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지은이 마가렛 에트우드
옮긴이 김신형
펴낸곳 황금가지
값 15,000원
인간이 참 죄가 많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죄가 많다. 힘을 갖는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 힘을 이용하게 되어 있고 그 힘은 항상 바른 길로만 향하지 않는다.
감시와 통제의 사회였던 '1984'와 불행을 인지조차 못하도록 만드는 '멋진 신세계'보다 더 극악무도한 세계가 시녀 이야기에는 있다. 사령관, 아내, 아주머니, 수호자, 하녀, 시녀, 천사 등으로 불리는 계급이 존재하고 여성을 단지 출산을 위한 도구로 다루며 단지 그것만이 존재의 이유인 세계.
리디아 '아주머니'의 말을 빌면, 그 당시는 차고 넘치는 선택의 여지에 치어 죽어가는 사회였다고 했다._p.47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의 여성상은 타락한 것으로 간주되며 여자 스스로 무언가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가게의 간판조차 글자 대신 그림이 대신하고(유혹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조차 종속된 남자의 이름에서 기인한다. '시녀'의 존재는 쓸모를 다하면 다른 '시녀'로 교체되고 이름은 대물림 된다. 스스로 인간이 아닌 도구로서 존재함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놀리테 테 바스타르데스 카르브런도룸(Nolite te bastardes carbrundorum)_p.92
자신의 방을 대기실이라고 칭하는 오브프레드는 기다리는 한가한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자신의 방을 탐색하게 된다. 그리고 그림자가 진 자리에 긁어 쓴 듯한 글씨를 발견한다. 뜻도 알 수 없는 라틴어로 추측되는 그 글을 미지의 여인이 전한 메세지라고 생각한 오브프레드는 기뻐한다.
이 일이 누구한테 더 끔찍할까? 그녀일까, 나일까?_p.167
의례라고 불리는 행위는 역겹기 짝이 없다. 성교도, 정사도, 강간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계약서에 사인한 자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과업 그뿐이다. 사령관도 오브프레드와 합체된 그의 아내도 그리고 그녀 자신도 그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뿐이다.
시간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휩쓸고 지나가, 나를 깨끗이 지워 버리고 말았다. 나라는 존재는 경솔한 아이가 너무 밭은 물가에 남기고 가버린, 모래로 만든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_p.394
그녀가 시녀가 되기 이전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악몽일까, 희망일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아이, 절친 모이라, 그리고 엄마와의 시간들. 때로는 시대에 순응하면서 때로는 탈출을 기대하기도 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그러안고 산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한들 그 세계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 것. 그리고 후세에 전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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