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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2.죽음의 미학)_연인의 죽음_마르크 베르나르

by 상팔자 202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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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

연인의 죽음

지은이 마르크 베르나르

옮긴이 이동열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대하는 것은 여느 죽음을 대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푸른 눈의 외국인.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려 금세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같이 늙어간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병든 모습과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녀의 죽음은 오히려 그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희열에 찬다. 

 

나는 그녀의 두 모습을 사랑했다. 발랄한 모습과 최악의 경우--종국에는 닥쳐오고야 만--를 예감하는 듯한 우수 어린 모습. 그녀는 매우 투명했지만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구석을 간직하고 있었다.

 

끝에 끝의 순간까지 온몸과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했으며 그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에서도 그 사랑의 충실함 덕인지 그는 괴로움이나 슬픔에 젖은 모습은 아니다. 마치 제 할 도리를 다했으니 미련이나 후회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젊은 시절에야 누구나 절절히 사랑하고 모든 것을 거는 사랑을 하겠지만 그 사랑을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너 없인 못 산다'에서 '너 때문에 못 살겠다'가 된다는 부부들이 많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고는 한다. 언뜻 남자의 모습은 집착 같아 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택한 사랑 앞에 충실했고 그녀의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그것으로 사랑의 끝이 아닌 완성인 듯한 느낌이 들 게 한다. 그러나 남자의 입장에서 쓴 소설이라 그런지 사랑이라는 종착지를 두고 혼자 달려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랑한'이 아닌 '내가' 사랑한 그녀의 느낌.

 

나는 그녀가 나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는 세계에 들어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전보다 더 가까워진 동시에 몇몇 측면에서는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중략)
"당신은 내가 살도록 도와주는군요."
아니다, 나는 그녀가 살도록 도와줄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전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녀가 사랑의 힘으로 죽는 것을 도와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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