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지은이 마거릿 애트우드
옮긴이 김선형
펴낸곳 황금가지
값 15,000원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 이후 34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시녀 이야기에서는 오브프레드의 테이프가 있었다면 증언들에는 리디아 '아주머니'의 원고가 있다. 시녀 이야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시녀 이야기가 당시 길리어드에서 사는 시녀의 삶을 그렸다면 증언들은 길리어드의 탄생과 함께 한 리디아 '아주머니'의 이야기와 길리어드의 멸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아기 니콜'과 아그네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시녀 이야기 그 이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다.
먼저 소설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주요 인물인 리디아 '아주머니', 아그네스, 데이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다 보니 집중을 하지 않으면 순간 누구의 얘기인지 헷갈릴 수 있다. 시점도 계속 바뀌고 인물도 바뀌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시녀 이야기를 읽고 바로 읽었으면 좀 더 이해가 빨랐을 것 같은데 텀을 두고 읽다 보니 좀 더 더뎠던 것 같다.(근데 실제로도 한참 있다 나온 거라...)
내가 사는 현재에서 나는 전설이다. 살아 있으나 산 것 이상이고 죽었으나 죽은 것 이상이다
(중략)
'착하게 굴지 않으면, 리디아 '아주머니'가 와서 잡아갈 거야!_p.49
길리어드의 상징적 인물이며 권력자인 리디아 '아주머니'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스스로를 자조하면서도 자신이 거둔 성과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한편, 중고 의류 매매업을 하는 닉과 멜라니에게서 자란 데이지는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뿐만 아니라 친부모로 알고 있던 부모가 사실은 친부모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길리어드에서 찾고 있는 '아기 니콜'이며 닉과 멜라니의 죽음과도 연관된 것을 알게 되고 제이드가 되어 길리어드에 들어가게 된다. 아그네스 또한 자신을 아끼던 어머니 타비사의 죽음 이후 그녀가 자신의 친모가 아님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치과에 갔다가 그로브 박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임신한 시녀의 잔혹한 출산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등 우울한 날들이 계속 된다. 심지어 원치 않은 결혼을 목전에 둔 순간 그녀 앞에 리디아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니콜과 아그네스, 베카 그리고 아르두아 홀에 있는 '아주머니'들 모두는 리디아 '아주머니'의 교묘한 술수에 따라 일을 행하게 된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니콜과 아그네스에게 구원자 내지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을 스스로 무너뜨리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그녀들을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나 아그네스의 친구이자 희생양이 된 베카의 일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만큼 길리어드의 멸망은 그녀에게 반드시 이뤄야 할 과업이었고 세상에도 필요한 일이었다. 또한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그녀만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녀를 그다지 동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과거엔 그녀 또한 시대의 낳은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판사였던 그녀는 갑자기 법원이 폐쇄되고 카드가 정지되는 상황을 겪으며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가게 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의 피해를 낳았지만 결국 살아남은 덕에 또한 자신의 손으로 악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내 삶은 아주 다를 수도 있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고, 시야를 넓게 가지기만 했더라도. 일부가 그랬듯, 충분히 이른 시기에 짐을 싸기만 했더라도, 그래서 그 나라를 떠나기만 했더라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바보같이 그 나라가 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몸담았던 나라와 같다고 믿고 있었다.
(중략)
두 갈래 길이 노란 숲속에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간 길을 갔다. 그런 길이 다 그렇듯 그 길에도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당신도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나의 시체는 그 가운데 없다._p.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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