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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여수의 사랑_한강

by 상팔자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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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지은이 한강

펴낸곳 (주)문학과지성사

값 12,000원

 

 

청춘, 상처, 삶

 

 

이 소설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상처받은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6편의 각각 다른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그것이다그 상처들은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 가장 내밀한 것들로오랜 시간 그들의 삶을 뒤흔든다언뜻 어둡고 우울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생각보다 그렇게 우울하게 읽지는 않았다작가의 유려한 표현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이야기가 상처와 고통 자체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그 속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흔의  무관심하고 지쳐 보이는 미소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세월의 상흔, 나보다 두 살 어린 스물여섯 살 처녀의
표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어둠 탓이었을까._p.11~12
(여수의 사랑中)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여수의 사랑에는 물과 기름처럼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나온다

여수가 고향이지만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정선과자신의 고향인지 확실치도 않으면서 여수에 가고 싶어 하는 자흔결벽증이 있는 정선과 달리 여기저기 물건을 늘어놓는 자흔서로 다른 두 사람이 유일하게 닮은 것이라면삶에 지쳐있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당혹스러워진 나는 내 나이 다섯 살에 어머니가,
일곱 살에 아버지가 죽은 그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아왔다는 것까지 분명하게 말했지만 헛일이었다_p.24
(여수의 사랑中)

 

 

어둠이 베어 먹다 말고 뱉어놓은 살덩어리 같은 달이 떠 있었다.
이지러진 달의 둥근 면은 핏기 없이 누리끼리 했고,
베어져 나간 단면에는 검푸른 이빨 자국이 박혀 있었다_p.81
(어둠의 사육제中)

 

비지땀이 줄줄 흐르는 '미친 여름' 어둠 속에 명환은 서 있었다

사흘 전부터 자신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는 명환은

대뜸 자신의 집을 가지라고 말한다

믿고 의지했던 고향 언니 인숙은 같이 살던 집의

전세금을 가지고 사라졌다

불고체면으로 이모집에 얹혀사는 신세지만 명환의

의중을 알기에 차마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다

 

떠나리라는 것 때문에 동걸은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강할 수 있었다._p.174
(야간열차中)

 

동걸은 술에 취하면 으레 야간열차에 대한 낭만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가자는 친구들의 제의는 번번히 거절하고 만다

기차 바퀴 소리가 들리는 이명에 시달리면서도

동걸은 현실의 족쇄를 쉬이 벗어던지지 못한다

영현은 동걸의 집에 방문하고 나서야 왜 그가

떠지지 못한 것인지 또 떠나지 못하는 마음만큼

얼마나 떠나기를 갈망하는지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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