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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유_미야베 미유키

by 상팔자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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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옮긴이 이규원

펴낸곳 (주)청어람미디어

값 14,500원

 

이유 표지
핑계 없는 무덤이 없지

 

 

무심코 집은 소설책 한 권이 생각보다 두꺼웠다. 뭐, 이야기가 중요한 거지 페이지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이 방대한 분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매우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가족만 해도 고이토가(家), 카타쿠라가(家), 다카라이가(家), 스나카와가(家) 네 가족이 등장하고 그 외에 주변 인물들이 추가로 더 있다.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던 까닭에 읽을수록 굳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등장인물이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이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겉 보기와는 달리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명확히 말해서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그냥 소설로 받아들이고 읽는다면 그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의 웨스트 타워 2025호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새벽 2시 전으로 추정되며 시체 3구는 집에서 1구는 베란다 아래에서 발견된다. 그런데, 살해된 것은 2025호의 거주자였던 고이토 가족이 아니다. 죽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는 경기 급락에 휘둘리다 쓰러져버린 공장촌이 꿈꿀 것 같은 이상향처럼,
낮은 지붕들과 전봇대 행렬 위로 참으로 깔끔하게 우뚝 솟아있었다.

 

고이토 노부야스의 누나 다카코는 동생이 구입한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파트는 호화롭긴 했지만 그저 역겹기만 하다. 허영심 가득한 동생이 대출로 구입한 집이기도 하며 뭔가 쓸데없이 높기만 하고 주변의 사정과도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이다. 

 

나와 남편이 아파트 생활을 좋아하는 것은 골치 아픈 이웃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략) 정말 하나도 모릅니다.

 

경찰은 이웃 주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사건의 조사에 나서지만 2025호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원을 밝혀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또한 이웃을 탓할 일은 아니다. 요새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고이토 노부야스에게는 '일반인'에 대한 경멸과, 나는 '일반인으로 끝나고 싶지 않다'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욕망이 있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찌 보면 노부야스의 뜻대로 되었다. 정말 보통이 아닌 일의 화근이 되었으니까.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듯 보여주고 싶었던 노부야스의 선택은 최악을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아파트 대출금 미상환으로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를 불법을 써서라도 붙잡고 싶은 욕심과 비슷한 사건이 성공한 사례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스포 있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했어요. 뭐랄까, 한때 기분에 휩쓸렸다고 할까,
그런 거였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한 인물은 아무래도 이시다 나오즈미였다. 겨우, 기껏, 고작, 기분에 휩쓸려서 살인 사건을 덮어 쓰려하다니 언어도단이다. 뭐, 예상하시겠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아들과의 싸움에서 스스로가 별 볼일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에 빠져 뭐라도 하고 싶었던 그 당시의 간절함. 그래서, 무리해서 아파트를 구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의 해결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던 처절함, 더하기 애기 엄마에 대한 약간의 연민.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없다는 것과 자유라는 것은 전혀 다른 걸 꺼야.

 

가족은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선 족쇄가 되기도 한다. 야스로 유지는 오로지 가족이 짐처럼 느껴지는 존재였고 단 한 번도 돌아갈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대상이다. 그에게 가족이 생겼을 때도 그러한 이유로 부담감과 불안함만 느꼈을 뿐 안정감을 느낀 적은 없다. 만약, 아야코와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살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지만 사람의 본성을 그렇게 쉽게 바뀔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어린 시절 학대받고 자란 것은 가엾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주 낯선 타인도 아니었던 그들에게 일말의 정도 느끼지 못했을까. 내가 봐선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도 썩 좋은 놈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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