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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오베라는 남자_프데드릭 베크만

by 상팔자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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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지은이 프레드릭 베크만

옮긴이 최민우

펴낸곳 다산북스

값 13,800원

 

 

 

 

 

스웨덴 소설은 처음인데 세상에 이렇게 따뜻할 수가. 소설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사실 스웨덴 소설인지도 모르고 골랐다. 친구가 집에 놀러가도 밥도 안 주는 야박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스웨덴인데 여러 번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소설이 인기가 많아서인지 영화도 나왔다고 하는데 내용을 다 알면서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만큼 '오베'라는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생길 정도로 사랑이 넘치는 소설이다.

 

'오베'라는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엔 심술궂고 못된 아저씨 같지만 남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소위 요새 말하는 '츤데레'(일본말을 굳이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만큼 또 적당한 단어도 없다)의 정석 같은 인물이다. 

 

"여유를 좀 가지세요." 그들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컴퓨터로 일을 하고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길 거부하는, 건방이나 떨고 앉아 있는 수많은 서른한 살짜리들이. 아무도 트레일러를 후진시킬 줄 모르는 이 사회 전체가. 그러더니 자기한테 더 이상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_p.39

 

변화하는 세상도 그리고 사람도 오베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 멍청이들이 짜증이 날 뿐이다.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없다고 점원에게 화를 내고 직장에서 느긋하게 살라는 얘기를 듣는 처지가 되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책임을 지고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_p.69

 

무심하고 시크한 듯 가끔은 기계처럼 보일 정도의 남자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 그런 그에게 아내 '소냐'의 죽음은 삶의 의지를 잃게 한다. 그녀가 죽고 6개월이 지난 후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만 주변의 소음들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녀는 종종 "모든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_p.114.

 

'오베'는 자신이 도둑놈 취급을 받으며 쫓겨나게 된 상황에서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고자질을 하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에 철도회사에서 쫓겨나 야간 청소원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녀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될지를 결정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는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때가._p.158

 

'오베'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을 화재로 잃고 보험 사기를 당하고 '시 경계선 재획정'으로 인해 결국 시 당국에 땅을 팔 수가 밖에 없는 상황을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 성격이 괴팍해지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는 아버지의 시계를 훔친 '톰'(도둑 누명을 씌운 장본인)을 때려 주었고 더 이상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속이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_p.280~281

 

진짜 '오베'아저씨 참사랑 임. 그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을 위해 세상과 싸웠다. 그런 그이기에 그녀의 죽음에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지 그녀 곁으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녀가 아닌 주변 사람들을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마치 예정된 일이라가도 한 듯이 죽으려고 결심한 순간마다 이웃의 방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하는 듯 하지만 일단 마음을 먹은 이상은 끝까지 책임을 지고 도와준다. 싫어하는 고양이도 데려다 키우고, 집에서 쫓겨난 미르사드도 집에 머물게 해 주고, 아드리안이 자전거를 고치도록 도와주고, 루네가 요양원에 가는 것도 막아준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파르바네가 있었다. 임산부이며 이란 사람인 그녀의 요청에 그는 싫은 내색을 하면서도 결국 다 들어주고 만다. 파르바네가 '오베'를 조련하는 스킬도 꽤 탁월하다. '오베'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재주가 있다. '오베'는 아내를 잃었지만 그 후에 더 많은 가족을 얻었다. 그는 이웃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으며 그들은 '오베'가 죽음을 택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_p.410

 

오베는 자신이 겪은 모진 세상과 자신을 속이려는 사람들을 너무 일찍 만났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돕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사람과 세상이 있음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너그럽고 여유있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그의 이웃들과 만났고 어쩌면 이미 예정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감춰져 있던 자신과 마주하게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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