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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비행운_김애란

by 상팔자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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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지은이 김애란

펴낸곳 (주)문학과지성사

값 12,000원

 

 

나락

 

끝도 없는 절망. 희망을 꿈꿀수록 끝도 없이 추락하는 이야기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우울하고 불운이 따라올까 두려운 마음에 자꾸 집중이 흐트러졌다. 몇몇 개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너무 현실적인 내용이라 더욱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다. 비행운이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을 뜻하기도 하지만 소설에서는 행운이 아님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의 비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운이 좋았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지고 오는 에너지가 행운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운이 없다는 것과 가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돈 때문에 인생을 망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너무도 있을법한 이야기라 더욱 갑갑하고 불쾌한 느낌이다. 계속 습하고 축축한 지하 속 어딘가에 계속 갇혀있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헛된 희망이나 기대를 품을수록 그 끝은 더 처참하기만 하다. 속으로 '제발 거기에 가지 마', '그 말을 듣지마'하고 계속 주인공을 말리고 있지만 결국 모두가 그 길로 들어서고 만다. 비행기가 지난 자리가 아닌 행운이 아닌 길로. 

 

인간이 지상에 이룩한 것과 지하에 배설한 것이 함께 엉기는 곳. 짐승의 사체와 사람 송장은 물론 잠들어 있는 망자들의 넋마저 흔들어 뒤섞어 버리는 곳.

 

불가항력.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막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더 이상 버텨낼 힘도 없다.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벗어나려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나름의 방법으로 감수한다. 불운의 흐름대로 인생은 흘러가고 버려지듯 남겨진 사람들은 쓸쓸하다 못해 텅 비어버렸다. 나의 불행은 마치 전염되듯 주변의 사람들에게 옮겨가고 나의 비겁함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낸다. 그 비극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인 걸까. 아니면 세상의 탓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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