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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신중한 사람_이승우

by 상팔자 202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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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

지은이 이승우

펴낸곳 (주)문학과지성사

값 13,000원

 

신중한 사람 표지
너무 신중한 사람

 

 

  총 8개의 이야기로 구성 된 이 소설은 신중함을 넘에서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읽다보면 조급해지기도 하고 답답해지기도 하고 현기증까지 날 지경이다. 주인공의 신중함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어서 내가 그 고민의 당사자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혼돈스럽다.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손을 빼낼 수 없었다. 손을 빼내려면 힘을 써야 했는데, 그 상황에서 힘을 쓰는 것이 마땅한지 판단이 서지 않았고, 무엇보다 힘을 쓴다고 해서 손을 빼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갔다. 

 

  대략, 이런식이다. 순간 순간 주인공의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심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감을 넘어선 약간의 짜증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기는 한데 솔직히 좀 읽기 힘든 소설이였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한데 여기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고, 딱히 할 일이 없는데도 무슨 일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를 때 할 만한 일이 걷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라고, 걷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고 무슨 일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무슨 일인가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그러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일인가를 하는, 일종의 무의식적인 행위가 걷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이라고, 자기가 걷고 책을 읽는 것은 순전히 무의식적 행위라고 말했다.

 

  한번 맥을 놓치면 처음부터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한다. 대신 집중력 높여서 한번에 읽어가면 롤러코스터 타듯이 단숨에 읽히기도 한다. 이게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꼬리를 잡는 거 같은 문체의 특징이 일단 두드러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에 나왔던 문단 그대로 반복해서 나오기도 한다. 같은 내용이 또 나와서 내가 순간 책장을 잘못 넘겼나 싶었다. 

 

  주인공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5시에 알림 설정된 여관방의 티비에 리모컨이 없어서 해제를 할 수 없어 새벽에 자동 기상을 해야하지만 방은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

- 자신 명의의 전원 주택을 짓고도 남에게 빼앗겨 스트레스성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다락방에 숙박비를 내고 사는 사람

- 스승의 유품에서 자신이 과거에 보낸 편지에 첨삭같은 짧은 글이 달린 걸 보고 스승에 대해 가졌던 호감을 부정하는 사람

-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사람- 자신이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필 의혹을 게시하고도 이를 모른 체 하는 사람- 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 간절하게 2달을 기다린 비자 발급을 확인하고 떠나려는데 행정 착오로 일찍 석방되어 67일 형기를 채워야 하는 사람- 억울한 누명 쓰고 방에 틀어박혀 자취를 감추는 사람

 

  소심하거나, 회피하거나, 쪼잔하거나, 측은하게도 느껴지는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 그렇지만, 우리에게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그런 면모들.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아니 왜 저 상황에 저렇게 밖에 못하는지 속이 터지고 답답하기도 한데 그들의 신중한 판단으로는 그게 최선이였던 사람들.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있는 약함과 어둠을 건드리는 이야기라 어쩌면 대면하기 어렵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작품이 인간에게 어떤 정서적 자극을 주는 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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