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지은이 손원평
펴낸곳(주)창비
값 10,000원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는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였다. 발매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은 소설 중 하나이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사건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그 묘사가 특별히 잔인하지는 않다. 마치, 앵커가 뉴스 소식을 전하 듯 남의 일인양 전하고 있다. 선윤재스럽게.
아몬드는 주인공 윤재 엄마의 희망이다. 외부의 자극을 담당하는 기관인 편도체.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감정이라는 단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의 아몬드만한 편도체가 아몬드를 먹으면 조금이라도 커지길 바라는 어머니의 희망이였다. 윤재는 감정표현 불능증 즉, 알렉시티미아라고 하는 정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타인의 죽음은 물론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도 화내지도 못하는 소년. 소설은 이 특별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며 인간의 감정과 타인의 관계에 있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알려주는 것 같다. 남들에겐 그저 이상하고 무서운 아이이지만 할머니에겐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이였던 소년. 소년이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유년기에 할멈과 엄마가 줬던 지극한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모순된 개념을 연달아 붙여서 의미를 낳는 '역설'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에도 할멈의 방점이 '예쁜'에 찍혀 있는지 '괴물'에 찍혀 있는지 잘 몰라 헷갈리곤 했다
누구든 인간은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가 있다. 감정표현 불능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남의 인생을 신경쓰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내 감정을 쏟을 정도로 애정이 깊지 않아서 또는, 그저 관심이 없어서이기도하다. 요새 많이 하는 성격유형 검사처럼 타고난 성격이 그래서라고 한편으로 나조차도 변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꽤나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적어도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선 다른 감정은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워낙에 각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보니 후천적으로 감정표현에 무뎌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소설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인간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려 하는 사람이 있을뿐이라고 했다.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다. 윤재는 비록 감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고 더 많이 알고 싶어한다. 그렇게 성장해가며 감정을 배우고 어른이 되어간다. 소설 프롤로그에 나왔둣이 우리의 인생 또한 그 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미리 결과를 정해놓지 말고 일단, 부딪혀 보아야 하는 것이다. 자두맛 사탕일지 아몬드일지 일단 입에 집어 넣어봐야 아는 것이니까.
멀면 먼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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