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_김병운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지은이 김병운

펴낸곳 (주)민음사

값 14,000원

 

 

 

 

표지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은 모르고 읽어서 더 재밌는 소설이었다

 

우리는 이 좁아터진 집에서만 연인이야. 
이 집을 나서면 나는 어김없이 우리를 지우고 감추지.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_p.235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씨는 클로짓(closet) 게이이다

벽장 안에서 자신이 게이인 것을 공개하지 않고 산다는 뜻이다

벽장 안의 서로 다른 두 셔츠는 마주 보고 있다

서로 너무 달라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가수를 꿈꾸며 방송국 안무팀에서 활동했던 김미승은

강은성(공상표의 본명)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바라는 사람처럼

아들의 연예계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누나 은진 또한 그런 엄마에게 세뇌된 듯이

동생을 위한 1인 기획사 설립에 앞장선다

공상표는 누나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고백한 지

두 달쯤 지나 자취를 감춘다

공상표의 잠적은 점점 길어지고 게이설까지 나돌자

은진은 가짜 열애설로 소문을 잠재우려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정답은 아닌데, 나를 향한 그들의 말과 생각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허상과 다름없는 건데
그들이 좋아해 주는 '꾸며진 나'가 옳은 것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나'는 틀린 것이라는 이분법이
자연스럽게 저를 잠식한 거죠._p182

 

배우 공상표는 연기를 하고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괴로워한다

매번 스스로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이 너무 컸던 탓이다

그러면서도 진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일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꾸며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느낌

 

대중매체에서 우리가 보는 연예인의 모습이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 진짜 팬들과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만약 공상표씨가 실제로 커밍아웃을 한다면 인기는 줄더라도

진짜 그를 지지하는 팬들은 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그런 누군가가 있다면 커밍아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내가 지지하던 배우이던 가까운 지인이든

아직까지는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보란 듯이 얄밉게 대중을 속여가며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모든 잇속을 챙겼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가짜 열애설 같은 거 없이도 본업에 충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

용기 있는 누군가의 고백이 없이는 편견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이 좀 더뎌질지도 모르겠지만

공상표와 같은 사람이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진짜 남의 인생 이러고저러고 할 시간에

그냥 자기 인생이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