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보이
지은이 김연수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2,000원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다른 사람의 마음속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소년 원더보이. 소년은 특별하게 가지게 된 능력 탓에 원치 않은 일을 하게 되고 보통의 소년이 겪을 수 없는 일들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얼핏 성장 소설처럼 보이지만 딱히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 더 무겁고 어렵게도 읽히는 소설이다. 소설의 구성면에서도 독특하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절의 어두운 역사적 사건들이 있어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든다. 10여 년 전의 소설임에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더 오래 전의 소설을 보는 듯하다. 청소년들보다는 오히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더 흥미롭게 읽을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우주가 무한에 가깝다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다른 우주에서는 반드시 일어난다._p122
소년은 뉴스 기사를 읽고 또 다른 우주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 세계의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분명 다른 우주에서는 내가 바라마지 않는 또 다른 우주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으며 꿈꾸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세상. 어쩌면 그런 상상만이 소년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을지 모르겠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시작이었고 또 새로운 끝이었다. 나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 같았다._p151
마찬가지로 시간의 속도를 결정하는 게 내 호흡이라면, 가능하면 나는 아주 천천히 숨쉬기로 했다._p152
우주의 비밀은 알아도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르는 무공 아저씨를 만나 소년은 숨 쉬는 법을 배운다. 하루는 너무 불안하고 하루는 너무 행복한 날마다 다른 날들을 느끼며 몸도 마음도 자란다. 시간의 속도를 정하는 것은 내 호흡이며 나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계속 꿈을 꾸는 것이 왜인지 더욱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마치, 단지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과 같은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은 함께 버텨 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 가 싶다. 고아가 된 소년의 모험과 같은 삶 속에서는 그와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다. 비록 광활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별처럼 닿을 수는 없어도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 덕에 혼자가 아님을 혹은 혼자여도 반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때로는 몰라도 좋을 것을 알게 되고 있지도 않는 것을 꿈꾸며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는 사이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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