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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아주 편안한 죽음_시몬 드 보부아르

by 상팔자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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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지은이 시몬 드 보부아르

옮긴이 강초롱

펴낸곳 (주)을유문화사

값 12,000원

 

 

 

아주 보편적인 죽음

 

 

절절한 감정의 호소 없이도 이렇게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올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아직 작가와 같이 죽음을 곁에서 목도한 경험이 없음에도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작품이다

또한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와는 또 다른 모녀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죽음을 앞두고 화해하는 과정 또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내게 있어서 엄마의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신화적인 시간의 차원에 속한 것이었다_p.26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한 이 소설에서 시몬은 어머니의 벌거벗은 몸을 마주하며

그동안 자신이 어머니에게 가졌던 감정과는 또 다른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으레 인식하고 있던 죽음과는 다른 피부와 와 닿는 죽음의 모습에 가까웠다

 

 

아마도 이제는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리라.
체념이나 희생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회복하는 것, 즉 자기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었다._p.83

 

 

제 아무리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죽음 앞에서는 태연해지기가 쉽지만은 아닐 것이다

어떠한 과정이나 준비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죽음도 있을 것이다

긴 투병의 시간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소망인 사람도 있을 것이나

살아있는 동안에는 우선은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한 행복하게 남은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이해 못 하는 법이지,
하지만 자식도 부모를 이해 못 하기는 매한가지란다· · · · · ·."_p.98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이 비록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라고 하더라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 앞에서 웬만한 일은 서로 타협하고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섣부르게 감정만을 내세우다 되려 서운해지고 마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간과 공간을 나눈다는 것은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닐까 싶다

 

향수, 모피, 속옷, 보석.
죽음에게 내어 줄 자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뿜어내는 호화로운 거만함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의 이면에 죽음이 숨겨져 있었다._p.111

 

 

죽음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사람에겐 부질없어 보이는 것들

하지만 죽음과 삶은 어쩌면 연장선에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내 앞에서 아버지가 하나의 사물로 남게 될 때까지 곁을 지켰다.
그래서 실제로 존재했던 이가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가는 과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엄마에게 입맞춤을 하자마자 거의 곧바로 그녀의 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살아 있는 상태로 엄마가 차가운 영안실에 혼자 고독하게 누워 있는 듯 여겨졌다_p.141

 

 

소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어머니가 머지않아 숨을 거둘 것이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읽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죽음의 순간이 도래했을 때는

작가가 느꼈을 당혹과 슬픔, 후회와 고통의 감정들에 함께 공감하게 된다

병원에서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겪었음에도 작가는 엄마의 죽음을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고 말한다

죽음의 순간 함께 하는 이가 있었고 함께 있었던 이들 또한 그 시간을 의미있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과는 달리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깊은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엄마와 있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한층 더 엄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깊어진다

그리고 비로소 엄마와 화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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