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지은이 정유정
펴낸곳 (주)은행나무
값 15,800원
아,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좀 무서워서 안읽으려고 했는데 또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집어들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역시 정유정은 정유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그 이름값은 확실히 하는 거 같다. 일단 재밌다. 술술 읽힌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가서 좋았다. 읽고 나서 보니 표지가 너무 섬뜩하다. '완전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완전함을 붙인 것부터가 이미 소설의 느낌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소설을 흐르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쎄하다. 우리는 뭔가 소름이 끼치고 이유를 알수 없는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경우 그렇게 말한다.
유나에게 약속은 그런 것이었다. 하는 건 침 뱉기보다 쉽고, 지키는 건 그걸 다시 주워 먹는 것보다 어려운 일._p.145
주인공 '유나'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대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나'는 자신의 원하는 것은 반드시 얻어야 하며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은 응징을 해야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하고야 만다. 자신이 정한 크고 작은 원칙과 규칙에 따라 철저하게 모든 일은 진행된다. 자신이 믿는 것이 곧 정답이고 모든 상황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으며 수가 틀리면 언제고 제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모두가 반할 정도의 미인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자신의 노예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묘한 매력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와 잠시 떨어졌던 기억은 그런 그녀에게 최악의 패배감을 느끼게 한다. 자기애를 넘어서 편집증에 가까운 망상장애가 아닐 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언니한테서 모든 것을 뺏겼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린 나이에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하고 억울한 심정이 들 수야 있었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보다 사람이다. 반대의 입장으로 '유나'의 언니인 '재인'이 할머니댁에 살다가 다시 같이 살게 되었어도 '유나'는 자신의 몫을 빼았겼다고 여겼을 것이다. 애초에 사회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시골이 아닌 도시에 살았다면 어쩌면 더 큰 문제를 일으켰을 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슬프지요?"
(중략)
"엄마는 슬퍼할 틈이 없어."_p.230
그 와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유나'의 딸 '지유'의 존재이다. 자신의 눈앞에서 비극을 경험하고 그에 공감해 주길 바라는 딸에게 끝내 거짓으로라도 위로를 해주지 않는다. 아마도 소설에서 손을 쉽게 놓을 수 없었던 것도 '지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아이가 어떻게 될까. 제발 끝까지 버텨주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유나'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솔직히 어렵기도 하고. 완전한 인간이 없듯이 완전한 행복도 있을 수 없다. 주인공은 불행의 싹을 도려내어 없애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남아 있을 것이 거의 없다. 인간은 애초에 불완전한 존재이고 허점 투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진리는 하나일 수가 없다. 살아있는 사람의 수만큼 저마다의 진리는 다르다. 뭐, 애초에 소설에서 다루고자 했던 게 행복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매우 비현실적인 인물이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크고 작게 인간은 자기애를 갖고 있으며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리 않고 실제로 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떤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됐을지는 몰라도 그 또한 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진짜 돈과 권력을 모두 쥔 이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잔혹한 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게 무엇이든 과하면 화를 부르게 되어있다.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은 결국 넘치는 자기애가 발목을 붙잡고 만다. 그들에게는 최후의 방어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격만이 최고의 방어라고 믿는다. 그러나 때론 지는 게 이기는 경우도 있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도 있다. 행복은 덧셈도 뺄셈도 아니다. 셈하지 않는 것이다. 내게 닥친 행운도 불행도 감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안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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