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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하얼빈_김훈

by 상팔자 2024. 3. 26.

하얼빈

지은이 김훈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6,000원

 

 

 

 

김훈 작가의 가장 최근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장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일을 다루고 있다.

늘 그랬듯이 건조하게 상황을 관망하는 듯한 느낌의 문체가 특징이다.이야기는 안중근과 이토의 상황을 번갈아 가며 기술하고 있다.어떻게 거사를 치르게 됐는지 당시의 상황과 당사자의 심리 같은 것들이 잘 드러나 있다.

 

 

도장의 힘은 거기서 발생하고 있었다.
도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살육을 피할 수 있고,
조선에서 밀려나는 서양 여러나라들의 간섭을 막을 수 있고,
사후 처리가 원만할 것이었다._p.17

 

이토의 입장에서는 도장 찍힌 그 문서 하나 덕에 조선을 통치할 힘을 얻었고

조선의 입장에서는 그 문서 한 장이 뭐라고 오랜 시간 모진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간이 정한 규칙이 또 다른 인간의 규칙에 의해 어긋나버리고 만다.그러나, 도장 밖의 사람들은 도장 안의 규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중략)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는 알기가 어려웠다._p.88

 

천주교인이었던 안중근은 거사를 앞두고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의 말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살인뿐인데 국가적, 역사적 행위로써는 

용인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 개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전에도 안중근은 과거 산속에서 붙잡은 일본인 포로를 풀어 주었다가

자신의 부대가 기습 공격을 받은 일이 있었음에도 그들을 죽였어야 했나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

 

소설은 안중근과 이토가 하얼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어느 한쪽을 정의의 축으로도 악의 축으로도 몰고 가지 않는다.

그 당시의 상황에서 그들은 각자 나름의 이념이 있었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있다고 믿었다.

역사적 큰 사건 안에 어쩌면 휘말렸다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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