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지은이 노리즈키 린타로
옮긴이 이기웅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2,000원
작가의 이름은 익숙지 않지만 왠지 소설의 제목만은 익숙하다. 하도 익숙해서 예전에 읽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굉장히 오래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저 제목만 봐도 화가 난다.
이 소설은 살인을 고백하는 니시무라 유지의 수기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딸이 살해를 당하고 그에 대한 복수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고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고백하는 내용의 수기이다. 소설은 이 수기가 과연 사실인지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필명이기도 한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해서 수기에 대한 내용의 진위를 가린다.
십사 년 전 아직 이름도 갖지 못한 아들이 태어나지 못하고 죽었을 때, 아내는 영구히 신체의 자유를 잃었다. 아들의 영혼에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요리코가 죽은 지금, 나를 딸에게 바치자.
내일은 내 생애의 마지막 하루가 되리라._p.63
십사 년 전 임신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팔 개월이던 아들을 잃고 하반신을 쓸 수 없는 몸이 된 아내 우미에. 공교롭게도 그녀의 딸인 요리코도 살해 당시 임신한 상태였다. 요리코가 다니던 학교는 사이메이라는 명문 여학교로 그 학교의 독신 교사가 여학생을 임신시키고 그녀를 살해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복수를 하고 자백을 남긴 수기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여론을 의식한 사이메이 여학원 이사장은 중의원인 자신의 오빠를 통해 경시청 내부에 은밀히 지령을 내린다. 그 지령을 받은 것이 바로 노리즈키 경시,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의 아버지였다. 스캔들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연막이 필요해 린타로가 사건에 대한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린타로가 보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는 십사 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둔 각각의 표정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의 간극에서 갈 곳 잃은 온갖 감정의 망령이 영원토록 헤매리라. 그런 면이 그녀의 언동에 일종의 모호함을 안기는 게 아닐까._p.142
"난 자신을 관념의 괴물리라 생각한답니다."_p.143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은 이해가가 가지만 사건하고 무관한 인물이나 사건들도 좀 있는 듯하다. 니시무라의 동창인 다카하시와 야지마 쿠니코의 과거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누가 범인인지를 추적해내가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절절한 부정에서 비롯된 복수라고 여겼던 사건은 진상이 밝혀질수록 점점 생각지도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결말은 다소 황당한 느낌도 있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은 결국 니시무라 유지 본인이었다는 것과 제목은 요리코를 위해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요리코는 안중에도 없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명명백백하게 확인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페이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다소 충격적이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해봤지만 차마 상상하지 않았던 결론에 이르러서는 조금 기가 차기도 했지만 시대적 배경적 이유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근데 또 지금까지도 많이들 읽는 거 보면 참 그것도 재주다 싶다). 훌륭하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워도 재밌게 읽을만한 추리소설로는 의미가 있었다. 여성에 대한 묘사는 조금(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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