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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_안희연

by 상팔자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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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지은이 안희연

펴낸곳 (주)난다

값 15,000원

 

 

지극히 사적인 지독한 글쓰기

 

 

MBTI를 그다지 맹신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틀림없이 N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사건, 혹은 사물을 통해 펼쳐나가는 방식인데

나로서는 도저히 연결시킬 수 없는 데까지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 산문집은 1부 / 2부 /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음식을 통한 미각의 향연이라면

2부는 사물에서 시작된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3부는 그 밖의 경험에서 비롯된 단상들로 이해했다

 

그거? 뭐긴 뭐야 귤이지. 귤?
귤은 까먹는 거고. 당신은 무심히 대꾸합니다.
아마도 아끼려고 그랬겠지. 아껴놨다 혼자 먹으려고.
귤은 숨기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라고._p.15

 

 

바라고 믿는 것과 무관하게 나무는 시들고 열매는 상한다.
그럼에도 그 나무를 어떻게든 길러보려고 편향과 열정을 다하는 것.
누가 내게 삶의 정의를 묻는다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예술 혹은 문학의 정의를 물어도 아마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_p.179

 

 

우리는 가끔 진짜 멋과 맛 대신 길들여진 습관으로

타성에 젖어 감각이나 기분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추운 겨울 가게 앞의 호빵 기계를 보면

진짜 맛있는 걸 사 먹고 싶다는 생각에 먹는다기보다는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으로

겨울의 추위를 잠시 잊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사려고 한 것은 맛이지만 느끼려고 한 것은 감촉이었던 것이다

 

나는 상상력이 그리 풍부한 편이 아니라 이 책의 작가처럼

생각을 연결시켜 나가는 것도 낯설고 어렵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것은 

생각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을 단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도 없고 경험 자체도 적은 내게는그나마 남의 생각을 엿보는 것이 나름의 재미이기도 하다

 

나는 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고나무에서 삶의 정의까지 확장하는 사고는 할 수 없지만글을 대하는 글 쓰는 사람의 기분이나 태도 같은 것을 어렴풋이알 것도 같은 책이었다

 

처음에는 책의 제목이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이 아니라밤이 깊어지면 당신이 좋아지면, 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었다같은 말 같지만 단지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밤이 깊어져 당신 생각이 난다'라고 생각했는데'당신 생각을 하다 보니 밤이 깊어졌다'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당신 생각을 했다는 것이겠지만밤의 차가움과 마음의 열정 사이의 깊이 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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