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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어른의 어휘력_유선경

by 상팔자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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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지은이 유선경

펴낸곳 앤의서재

값 16,500원

 

 

 

요즘 아이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사실 어른들도 이전 같지 않다. 나도 가끔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단순히 건망증이라고 치부했던 것이 사실은 어휘력 부족이었다는 데에 동의한다. 모르니까 말을 못 한 것이다. 흥미 위주의 것들만 찾아보다 보니 도파민 중독이라 할 만큼 자극적인 매체에 익숙해져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람을 만나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이니 말그대로 어른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리가 없다. 책을 읽고 나서인지 글자 하나 쓰는 것이 무언가 더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 구석구석에 보석처럼 빛나는 몰랐던 우리말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기쁨과 예민하게까지 느껴지는 언어생활의 감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만 겪은 일을 당신에게 알리고, 당신이 겪은 일을 내가 알 길은 언어밖에 없다._p.41

 

 

경험치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건 매우 어렵다. 대화를 한다기보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고작인 경우가 더 많다. 자동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쳐주기는 하지만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공감하지 못해 그저 내가 아는 것을 말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클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은 언어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를 선택해서 말하는 방식을 취하면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의 진정한 목적은 소통에 있는 만큼 언어에도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그에 걸맞은 어휘를 습득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랜선 친구는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처받고 싶지 않고 손해 보고 싶지 않고 골치 아파서 거두어들인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진정한 공감이나 소통보다 자신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덮어줄 도구로서 기능해 주기를 바라는 관계, 알고 싶은 것만 더 많이 알고  싶고 알고 싶지 않은 것은 계속 알고 싶지 않다._p.143

 

 

달라진 인간관계만큼 인간이 소통하는 언어의 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지 필요에 따라서 취사선택하는 관계에서 진심이 나올 리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젠 사람 얼굴도 제대로 안 보고 대화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않거나 눈을 본다고 하더라도 표정  또한 언어를 돕는 표현 방식 중 하나인데 상대의 의중을 알아채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게다가 아예 비대면으로 만나거나 사람을 대신한 아바타가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가 다양해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쩐지 언어의 소통 측면에 있어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말맛이 나는 순우리말을 들을 때면 왠지 애틋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 부모 세대가 쓰던 말이라 그런 것도 있을 테지만 뭔가 더 살가운 느낌이 든다.

 

 

나는 한갓진 게 좋고 잠포록한 날씨를 좋아하고 어둑 발 내려앉는 시간을 좋아하며 새물내를 좋아하고 얕은 맛을 좋아한다._p.166

 

 

말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은 기술적인 말의 습득과 더불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에서 온다. 너무 뻔하고 지겹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더불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내면을 다지는 데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 호불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어 자체가 주는 매력 또한 적지 않다고 본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새로워진다. 하나를 앎으로서 어제와는 다른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쉽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쉽게 얻어지는 것은 또 금방 가치를 잃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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