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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_박완서

by 상팔자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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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지은이 박완서
펴낸곳 (주)세계사컨텐츠그룹
값 18,000원
 

 

살아있는 글

 
 
나는 그동안 책을 책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쩌면 진짜 독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책이라 
그 세월의 내용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니
낯선 생활의 모습들이나 어려운 단어들이 종종 있었다
 
또한 세대차에서 오는 지금과는 다른 사고방식들이 
흥미로운 한편 불편하기도 했다
마냥 재밌기만 한 이야기 위주의 책들도 좋았지만
이 책의 색다름은 독서의 길을 조금 더 넓혀 준거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고전의 맛이 있는 글이 왜 귀하고 가치 있는지 알게 해 준 책이었고
그 글들이 한 사람의 생애 속에서 피어났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작품 속에 삶이 묻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작가의 본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 자체로서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어떠한 삶을 사는지 또한
작가에게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그리고 문득 암처럼 고약한 게 정말 두려워하는 건,
목숨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아니라 저런 해맑은 무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_p.30

 
 

가끔 전자오락실에 가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도 그 역시 점수 따기인 것을._p.44

 
 

남들은 물론 자식들까지 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신경 쓰며 위해만 주는 게
내가 마치 고약한 부스럼딱지라도 된 것처럼 비참했다.
(중략) 요컨대 나는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내 불행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_p.49

 
 

소위 경제 발전이란 명목으로 기를 쓰고 잘살기만을 추구하다가
문득 무슨 속죄의 의식처럼 전혀 발전이 안 된 시골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사치롭고도 아니꼬운 도시 중심적인 사고인가._p.79~80

 
 

눈물처럼 각자의 고유한 정서에 닿아 있는 것도 없지만 불가해한 것도 없다 싶었다._p.114

 
 

농사꾼이 한여름의 폭양을 무릅쓰고 몇 뙈기의 밭, 몇 마지기의 논에
목숨을 매달고 농사를 짓는 옆에서 오락 삼아 취미 삼아 농사짓기 놀이를 벌인다는 건
농사꾼에 얼마나 큰 모욕이요, 그들의 성실에 대한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유린일까._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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