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지은이 한강
펴낸곳 (주)창비
값 12,000원
내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과 같이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생. 평범하기에 선택했던 아내가 달라졌다.
갑자기 꿈을 꿨다며 냉장고 안의 고기를 다
갖다 버리고 남편의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고기 냄새가
난다며 섹스도 거부하고, 가죽 구두마저 버린다.
아내의 이상함을 알면서도 이상한 일에는
내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모른 체 한다.
겨우 한다는 것이 장모에게 아내의 상태를 알리는
정도였다.
좀 이상한 여자와 살더라도 밥해주고,
청소해주고라도 남아있으니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와중에 해소되지 않은 욕구는
억지로라도 해소하려한다.
가족모임에서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만다.
가부장적인 장인어른은 억지로 아내에게
탕수육을 먹이려고 빰을 때리고 아내는 자해를 한다.
병원에 입원한 아내는 어느 날 아침 환자복 상의를
벗어 무릎에 올려놓은 채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있다.
오른손에는 붉은 혈흔이 선명한 동박새를 움켜쥐고.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이 세상 아무도 나를 도울 수도 살릴 수도 없어.
모두가 나를 옥죄게 하는 것들 뿐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생존을 유지하게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뿐이었다.
대체, 그 놈의 몽고반점이 뭐길래.
채식주의자인 것마저 반점의 이미지와 어울린다고
느끼며 처제에게 욕정하는 그.
힘이 없는 덧없음이 어떻고, 모래알처럼 부서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꽃을 그리고 나선 꿈을 꾸지 않는다는 그녀에게 한 짓은
예술이라는 다른 이름의 폭력일 뿐이다.
결국 정신병원에 갇힌 영혜는 물구나무를 서고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음식은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동생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혼란을 느낀다.
기껏 해칠 수 있는 건 네 몸이지.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그런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지
언니는 결국 그 어렸을 적 영혜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에서 동생을 구하지 못한 것처럼
현재에도 영혜를 구하지 못한다.
영혜가 폭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 무해한 자연으로의 회귀가 아녔을까.
영혜의 채식주의 선언은 육식에 대한 거부가 아닌
이 세상 모든 폭력적인 행위에 대한 거부 선언이다.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모든 압박을 견디다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 모든 것에서 심지어는 자신의 육체에서조차도
벗어나려는 처절하고 간절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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