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최고은
펴낸곳 (주)알에이치코리아
값 18,000원
이 소설이 특이한 점은 블랙 쇼맨이라는 인물의 등장일 것이다. 조금은 느닺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탐정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블랙 쇼맨은 마술사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소개된다. 남다른 감각과 통찰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그의 존재감은 소설 전체를 아우른다.
도쿄에서 일하며 결혼을 준비하던 마요는 고향의 경찰서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것도 타살의 정황이 의심되는 죽음이었다.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에는 공교롭게도 자신의 동창들이 연관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자택 수사를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삼촌 다케시를 만나게 된다.
모은 두 손에서 붉은색과 흰색, 보라색 꽃잎들이 팔랑팔랑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잎의 양은 차츰 늘어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할머니의 가슴을 뒤덮었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탄성을 터뜨렸다.
꽃잎이 떨어지지 않게 되자 다케시는 합장한 자세로 묵념했다._p.105
마요가 삼촌 다케시를 처음 만난 건 할머니의 장례식에서였다.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선사했던 삼촌 다케시와 마요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실, 마요는 삼촌이 지시한 일을 돕는 보조에 불과하지만 삼촌의 가설에는 반박하기 힘든 근거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며 마요의 동창 친구들이기도 하다. 동창회를 앞두고 있었던 그들의 감춰진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사건에 점점 가까워진다.
사건의 최초 발견자이며 최근까지 선생님의 댁에 자주 방문을 했었던 하라구치, 지역활성화 사업 건으로 선생님의 댁을 찾아뵀었던 <환뇌 라비란스>라는 베스트셀러 만화가인 구기미야와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고고노에, 사건 당일 선생님이 도쿄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스기시타, 장례식에서 선생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묻던 은행원 마키하라, 환라비 하우스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선생님에게 도움을 얻고자 했던 가시와기 건설의 부사장 가시와기
한편, 마요의 절친이면서 동창회 준비를 담당했던 모모코는 선생님이 동창회에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공개할 예정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선생님이 전하려고 했던 오랫동안 소중히 간진해 온 이야기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동창회는 선생님의 죽음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소설 자체는 추리소설로 명성을 알린 작가답게 중반 이후까지도 꽤나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편이다. 어느 순간 범인을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도 있어 반전이랄 게 딱히 있지는 않았지만 다케시라는 인물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하나씩 쫓아가는 방식이 흥미진진해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전혀 지루하거나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소설 전체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사건과 사건의 해결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고 인간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려다 보니 조금 불필요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지만 시종 내내 긴장감으로 채울 수는 없으므로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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