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이방인_알베르 카뮈

by 상팔자 2021. 11. 5.
반응형

이방인

지은이 알베르카뮈

옮긴이 김화영

펴낸곳 (주)민음사

값 9,000원

 

 

 

이방인 표지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페스트를 읽고 재밌어서 이방인도 읽어봤다. 생각보다 분량이 짧아서 당황스러웠음. 그도 그럴 것이 책 한권을 샀는데 반은 이야기고 반은 소설에 대한 해설과 작가 연보였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내용이 중요한거니까  분량은 짧을지 몰라도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세계 문학사에 기리 남을 충격적인 소설의 첫 문구다. 저 한 문장안에 주인공의 성격이 엿보인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청년 뫼르소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장례를 치르지만 어머니의 시체를 확인하거나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나는 그들 모두가 관리인을 가운데 두고 나와 마주 보고 앉아서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한순간,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서 거기에 와 앉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인상을 받았다.

 

마치, 후에 자신의 처지를 예견이라도 한 듯한 구절이다. 뫼르소는 친구 레몽의 일에 휘말려 아랍인을 총으로 쏜 사건으로 후에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담배를 피고 밀크커피를 마시고 피곤함에 장례를 치르고 알제로 돌아갔을 때는 오랜 시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기까지 했다. 엄마가 있는 양로원에서 밤샘을 했으니 피곤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언제나 다름없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이제 엄마의 장례가 끝났고,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나갈 것이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머니를 미워했던 것도 아니며 어머니의 죽음이 달가웠던 것도 아니다. 다만, 삶은 어차피 계속될 것이고 달라질 것은 없으며 그렇게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남들처럼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추모의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크게 문제되는 일도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그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여자친구 마리가 결혼에 대해서 물을 때도 원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성향의 사람인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그 감정을 타인에게 그대로 전할 뿐이다. 

 

그 불타는 칼은 내 속눈썹을 쥐어뜯고 고통스러운 두 눈을 후벼 팠다. 모든 것이 기우뚱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다가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하늘 전체가 갈라지면서 불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소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아랍인이 뽑아든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빛. 바로 그것이었다. 충동적으로 보이는 이 살인의 전조는 계속해서 있었다.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피로감과 내리쬐는 태양, 바다의 후광 같은 것들. 엄마의 장례식 날 느꼈던 태양과 같았고 그날처럼 머리가 아픈 느낌. 그의 살인은 감정 표현이 서툰 그가 한꺼번에 터트리는 감정의 폭발처럼 느껴진다. 엄마의 죽음앞에 통곡을 하지도 슬픔에 절어 있지도 않았지만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감정의 응어리가 그때와 비슷한 온도, 환경, 분위기를 만나 한 순간에 분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된 어떤 삶. 그러나 나로 하여금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끈질긴 기쁨을 맛보게 했던 어떤 삶에의 추억에 휩싸였다.

 

변호사가 자신을 위한 변호를 계속하는 와중에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거리, 저녁 하늘, 여름 냄새, 마리 등을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저 빨리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어째서 이 청년은 자신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까지 초연하게 굴 수 있는 것인가 왜 자신을 변호하려 들지 않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지 않는 것일까. 저자의 서문에 의하면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도 거짓말이며 누구나 삶을 간단하게 살기 위해 하는 이것 조차 거부하는 것이 뫼르소의 태도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의례적으로 예의상 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죽음이 걸린 일이라도 말이다. 뫼르소가 가장 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때가 있는데 부속 사제를 만났을 때이다. 기도를 해주겠다는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고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이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그러한 태도로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된다.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는 것이 사형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사람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며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엄마가 양로원에서 해방감을 느꼈으므로 누구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분노를 표출하고 난 다음에서야 자신이 갖고 있던 불안과 고통에서 해소된 듯 보인다. 그는 단지 기회가 필요했을 뿐이다. 남들보다 말수가 좀 적고 가식적이지 않은 그가 좀 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줄 기회가. 

 

 

 

 

 

 

 

 

 

 

반응형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여행자들_윤고은  (0) 2021.11.09
방구석 미술관_조원재  (0) 2021.11.06
여름_이디스 워튼  (0) 2021.10.31
이유_미야베 미유키  (0) 2021.10.29
넛지(Nudge)_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0) 2021.10.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