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썰록
지은이 김성희 전건우 정명섭 조영주 차무진
펴낸곳 (주) 시공사
값 14,000원
이 소설집은 <관동별곡>, <만복사 저포기>, <사랑손님과 어머니>, <운수 좋은 날>, <소나기> 등의 고전 소설을 각각
<관동행>, <만복사 좀비기>,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 <운수 좋은 날>, <피, 소나기>의 제목으로 새로 쓴 소설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좀비를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너무 잘 알려진 소설들이라 원래의 이미지가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접근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주인공들의 감춰진 속내가 이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의 감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줘서 흥미로웠다.
그중 인상 깊었던 소설은 <관동행>과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였다. <관동행>의 경우 좀비에 물렸을 때 그 치료의 방편으로 김치를 사용하는 것이 신선했다. 그것도 너무 쉬어서 못 먹게 되어버린 쓸모없는 김치의 효용이라니 매우 기발하고 군침이 도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정대감은 쉬어서 쓸모없어진 김치 같은 존재였다. 당쟁에 휩쓸려 조용히 살고 있지만 백수인 탓에 가족뿐 아니라 시종에게까지 은근히 무시를 당하는 처지였던 그가 어명으로 강원 관찰사를 하기 위해 가는 길에 좀비를 만나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굶주린 백성들이 시체뿐 아니라 산 사람의 살점을 뜯어먹었다는 역사적 기록 또한 설득력을 더해 조선시대 좀비의 존재에 대한 신빙성을 높인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경우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딸 옥희에게는 다정하지만 가정폭력을 일삼는 괴팍한 성격으로 묘사된다. 뿐만 아니라 옥희의 어머니는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지옥 같은 이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오랜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의 공모자로 사랑방 손님이 등장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의문의 검은 약을 어머니에게 건넨다. 원작의 어머니는 단아하고 조신한 모습이라면 이 소설의 어머니는 전사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녀의 탈출을 응원하게 되고 일면의 통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나머지 소설들 또한 고전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섬뜩함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가볍고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장마가 시작하는 요즘에 읽으면 더욱 맛깔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고전들이지만 다시 한번 찾아보고 이 소설을 읽으면 그 재미가 한층 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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