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지은이 히가시야마 아키라
옮긴이 민경욱
펴낸곳(주) 해피북스투유
추리 소설인 줄 알았지. 일본 추리소설. 근데 소설 주인공도 등장 인물도 모두 대만 사람이며 추리 소설보단 성장 소설에 가깝다. 거기에 전쟁을 둘러싼 감춰진 비밀과 가족의 이야기 정도로 보면 좋겠다. 미스터리로서의 매력보다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한 이야기의 구성과 전후 상황을 배경으로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주인공의 삶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어 그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게 왜 나오키상을 수상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일본 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인공 예치우성의 할아버지 예준린은 장제스 총통이 서거 한 다음날 살해당한다. 예치우성은 살인 현장의 최초 목격자로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
"사람이란 같은 걸 보고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완전히 다른 이유로 웃고 울고 화내지만" 위우원 삼촌은 깊이 탄식했다. "슬픔만은 안개 속에서 뻗어오는 등대 불빛처럼 늘 거기에 있으면서 우리가 좌절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지."_p.53
위우원 삼촌은 할아버지의 양아들로 전쟁 당시 동료였던 슈알후의 아들이다. 슈알후의 가족이 모두 죽자 할아버지가 데려와 키우게 된다. 위우원 삼촌은 친아들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할아버지의 신임을 받는 아들이었고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 누구보다 슬퍼했다.
예치우성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가족들에게 자신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돈 때문에 소꿉친구 샤오잔이 제시한 대리시험에 응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가족의 기대를 받던 명문 고등학교 학생은 교복만으로 불량배를 검증하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학창 시절에 그는 싸움에 휘말리기도 하고 유령을 만나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나날들을 보낸다.
어른이 되고 자신이 사랑했던 마오마오와의 이별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알게 된 예치우성은 현실의 도피처로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진실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물고기다. 그래서 아무리 울어도 눈물 같은 건 볼 수 없다. 그녀의 눈물은 떨어지자마자 물에 씻겨 사라진다. 그 모습을 나는 내내 보고도 못 본 척해왔다._p.419
예치우성은 마오마오와 헤어지고 시야메이링을 만나면서도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그녀의 슬픔을 외면했던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대륙행을 앞두고서야 그녀에게 진심을 토로한다.
예치우성의 인생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물론 샤오쟌이라는 친구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를 위험에 이끈 사건들의 시작에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전쟁 당시 일가족을 몰살하고 학살을 자행한 할아버지의 업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류라는 제목은 시대의 흐름 속에 휩쓸린 모두의 삶과 더불어 예치우성이 시야메이링의 슬픔을 외면했던 것처럼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던 진실을 결국엔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그렇게 흐르고 흐름 속에 있으며 또 그렇게 흘러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나약한 인간의 삶이다.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탄의 도구들 (0) | 2022.11.23 |
---|---|
오베라는 남자_프데드릭 베크만 (0) | 2022.11.11 |
럭키 드로우_드로우앤드류 (0) | 2022.11.03 |
그릿_엔젤라 더크워스 (0) | 2022.10.22 |
긴긴밤_루리 (0) | 2022.10.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