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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여관
지은이 임철우
펴낸곳 한겨레 신문사
값 9,000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묘한 이야기인가 싶었지. 이렇게 슬픈 이야기들이 잔뜩 감싸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한편으로는 모르고 봐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아마 알고 봤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상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산 자들은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살 수박에 없었던 이유는 같은 곳에 있었다.
몽롱한 경계에 거품처럼 홀로 떠 있는 섬 영도. 현재도 과거도 아니고 낮도 밤도 아닌 유폐된 섬의 이야기
그 집은 낡은 것도 새것도 아닌,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닌 기묘하고 애매한 모습을 하고 있다._p.11
영도의 여관으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바닷가의 작고 허름한 여관에 우연히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정체불명의 음성을 들었다.
바람은 엄청나게 두꺼운 책 같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피마다 서로 다른 수만 개의 소리가 숨어 있다._p.57
여관집 아이는 창밖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는 세상의 소리 말고도 다른 특별한 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 바람이었어. 내가 지금껏 함께 살아온 것은, 이 남자가 아니라 바람이었어.'_p.123
방랑벽이 있는 남편 복수를 미자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안에 가득 찬 슬픔을 어렴풋이나마 알기에 바람소리로 가득 찬 그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그래, 결코 지난날들을 잊어서는 안 돼. 망각하는 자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기억해. 기억해야만 해. 하지만 친구야. 그 기억 때문에 네 영혼을 피 흘리게 하지는 마."_p.336
모두를 불러 모으게 한 목소리는 영도에 도착하자 멈추었다. 그리고 억울함에 한 맺힌 망자들도 한을 품고 살아야 했던 남은 이들도 모두 오랜 한풀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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