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달콤한 나의 도시

by 상팔자 2021. 8. 25.
반응형

달콤한 나의 도시

지은이 정이현

펴낸곳 (주)문학과지성사

값 10,000원

 

달콤한 나의 도시 표지
일, 사랑, 결혼?

 

 

  2021년에 보는 2006년의 소설은 과거임에도 뭔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애니콜 핸드폰 들고 아이팟 나노로 음악 듣고 스타벅스 카페모카가 3,800원(현재 5,100원)이던 시절이라니...뭔가 가족의 오래 된 일기장을 훔쳐보는 거 같은 느낌도 들고 신선하다. 원래, 연애 소설엔 태생적 거부감이 있어서 꺼렸는데 생각보다 재미 있어서 깔깔 거리고 봤다.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일 것 같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330,634건에서 2020년 213,502건으로 줄었고 초혼 연령도 2006년 여 27세 남 31세 였던 거에 비해 여 30세 남 33세로 변화했다.  

  소설 속 주인공 31세 오은수를 노처녀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페미니즘이라는 얘기가 화두에 오르지도 않던 시절이였고 때가 돼서 결혼을 하지 않으면 무슨 큰 흠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시절이였다. 뭐, 지금도 그런 의식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때에 비하자면 참 많은 것이 바뀐 것은 사실인 거 같다. 

 

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 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탈코르셋이라는 말이 유행으로 번질만큼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른바 꾸밈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정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해진 순서도 없다. 사람 낳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는 것처럼 공부하다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일하다 공부 하는 사람도 결혼 안 하고 사는 사람도 애 먼저 낳고 결혼하는 사람도 많다. 저 대목만 봐도 얼마나 여성이 스스로에 대한 자기검열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게 말이다.

 

  타인과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에 나를 외롭게 해 줄 사람을 갈구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외로움의 시작이다. 주인공 오은수는 일도 사랑도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남들과 다르게 살려니 사회에서 도태되는 거 같고 용기가 없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사는 일도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24살 백수인 남자 윤태오와  36살 사업가 김영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선택을 주저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외로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듯 다른 사람이 내 몫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보다 오히려 나 자신을 사랑할 때 외로움 없이 내 삶이 충만해 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밖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 이유를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알면서 종종 모른 체 하기도 한다. 그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언제고 곪아서 터져 버리고 만다. 꾹꾹 눌러 참고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두렵다고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해야만 혼자인 채로도 외롭지도 우울하지도 않게 남을 수 있다. 그때서야 일이든 사랑이든 선택 앞에 주저하지 않고 혹여 고민하더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의 오은수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고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반응형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중한 사람_이승우  (0) 2021.08.28
다산의 마지막 공부_조윤제  (0) 2021.08.28
암리타_요시모토 바나나  (0) 2021.08.24
키친_요시모토 바나나  (0) 2021.08.22
투명인간_성석제  (0) 2021.08.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