인물이 이디스였다

훗날 스토너의 아내가 되는 이디스의 행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데가 있다
그녀는 스토너가 좋아서 결혼을 한 것 같으면서도
그를 탓하고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
결혼이 그녀에겐 어쩌면 엄마로부터의 도피의
한 방식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디스는 외부의 자극이나 사람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삶은 더 불행해지고 그 불행의 원인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서 찾는 듯한 모습이다

 
 

부드러운 애정과 조용한 생활을 갈망하는 본성이
무관심과 무정함과 소음을 먹고 자라야 했다._p.332

 
자신을 감시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을 텐데
이디스는 딸 그레이스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로인해 그레이스와 스토너의 관계마저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삶에서 그레이스를 통제하는 것이 그나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닮은 구석이 있었던 부녀는 한때 좋은 관계이기도 했고 이디스의 방해만 없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보통은 스토너와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큰 굴곡이 있는 삶은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그 안에서 인상 깊은 몇몇의 인연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 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며
가장 가까운 사람과 있을 때 외로워지기도 하는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고요해질 수 있는 일생
 
비록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가족에 소홀하고
학자로서도 명예를 드높이지도 못하고
타인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는 삶은 아니어도
그에게는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이 있었고
불륜이라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한때
열망했던 사랑도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가만히 관망하며 만족스레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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