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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1차원이 되고 싶어_박상영

by 상팔자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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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지은이 박상영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4,800원

 

 

현실도피 ㄴㄴ

 

 

제목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봐서 익숙하고 서점에서도 꽤 자주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내용은 전혀 모른 상태에서 접해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안 읽어봤다면 리뷰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는 걸 추천한다. 작가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역사저널 '그날'에서 봤던 사람이었다. 방송을 자주 보면서도 책은 한번도 찾아보지 않았었는데 아니 이렇게 재밌는 책을 쓴 줄 알았다면 진작 봤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누구나 지나왔을 그 시절의 이야기. 지극히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만화 같은 재미가 있는 이야기다. 그 시절의 추억이랄것도 없고 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한편으로는 그립고 한편으론 지독했던 기억들. 

 

인생이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들이 좀더 쉽고 간단했다. 나를 옥죄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저 앞을 보며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됐으니까. 십여 년 동안 끝없이 질주한 끝에 내가 다다른 곳은 결국 제자리였다.
때때로 절대 과거가 되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삶이 고달프다며 학창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지만 나는 절대 그 어린 날의 시간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미숙하고 여러서 마음은 늘 지옥이었던 그때. 나는 그저 그 긴 터널을 지나온 것만 해도 매우 다행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이 있다. 도망치려 발버둥 칠수록 그 간절한 기억이 뇌에 각인되어 버리고 마는 것처럼.

 

태리의 그런 투명함이 나는 언제나 불편했다. 그 맑은 얼굴에 보기 흉하게 구겨진 나의 내면이 자꾸만 비쳐 보이는 것 같아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고 괴롭힘의 대상이기도 한 태리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주인공의 심리에는 자신도 같은 입장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비겁하게 보이겠지만 사실 그 나이에 용기를 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그게 성장이라고, 아니면 자연스러운 이별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다. 이 혼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나는 혼자였다.

인간이 자라기 위해선 그만한 고통이 반드시 동반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나를 얻기 위해서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등가교환처럼 말이다. 좋든 싫든 누구나 한번쯤은 혼자여야만 하는 시기가 있다. 혼자 버티고 참고 견디며 이겨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시기말이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성장소설이며 퀴어소설이다. 그러면서 추리소설의 느낌도 들게 한다. 만만찮음과 하찮음이 공존하는 학창시절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첫사랑을 그리며 의도치 않은 태리와의 사건을 통해 의문의 인물인 1004를 추적하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 견딜 수 없이 막막한 순간에는 1차원의 세계에 머무르길 바랬던 그 시절의 감성이 담겨져 있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나 또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가까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동성애자일 확률은 적겠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인 이야기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허구에 지극히 현실감을 주는 소재들이 등장해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게 한다. 그 시절의 음악이나 만화, 영화 같은 것들과 캔모아까지 추억의 이름들은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물은 적절하면 놀이가 되지만 수위를 넘어가면 재앙이 되고만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 닥치면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이 무엇을 남기든 일단 버티고 봐야 한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지나온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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