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담
지은이 김보영
펴낸곳 (주)아작
값 16,800원
![](https://blog.kakaocdn.net/dn/pFBt3/btsJF3qSvW5/j7MaiSogEDgikBBmtsYtK0/img.png)
이 소설의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표지가 주는 장벽이 꽤 컸었다
그냥 저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쾌한 느낌이 들어서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공은 로봇이었고 로봇 세상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인간인 나로서는 본능적인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반, 난 수세기를 이어져 내려온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을 재탕하자는 게 아니야.
내가 관심을 두는 점은 '왜 로봇이 자신이 창조되었다고 믿게 되었는가'야"_p.13
로봇은 공장에서 태어나 죽고 나면 분해하고
정화해 재생산한다
이것을 창조라고 할 수 있을까?
케이는 로봇이면서 신을 믿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들은 성장할 줄 알아."_p.24
'프린스턴 대학 생물학과 총동창회'에서 만난 세실은
케이에게 유기생물학 강의를 추천하며
생물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케이는 지금까지의 삶이 헛되었다는 것,
허황한 욕망과 망상과 무의미한 가치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의 진정한 가치는 오직 이 아름다운 생물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피부를 매만지고 숨결을 느끼며,
그들에게 봉사하며 성스러운 명령을 듣는 데에 있었다._p.148
결국 케이 또한 세실과 함께 유기생물학 실험실을 드나들게 되었지만 지난 30년간 유일하게
그 연구소에서 나온 로봇이기도 했다
그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든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의심스럽게 생각한 베로니카는 케이에게
그곳에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케이는 그곳에서 이제까지 본 척 없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제논, 이건 내 일이야. 내게 닥친 운명이 아니더라도 내 일일세.
다른 로봇이 나만큼 저항할 수 있으리라 믿기 어렵네.
평생 저주한 내 결함이지만 지금은 그 결함밖에는 믿을 것이 없어."_p.246
인간을 한 번이라도 본 로봇이라면 누구든 그에
중독되고 만다
예외였던 유일한 로봇이 케이였고 후에 케이는
유기생물을 방역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청에서 일하게 된다
절대적인 로봇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간접체험한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여태 살며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중에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주 먼 미래, 혹은 다른 차원에서라면 이런 세상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로봇의 삶이지만 인간의 삶과 꽤 닮아 있기도 하다
비단 그것이 인간이 창조주이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기생물이든 유기생물이든 산다는 의미는 어쩌면 같을지도 모른다
결국 로봇과 인간은 공존의 방식을 통해 상생의 길을 택한다
유일하게 인간을 거부했던 로봇과 로봇의 맹목적인 복종을 바라지 않았던 인간을 통해서였다
우리의 삶을 달라지게 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작은
사소한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낯선 모든 것에 대한
이해로부터 오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생물학이니 뭐니 그런 과학적인 건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인 내 몸 어딘가에도 생존에 대한 DNA는 축적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류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부디 그 발견이 너무 늦지 않길 바란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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