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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지구 끝의 온실_김초엽

by 상팔자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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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지은이 김초엽

펴낸곳 (주)자이언트북스

값 15,000원

 

 

인류의 마지막 희망

 

 

어쩌면 가까운 미래가 이런 모습일까? 황폐한 유령도시 해월. 모스바나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해월에 가게 된 아영은 고철 쓰레기의 산을 뒤덮은 모스바나 덩굴들을 보게 된다. 소설은 해월의 모스바나부터 시작해서 과거 더스트 시대에 벌어졌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았던 인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스트라고 불리우는 먼지가 세상을 뒤덮은 시대에는 먼지를 피해 돔 시티에서 살아야만 했고 생존을 위해선 타인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더스트 시대의 공헌자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존경과 의심이 공존한다. 더스트 이후에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는 원죄가 있는 것인가? 

 

"...그런 폐허를 걷다보면 아주 이상한 생각이 들어. 타인의 무덤을 파헤쳐서 이곳의 삶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생각. 더스트 폴 이후로 세상은 예전보다도 더 모순으로 가득해진 것 같아"

 

프림 빌리지. 더스트가 파괴하지 않은 유일한 도피처. 더스트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이 자라는 온실이 있고 작물 재배가 가능한 곳. 그 곳의 사람들 또한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숲 경계선의 침입자를 죽이기도 하고 더스트 분해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밖으로의 유출을 엄격히 금한다. 모스바나는 더스트로부터 프림 빌리지를 구하기도 했지만 다른 재배 작물들이 자랄 수 없게 하여 결국 그들의 분열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삶과 죽음을 동시에 가져다 준 식물인 것이다.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림 빌리지도 분열이 시작됐고 영원한 도피처는 없었다. 그러나, 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모스바나를 기르기 시작했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모스바나의 원종은 더스트 시대를 끝낼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으며 또한 인류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모스바나를 따라간 이야기의 끝에는 결국 구원과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수와 레이첼에게도 구원이었을까. 프림 빌리지에서 온실을 가꾸던 레이첼과 기계를 수리하던 지수는 세상의 구원과 개인의 내적 동기로 인한 갈등을 거듭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만다. 일생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인류를 구원했지만 서로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서로의 존재가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점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거예요.

 

모든 결과에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한다. 아름다움과 고통이 늘 함께 오는 것처럼.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당장은 알 수 없다.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미래에는 빛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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