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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장면들_손석희

by 상팔자 2022.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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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지은이 손석희

펴낸곳 (주)창비

값 18,500원

 

 

 

 

솔직히 말하면 뉴스를 안 본 지 오래됐다. 정확하게는 TV로 보는 뉴스는 언젠가부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도 하고 요새는 굳이 TV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서 주요 뉴스는 다 찾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편향성이나 신뢰성 부분만 따지자면 그나마 TV를 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TV든 인터넷이든 뉴스 자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나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언론인 중의 한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역으로 궁금했다. 뉴스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관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뉴스룸도 자주 본 것은 아니지만 앵커 브리핑만큼은 여기 저기서 꽤나 많이 회자되곤 해서 인상적이었다. 100분 토론을 할 때도 뉴스를 진행할 때도 시종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는 앵커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뉴스 말미에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감성적이어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국내의 굵직 굵직했던 여러 사건들을 위주로 진행되었던 뉴스 전반의 사정과 앵커의 소회 같은 것을 담고 있다. 세월호, 최순실의 태블릿 PC, 미투 등 아무리 정치나 남의 일에 관심 없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도무지 모를 수가 없었던 사건들이다. 특히나 태블릿 PC 사건은 뉴스룸이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 더 시선을 모으게 되는 책이다. 

 

어찌 보면 자랑 같기도 하고 변명 같기도 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에세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의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끝까지 보여주고자 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근성 같은 것이 엿보여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다루면 유지했던 '어젠다 키핑'의 모습이 그렇다. 요새의 뉴스는 뉴스인지 쇼인지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거나 사실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그대로 똑같은 뉴스를 반복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에 비해 저자는 끝까지 자신의 자세를 유지하고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것에는 그만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어도 논리적으로 우리가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는 한 계속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언제 끝낼 것인가. 이에 대해선 사실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언론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면 된다고 생각했다._p71

 

책을 읽기 전이나 후나 언론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언론인으로서 그 길을 고수하는 것이 보통의 신경으로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느껴진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자신의 신념을 갖고 지켜나가는 이들이 적지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 든다.

 

언론은 담장 위를 걷는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진실과 거짓, 공정과 불공정, 견제와 옹호, 품위와 저열(低劣) 사이의 담장.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자기부정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경고는 언제나 유효하다. 다만, 그 담장 위를 무사히 지나갔다 해도 그 걸음걸이가 당당한 것이었는지 아슬아슬한 것이었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터이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_p298

 

언론인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도 뉴스에서건 사람에게서건 어떠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사람이나 다른 정보 수단을 통해 전달할 때 우리도 어쩌면 작은 언론의 관점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전체 중에서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만을 전하거나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보통은 가십들이 그렇게 쉽게 전해 지거나 가공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을 이루기도 하고 그 세를 점점 확장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런 경우 단순히 사적인 모임이라고 해도 정보 전달에 있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아님 말고 하는 경우의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모른 척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1인 미디어가 넘쳐나고 정보 전달이 전에 비해 수월해진 요즘은 수많은 가짜 중에 진짜를 가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먹고사는 일도 바쁜데 굳이 그런 거 일일이 내가 일아야 하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대충 TV에서 떠먹여 주는 대로 그냥 믿고 사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레기'라고 언론인만 타박을 할 것이 아니라 무관심하거나 비판 없이 수용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중략)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협고 논리적 확증 편향에 빠졌습니다. (중략)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_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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