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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생의 한가운데_루이제 린저

by 상팔자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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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지은이 루이제 린저

옮긴이 전혜린

펴낸곳 (주)문예출판사

값 9,000원

 

 

 

 

이렇게 읽기가 어려울 줄은 몰랐다. 번역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의 문체가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이해가 어려워 여러 번 되짚으며 읽느라 꽤 시간이 필요한 소설이었다. 문체에 대한 난해함을 좀 극복하고 나면 그나마 조금 읽을만하긴 하는데 그 벽이 좀 넘기 힘들기는 하다.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도 기회가 된다면 참고를 해보겠지만 우선 처음 읽은 느낌 그대로 적어본다.

 

책의 표지만큼이나 무언가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는 소설이다. 우선, 슈타인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어정쩡한 포지션이 매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끊임없이 관찰하면서도 정작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하는 모습은 그 절절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별로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처음엔 스토커라고 느껴질 정도로 불쾌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또한 니나 부슈만의 태도도 마찬가지로 의아하다. 매우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생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으나 슈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모호하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매우 평범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 그것이 당당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한 자존감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여자가 언젠가 한번 내가 내 생활의 무의미함을 격렬히 한탄했을 때 했던 말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내 생각으로는 삶의 의의를 묻는 사람은 그것을 결코 알 수 없고 그것을 한번도 묻지 않는 사람은 그 대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의식을 잃기 시작한 순간처럼 삶을 강렬하게, 그처럼 집중되어서, 끔찍하게, 아름답게 느낀 때는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 강렬하게 이끌리면서도 서로의 주위를 맴돌기만 한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슈타인의 친구인 마이트는 그에게 생각은 너무 많이 하고 행동은 너무 적게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니나의 삶은 매우 역동적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끌림은 놓을 수가 없어서 인공위성처럼 계속 서로를 맴돌기만 할 뿐이다. 죽음의 그림자 앞에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이 생겨나는 것처럼 극과 극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처럼 두 사람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언제나처럼 어두운 해안에 있었고 니나는 다리 없는 강의 저편 밝은 대안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편에서 외치는 소리를 서로 힘들이지 않고 이해할 수 있었다.

 

슈타인의 수기와 니나와의 편지들이 오간 내용이 주를 이루어 자칫 사랑 이야기가 테마인 듯 보이지만 연애 소설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정반대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삶의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을 것이다. 적당히 안정적인 삶을 택하며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합리화하는 슈타인과 대조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니나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부리를 쪼아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없다. 마음 속에 아무리 큰 불씨를 가지고 있다 한들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저 헛된 망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생을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 용기를 내는 일은 실로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다만, 세상을 바꾸려는 큰 목표가 아니더라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을 주도적으로 붙잡고 한 번쯤은 뒤흔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방구석에서 찌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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