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지은이 하지은
펴낸곳 황금가지
최근 들어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좀 줄어들어 단시간에 흡입력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책 또한 그런 마음에서 고르게 된 책 중 하나이다. 인터넷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미스터리 소설 중에 하나 둘 선택해서 찾아보고 있다. 얼음나무 숲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스터리 장르와는 조금 다르게 환상문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긴 하지만 그 범인을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소설은 아니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면 음악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고 그 배경에 있어 환상문학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천재 음악가 아나토제 바옐, 그의 친구 트리스탄, 그리고 또 하나의 천재 고요 드 모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음악을 주제로 하는 소설이지만 사실 현실 배경이 아닌 소설이라 음악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다만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주인공의 심리인데 천부적으로 음악적인 감각을 타고난 천재의 감성을 가진 바옐의 예민하면서도 외골수적인 기질과 그를 향한 친구라기에는 다소 과할 정도의 동경을 가진 고요의 모습이 그렇다. 고요는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도 바옐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고 지독히도 그의 친구로 남고 싶어 한다.
멈춰, 바옐, 연주해, 바옐, 멈춰, 제발 연주해······!_p109
바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고요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모순을 느끼기도 하고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 또한 훌륭한 음악가임에도 주변에 그런 천재가 있어서 그런지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다소 폄하하기도 한다. 귀족가문 출신의 자제로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란 그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마 그만큼 음악에 대해 진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옐에 대해서는 소설 외전으로 좀 더 자세한 성장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바옐이 왜 그렇게 음의 언어나 자신만의 청중에 대해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외전을 읽고는 조금 이해가 갔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 자체가 음악의 도시라고 하는 '에덴'이며, 그곳에서도 '모토베르토'라는 칭호를 얻는 것이 바옐이다. '모토베르토'는 인정받은 연주가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콩쿠르로 3년 만에 한 번 열리며 그중 가장 훌륭한 사람에게 '드 모토베르토'라는 칭호를 준다. '모토베르토'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합친 건가 싶었다. 소설 제목인 얼음나무 숲은 그런 음악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에덴'에서 전해내려오는 하나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 나오는 장소이다. 최초의 모토베르토였던 익세 듀드로가 평생 사랑했던 나무가 있는 그곳. 그가 죽기 전에 불살라 버렸지만 타지 않고 오히려 차갑게 식어 갔다는 나무가 마치 얼음처럼 보여 '얼음나무 숲'이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 전설로만 남을 줄 알았던 이야기는 바옐의 전설의 악기 '여명'을 손에 쥐면서 다시 부활한다.
배경이나 주제가 일상적이지 않다보니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거나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잘 마무리를 지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애정을 넘어선 광기들은 조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뭐, 애초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토벤의 성지라는 '에단'이라는 곳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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