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지은이 정여울
그림 이내
발행처 김영사
값 15,800원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는 글쓰기 기술에 대해 배웠다면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게 해주는 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겐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욕심은 있었어도 간절함은 없었다. 타고난 성미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무언갈 강하게 원해본 적이 없다. 다만, 앉아있느니 염불 한다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생각한 것이 독서와 블로그였다. '이왕 하는 거 잘하면 좋지'라는 안이한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간단한 글이라도 쓰다 보면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가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글 쓰는 일을 사랑하고 절실하게 느끼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돈이 되는 일보다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아이디어를 주는 일을 하며 글쓰기와 돈을 벌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과의 간격을 좁히며 삶의 스케줄을 바꾸기까지 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해 평할 때 있어서도 쓰고 만든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고생해서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고 지적하는 것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 나름의 의도는 좋은 것이었을지 모르겠으나(다른 사람은 같은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창작자의 고통은 너무 무시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한 페이지의 서평을 쓰기 위해 필사를 하고 생각하고 읽고 또 고쳐가는 과정을 거치며 치열하게 자신을 훈련시키는 노력을 해 본 적도 없이 말이다.
저자도 말했듯이 글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게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은 글대로 봐야하는데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가면 너무 감정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만이 가장 창의적인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솔직해지는 일은 매우 어렵다. 글쓰기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은 글 자체의 완성뿐 아니라 삶의 성숙도를 높이는 데에도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글 잘 쓰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읽은 책에서 오히려 글 쓰기에 대한 신중함과 열정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이라 더 쓰기가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뭐, 이런 감정 또한 좋은 자양분이 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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