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
알리스
지은이 샤를르 루이 필립
옮긴이 진형준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알리스라는 귀여운 여자아이는 일곱 살이 되어서도 학교에 가지 않고 엄마 품에 안겨 애정을 갈구한다.
"엄마, 그런 더러운 일은 그만두고 예쁜 나를 좀 안아줘"
그런 알리스에게 불행히도 동생이 생기고 다른 동생들처럼 금세 죽을 줄 알았던 동생은 죽지 않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진심으로 동생이 죽기를 바라던 알리스는 식음을 전폐하며 부모를 괴롭힌다.
"아기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을 테야"
결국 알리스는 엄마의 사랑에 대한 독점욕에 질투로 사망. 위기탈출 넘버원도 아니고 이 무슨 충격적인 죽음이란 말인가.
소설은 매우 짧고 강렬하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런 죽음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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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
불 지피기
지은이 잭 런던
옮긴이 유두선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고 손발이 시린 느낌이 든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개와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는 태도를 보인다. 자신만만해서라기 보다는 무지에서 오는 무던함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50도의 추위를 경험한 일이 그에게는 없다. 동료들이 있는 캠프까지 가는 것이 목적인 남자는 장갑만 벗어도 금세 손이 얼어버리는 추위 속에서 불을 지핀다. 불을 지펴 요기를 때우고 다시 동료들과 만나기로 한 곳을 향해 가지만 언발을 시작으로 몸이 이상 징후를 보인다. 계획한 시간 내에 도착하기 어렵겠지만 다시 불을 피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처음과는 다르게 불행히도 불 피우기에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불 위로 눈이 쏟아지고, 기침이 나서 꺼지고, 이끼가 땔감에 섞여 들어가 꺼지고 만다. 동행한 개를 죽여 그 사체에 파고들면 따뜻할까 싶어 개를 붙잡아 보지만 그에겐 개를 죽일 힘도 남아 있지 않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점점 커져가고 맹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해보지만 그것도 금세 지치고 만다. 몸은 점점 얼어가고 동상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다 그는 자다가 죽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한다. 추위에 무모하게 맞선 그의 죽음은 그렇게 허무한 불씨처럼 그렇게 꺼져 버리고 만다. 그가 불을 꺼트릴 때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동정이 가는 한편 죽음이 임박해왔음을 서서히 느끼게 한다.
사나이는 평생 맛본 가운데 가장 편안하고 달큼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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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
마차
지은이 바이오레트 헌트
옮긴이 장경철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마차를 기다리는 한 사나이가 있다. 도착한 마차에는 이미 네 명의 사람이 타고 있다. 길동무가 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 놓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삶이 아닌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나이가 탄 마차는 유령을 싣고 가는 죽음의 마차였던 것. 마차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의 흔적들을 보이며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살인자와 그 피해자도 함께 있다. 마차는 어디에서 도착해서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다만 마차에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말한다. 그들은 영혼 이동 작업을 하나의 여행처럼 여기며 지옥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죽음에 대한 분노나 슬픔 따윈 없이 덤덤하게 이야기 한다. 자신의 죽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한다. 그들은 사후 세계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삶도 죽음도 마치 이어진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당연한 것이고 때가 되면 받아들여야 하는 순서인 것처럼 죽음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인다. 이미 죽음을 겪어 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처럼 보이기도 하며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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